저는 지적 허영이 엄청 심한 사람인 것 같아요. 제 독서에 가장 큰 기쁨은 앎의 즐거움입니다. 몰랐던 내용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놀라움. 하나, 그보다 더 큰 쾌감은? 알게 된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때 상대가 '어머~야, 너 그런 것도 알아?' 와 같은 리액션을 보일 때 극으로 치닫습니다. 이럴 땐 독서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한 방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빨리 다른 책 읽어봐야지’ 합니다.
현재 저의 관심사는 ‘줌파 라히리’ 라는 인도계 미국 여류 소설가 입니다. 인도인 이민자인 그녀의 부모는 떠나와서 처음 로드아일랜드에 자리를 잡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작품엔 미국에 살고 있는 인도 이민자들의 삶이 자주 등장합니다. 읽으려고 계획한 책은 그녀의 두 번째 장편 소설 『저지대』인데요, 이 소설의 배경 역시 인도의 캘커타와 로드아일랜드 라는 군요. ‘축복받은 집"에 사시는 분, ‘직업에 광채’ 좀 나시는 분, 아님 ‘그저 좋은 사람’이다 생각되시는 분! 우리 ‘줌파 라히리’ 책 같이 읽어요 ! "저, 지대"로 한번 읽어 볼 랍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책을 읽는 것이 취미가 아니라 ‘특기’였던 저 입니다. 독서요? 거의 연중 행사였지요. 그런 제가 이번 봄 146권의 책에 대한 수다 서평 『북톡카톡』을 출간했습니다. 묵직한 인문 사회 철학 책들을 읽고 난 뒤에 어렵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정통 서평가이신 김성신 선생님께서 사회학적인 현상으로 알아듣기 쉽게 제 수준에 맞춰 해석해주셨어요. 일종의 수다 서평인 셈이죠. 평범한 저도 책을 읽고 떠들 수 있다는 것. 독서라는 거 별거 아니구나, 어렵지 않구나 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독서의 시작은 ‘책장을 넘기면서’가 아니라 ‘책을 고르는 일부터’ 라는 말이 있죠. 책을 고르는 1차 작업을 하고 나면 , 그 다음엔 글자 라는 놈이 '내 눈'에 익숙해 질 때까지는 책을 펴서 들어주는 '손'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글자가 익숙해지면 찬찬히 내용파악이 가능해지고 그 미션까지 통과하고 나면 책 읽는데 속도가 붙더라고요. “나도 속도를 높이고 싶지만 뭔 책이 맞는 책이 무언지 도통 모르것다' 하시는 분들은 146권의 책을 알려주는 노선도 인 『북톡카톡』 참고하세요(웃음).
책을 읽고 나면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것 또한 굉장히 훌륭한 독서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책의 내용을 기억하기도 참 좋고요. 혼자 책 읽기 힘들다 하시는 분들은 '문학다방 봄봄' 이라던가 '숭례문학당' 같은 오프라인 독서토론모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곳에 참여하셔서 함께 읽으며 사유를 교류하는 독서의 기쁨을 맛보시는 것 어떨까요? 이제는 함께 읽기가 대세니까요. 최근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본 노르웨이 영화 <본능적으로>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에 사는 30대 가장이 삶의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주말 산행을 가는데 그 시간만큼은 본능에 충실히 다닌다는 이야긴데요. 나중엔 집으로 돌아와서 아들과 놀아주는 일상으로 장면이 끝이나요 (이 영화는 국내상영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약간의 스포일러가 되기로 맘먹었습니다) 주인공이 낯선 여자와 섹스하는 꿈을 꾸다가 침낭과 바지에 실례를 하게 되거든요. 그대로 새 옷을 입으면 지린내가 배이니까 가까운 강까지 뛰기로 합니다. 발가벗고 산속을 뛰어가는 장면에선. ‘ 맞아. 더러운 것 보다는 저게 낫지, 남이 안보는 데 뭐 어때 하긴, 봐도 어쩔 수 없지 한번 보고 말 사람인데. 뭘’ 하며 비 맞은 중마냥 중얼거리며 동조도 해봤고 , 중간중간에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들을 보면서 ‘그래, 살면서 누구나 다이내믹한 인생의 롤러코스터는 타지’ 격려도 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일상에 섞이는 남자를 보면서 ‘맞다 인생 뭐 있나, 집이 최고야’하고 위안도 하면서 봤어요. 그런데 영화를 한창 보다 보니까 문득 이런 생각 들더라고요 ‘엥, 이런 사소한 이야기도 영화가 되는 거야?’ 하다가 ‘아, 인간은 훔쳐보는 것이 본능인 동물이라고 하더니, 그래 저 사람도 본능적이고, 나도 지금 본능적이네’하고 웃으며 나온 기억이 나요.
