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한다는 건 남의 인생에 간여하는 일만큼 면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음으로건 양으로건 타인의 인생에 길라잡이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것이 또한 책입니다. 책에 대해 나는 평생 ‘학생’의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인생 자체가 무지로부터 지혜를 얻어가는 학업의 과정이니 학생이 죽는 날 아침까지 공부를 하는 건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늙어 죽을 때까지 읽을 책을 미리미리 준비합니다. 뿐만 아니라 읽고 터득한 책은 빨리빨리 순환시켜 타인들에게 나눠줍니다. 몇 천 권의 책을 그렇게 방출했지만 아직도 내 작은 서재엔 처리하지 못한 책, 터득하지 못한 책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녀석들이 있어 나는 노년이 두렵지 않습니다. 책이 나의 저승이고, 저승이 책의 세계와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인생 공부 열심히 합시다, 학생 여러분!
198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