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출신이라 국민학교 시절에는 '세계고전' '한국고전' 등의 시리즈를 읽으라고 하니까 읽었습니다. 중학교 다닐 적에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질문을 가지면서 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것은 아니고 "나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고, 철학책을 읽으면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답을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의문을 가지면 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게 '나'에게 큰 가르침을 준 셈입니다.
지금은 책을 늘 읽습니다. 연구를 위해 읽는 경우도 있고 사실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읽는 경우도 있고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을 때도 있습니다. 책을 탈고하고 나면 전공 분야는 당분간 보기가 싫습니다. 이때는 과학, 역사, 문학, 경제 등 일반 교양을 편하게 읽습니다. 이러한 독서는 생각을 넓히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분야가 다르면 자연스럽게 '나'와 다르게 관찰하고 사고하기 때문이죠. 전공 분야는 새로운 책이 나오면 그때마다 구해서 읽는 편이죠. 새로운 연구자의 글을 읽으면 나 자신이 깨닫지 못하는 새로운 접근을 배우게 됩니다. 결국 책은 '나'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주는 사다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일 많이 읽는 분야는 아무래도 철학, 미학, 예술쪽입니다. 전공이 그쪽이다보니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주제를 찾거나 기존의 주제를 새롭게 해명하려고 하다보면 전공 이외의 분야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예컨대 중국의 한족과 유목민족의 관계를 알려면 최근 기후사를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기존에는 유목민족의 '약탈경제'로 설명했지만 기후 변화를 고려하면 인간과 환경의 적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문의 세계가 얼마나 무궁무진한 바다와 같은지 알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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