김보경 저
책을 막 읽기 시작한 초심자나 묵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소리 내어 읽는’낭독’을 해보시라 추천하는 책 인데요. 왜 낭독이 매우 훌륭한 독서 방법인지 그 말을 뒷받침 하는 여러 증거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자, 평생 독서인, 문학인, 교양인이 되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 낭독. 이 책을 읽은 다음 실험 삼아 사놓고 몇 장 읽지 못했던 책들을 낭독으로 읽어보니 신기하게 진도가 나가더라고요. 책이 왜 이렇게 안 읽히지 하시는 분 들 이 책에 도움을 받아보세요.
신기수,김민영,윤석윤,조현행 공저
아까도 언급 했지만 독서의 대세는 이제 함께 읽기라고 생각되거든요. 이 책은 프랑스의 문화가 살롱에서 탄생했다고 한다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독서공동체에서부터 시작할 것 이다는 캐치프라이즈를 걸고 ‘나는 왜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지’. ‘혹시 내가 읽은 게 틀린 것은 아닐까’. ‘독서 토론은 왜 하는 거야’,’ 하며 궁금해하는 독서가들을 다독이고 응원해줍니다. 그리고 제안하죠 “어렵게 생각하지마. 모여서 다 같이 책으로 놀면 되는 거야”.
신형철 저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집필한 책입니다. 여러 형태의 사랑이 나오는 영화들을 보고 문학평론가가 내린 생각의 정의가 담겨있는데요. 작가가 어찌나 섬세하고 예민한 표현들을 썼는지 읽으면서 ‘아 이 사람 진짜 글 잘 쓰는구나’ 했습니다. “나쁜 질문을 던지면 답을 찾아낸다 해도 그다지 멀리 가지 못하게 되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면 끝내 답을 못 찾더라도 답을 찾는 와중에 이미 꽤 멀리까지 가 있게 된다” 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읽은 저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사랑에 대해 질문하고 방황하고 두드려보겠지요.
법정,최인호 공저
열반에 드신 법정스님과 작고한 최인호 작가의 산방 대담을 풀어놓은 책입니다. 한 명은 불가의 수행자로, 다른 한 명은 가톨릭신자로 비록 그 둘의 종교는 달랐지만 행복과 사랑, 시대와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을 우리에게 전하려는 그 마음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승을 떠나버린 두 작가가 보석 같은 한 줄 한 줄 우리에게 남기셨습니다. 정말 놓치고 버릴 게 없는 책, 읽은 후에 더욱 잘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책입니다.
쥘 그림/샤를 페팽 글/이나무 역
샤를페펭이 쓰고 쥘 이 그린 책입니다. 철학자들이 한데 모여 일하고 있는 곳. 케빈 플라톤은 친척 장 클로드 소크라테스 덕분에 대기업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직원들을 실시간 ‘감시’하고 ‘처벌’하는 보안실장 미셸 푸코, 사장의 노련한 자문 마키아벨리, 파업 전단을 만드는 노조위원장 마르크스 등 각자의 ‘철학’이 뚜렷한 상사와 동료가 있는 회사 내에서 끊임없이 사건이 일어납니다. 철학자들이 제안하는 의견이나 해결 방법들을 만화로 보게 되니까 마냥 어려울 것 같았던 그들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더라고요.
하나무라 만게츠 저/양억관 역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하나무라 만게츠 가 쓴 소설입니다. 흡입력 뛰어난 작가 특유의 문법도 문법이지만, ‘아 소설이라는 것이 이 정도로 상상력을 펼 수 있게 해 주는 구나’ 할 만큼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시종일관 책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The Grand Budapest Hotel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Willem Dafoe,Adrien Brody
영화 전체 배경, 색감, 장소, 인물까지 한 편의 동화 같아서 푹 빠져서 봤어요. 중간중간 위트 있는 내용들과 치밀하게 계획하여 촬영한 감독의 정성들이 그대로 보여요, 영화 속 핑크 빛의 이런 아기자기함 너무 좋아요.
감독:존 파브로 출연:존 파브로, 엠제이 안소니, 소피아 베르가라, 스칼렛 요한슨
유명 셰프였던 주인공이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푸드트럭 주인이 되어서 미국을 돌아다닌다는 이야긴데 뭐 음식이 나오는 영화는 대부분 해피엔딩이잖아요? 소원했던 가족들과 다시 만나고 푸드트럭으로 맛있는 매력을 퍼트리고 다닌다는 그런 알콩달콩 영화였어요.
남정미 “독서의 시작은 책을 고르는 일부터” 방송인 남정미의 서재
남정미 “왜 이렇게 잘난 척하고 어려운 글 쓰세요?” 출판평론가 김성신과 『북톡카톡』 펴내 15년차 노회한 출판평론가와 30대 개그우먼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