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저
요즘, 중국 당나라의 역사와 문화, 실크로드에 관심이 많아 그 방면의 책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조만간 최신작 『히말라야, 길을 묻다』를 읽을 계획입니다. 20여 년간 사진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훈구 기자가 6개월에 걸쳐 히말라야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히말라야의 문화와 역사, 사람 사는 이야기를 300여 장의 사진과 글로 풀어낸 책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 저/신성림 편
인스브록 트롤지방에서 스키 막바지 시즌이라 반값에 얻은 호텔방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읽었습니다. 노후에 꼭 한번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호화로운 여행지에서 고흐가 테오에게 쓴 편지 구절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에 가슴이 훅 내려앉았지요. 고흐의 불꽃 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은 겉은 화사하나 속은 추웠던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제게 호된 망치질 같은 것이었습니다.
보후밀 흐라발 저/김경옥 역
독일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건물의 원룸을 얻어 혼자 지내면서 집과 따끈한 김치찌개가 생각날 때 읽었습니다. 격동의 체코 역사를 배경으로, 체구보다 큰 야망을 지닌 호텔 웨이터 디테의 인생 역정이 펼쳐지지요. 2차 대전 속에서 체코의 한 남자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상실하는 과정을 다 읽고 났을 때 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작고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좋은 작품의 힘은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경식,타와다 요오꼬 공저/서은혜 역
서경식과 타와다 요오꼬가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왕복 서한을 모은 것입니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자신을 어떤 경계 안에 가두는 일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에 많은 공감을 했지요. 고향이라는 주제의 서신에서는 이주민, 역이주민 등 세계사에 나타나는 인류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었기에 책 속에 깊이 고개를 박았습니다. 그 즈음 제 관심사였거든요. 애당초 여행 가방에 이 책을 쑤셔넣은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초고속 열차 안에서 읽었습니다. 제 옆에는 광부로 건너와 30여년 넘게 독일에서 산 한국 교민이 앉아 있었지요. 돈 버느라 못 가본 고국을 벼르고 별러 방문했다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제가 책을 덮을 때마다 허심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고향 타령이었지 싶습니다.
윤미나 저
체코 프라하에서 매끼마다 굴라쉬를 사먹게 만들었던 동유럽 여행기입니다. 지금도 책 표지와 표면에 군데군데 얼룩이 많은데, 놀랍게도 굴라쉬를 닮은 색깔이랍니다. 프라하 구시가지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식사를 하면서도 책에 눈을 박고 있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어떤 절망도 살아 있음을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엿 같은 상황에서도 삶이란 부침개를 뒤집어야 한다.”에 밑줄을 그어 놓았네요. 여행 에세이가 실제 누볐던 여행지보다 더 인상 깊은 경우도 있는 모양입니다.
조해진 저
백두산을 다녀오는 배 안에서 읽었습니다. 여행 떠나기 전날, 저자인 후배가 인왕산 밑의 제 작업실에 와서 사인을 해준 뜨끈뜨끈한 책이었지요. 밤을 새워 달리는 배 안에서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결국 눈물을 떨어뜨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백두산 정상에 올라 북한땅과 중국땅의 경계선을 발로 넘나드는 장난을 쳤던 게 무색해졌지요. 중국 단동으로 가는 배 안에서 이 소설을 읽었다면 아마 그러지 않았을 겁니다. 돌아오자마자 후배에게 수고 많았다고, 감동깊게 읽었다고, 글자들을 또박또박 눌러 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만병의 근원은 복잡한 인간사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아닐까요? 모든 것이 차갑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영원한 답은 역시 ‘사랑’인 것 같습니다. 인류애의 시작도 따뜻한 마음에서 싹트는 것이겠지요. 어린 관객들을 유치할 목적으로 만든 영화겠거니 여기며 극장에 들어갔다가 가슴 뭉클해져서 나왔습니다.
곳곳에 자욱했던 최루탄 냄새에 초연하며 대학생활을 보냈던 제 학창시절을 부끄럽게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누군가는, 어디에선가는 정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놓는다는 것에 위안과, 세상에의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화장실에 들어가 축축해진 눈시울을 가라앉히느라 무진 애를 먹었답니다. 영화관 부근에서 점심 약속이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