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공저/김한영 역
그림의 매력은 ‘그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쓴다’는 것의 결핍을 보완해 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림이 하나의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대상이 떠난 후에도 그 대상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이 그림의 도저한 철학이다.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를 의무감으로 읽었다면 이 책은 그림이란 기억, 희망, 슬픔, 균형회복, 자기이해, 성장, 감상의 기능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신영복 저
신영복의 강의는 동양고전에 대한 독법이지만, 사실은 사회과학적 뿌리에서 시작한 문명론적인 통찰력에 기반한다. 동양의 사회구성을 관계론으로부터 접근한 것이 그렇고 고전을 미래의 길을 과거에서 묻는다는 것도 그렇다. 이처럼 고전을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오늘의 문제의식으로 되돌릴 때 생명력을 얻는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국제관계가 인간관계의 연장에서 나온다는 믿는 나의 생각도 『강의』에서 연유한 바 크다.
에두아르트 푹스 저/이기웅,박종만 공역
대학원 다닐 금서의 시대였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역설적으로 상상력을 발전시켰다 이 책은 그 무렵 일상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살아나고 그것이 역사로 구성되는가를 보여주었던 책이다. 이를 통해 경제사나 정치사에 매몰된 거친 당시의 의식세계를 흔들었다. 이러한 자산은 이후 필자가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구술사나 생애사로 접근할 수 있었던 자산이었다.
에드가 스노우 저/홍수원,안양노,신홍범 공역
대학시절은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불과 몇 사람으로 시작한 중국공산당이 거대한 대륙의 주인이 되기까지의 역사는 한편의 장대한 드라마와 같았다. 무엇보다 그 길을 따라나선 벽안의 기자가 기록이다. 죽의 장막 속에서 중국의 존재방식을 서양에 일린 당시로서는 교과서와 같았다. 중국정치와 오늘날 중국공산당이 유지되는 비밀을 해결하는 열쇠가 이 혁명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저/강주헌 역
지나온 것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하는 점은 중국연구의 기본이다. 더구나 중국예외주의, ‘중국적’이라는 것을 과학화하는 데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어제의 세계에서 상상력을 자극 받는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도가 끊임없이 설계되고 있지만, 제도의 실패는 다시 되돌아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과 산업이 분리된 채 질주한 미국의 금융위기나 트랙터로부터 호미와 낫으로 되돌아온 김정일체제 북한의 실패는 모두 우리가 믿고 있는 제도와 새로운 것에 대한 맹신, 전통에서 배우기를 소홀히 한 당연한 귀결이다.
아그네츠카 홀랜드 /에드 해리스, 다이앤 크루거, 매튜 굿, 조 앤더슨, 랄프 라이어치
영화를 보면서 화면에 집중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영화이다. 신의 언어가 음악이라면, 그것은 단연 합창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합창이 신의 언어를 완성한 환희의 송가가 아니라, 그 도저한 목소리를 찾아가는 지난한 순례와 같다. <합창>을 위해 돌 틈의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산새들의 지저귐, 소리 나는 모든 ‘자연’을 소리로 표현해야 하는 베토벤의 고독한 영혼을 엿볼 수 있고, 더구나 연주석 뒤에 숨어 귀먹은 베토벤의 지휘를 영혼으로 이끄는 안나 홀츠의 눈물이 새롭다.
The Visitor (더 비지터) (한글무자막)(Blu-ray) (2008)
Michael Cumpsty,Richard Jenkins
리차드 젠킨스가 열연했던 교수들의 삶은 평범하고 단조롭다. 낯선 모험 보다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자신의 것에 완고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과 겸허를 생활에서 구현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어느 교수가 완고한 것을 꺾고 또 다른 소통을 찾아가는 과정은 근엄한 피아노와 발랄한 아프리카악기인 젬베와의 대비를 통해, 그리고 낯선 이민자와의 소통을 통해 그리고 있다. 사람과 문화는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차이만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소중한 것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주는 것이라는 것도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