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a-da-da, 또 물보라를 일으켜♬” 어느새 성큼 다가온 여름.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 계절이다. 바다와 예술이 만나는 도시 부산은 올여름 가장 ‘심쿵 한’ 목적지다. 이 여름, 가장 핫한 도시 부산에서 예술의 물결 속으로 뛰어들어 보면 어떨까?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
https://art.busan.go.kr/spaceleeufan/index.nm
© Busan Museum of Art
해운대 한쪽에 자리한 부산시립미술관에는 별도의 전시실처럼 독립적으로 구성된 이우환 공간이 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이우환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일본 나오시마에 이은 세계 두 번째의 이우환 개인 미술관으로 입지 선정부터 건축 기본설계와 디자인까지 이우환 작가가 직접 참여했다. 공간 건립 당시 현장을 방문해 건물 높이와 공간 구성을 비롯하여 마감재, 조명, 집기에 이르기까지 세부 설계와 작품 한 점 한 점의 섬세한 설치에 무한한 열정을 담아낸 이곳은 빛, 여백, 침묵, 그리고 사유의 진동으로 가득하다.
© Busan Museum of Art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이우환 공간은 부산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2층 규모의 공간과 옥외 조각 정원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전시관이 아니라, 작품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공간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1층에는 <관계항-좁은 문> <물(物)과 언어> 등 이우환 작가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이 설치되어 있으며, 2층에는 점과 선을 이용한 대표적 회화작품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바람과 함께> 등의 작품과 야외에 설치된 조각 작품들과 어우러져 있다.
이우환 대화 2015
점으로부터 1974
© Busan Museum of Art.
부산시립미술관은 이우환 공간을 중심으로, 동시대 이슈를 반영한 기획전과 지역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부산 미술, 그 시작> <콜렉션 99,.999> 시리즈처럼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고화질 이미지로 소장품과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해,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 예술 향유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현재 본관은 개관 25주년을 맞아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진행 중이지만, 미술관은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객과의 접점을 이어가고 있다. 학예사들의 친숙한 해설을 곁들인 전시 콘텐츠, 청년 작가 레지던시,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은 이곳이 단순한 ‘감상의 장소’가 아니라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예술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작품은 말을 아끼지만, 공간은 끝없이 말을 건다. 이우환 공간이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 여름날 부산의 분주함을 잠시 멈추고, 이곳에서 느릿하게 감각을 정돈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부산현대미술관
ⓒ Busan Museum of Contemporary
낙동강 하구 생태공원 근처, 자연과 도시의 경계선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은 현대미술이 생태, 기술, 사회를 어떻게 마주하는지를 탐구하는 공간이다. 동시대 미술을 통해 사회현상, 지역성, 미래 환경, 디지털 기술, 생태와 예술의 융합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하 1층과 지상 3층 규모의 부산현대미술관 대표적인 명소는 건축물이다. 프랑스 식물학자이자 예술가인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이 조성한 〈수직 정원: Vertical Garden〉은 화이트 큐브의 한계를 넘어, 2018년 미술관 개관전 일환으로 설치된 국내 최초 대규모 실외 수직 정원 전시로, 약 175종의 토종·토착 식물 44,000여 포기가 미술관 외벽을 따라 심겨 있다. 조경을 넘어, 을숙도라는 상징적 장소와 생태계를 반영하며, 자연과 예술, 건축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공공미술로 평가받고 있다.
《Re: 새- 새- 정글 》ⓒ Busan Museum of Contemporary
<Re: 새-새-의자>,<소장품 섬> 등 진행 중인 전시에서 드러나듯, 부산현대미술관은 동시대 예술이 사회와 환경, 공동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질문해 왔다. <Re: 새-새-의자>는 버려진 플라스틱 모듈을 해체하고 재조립해 실용 가구로 재탄생시킴으로써, 예술이 감상의 대상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순환할 수 있는 자원 활용과 지속 가능한 창작의 실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소장품 섬>은 지역성과 동시대성을 담은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미술관이 축적한 예술적 자산이 공공의 가치로서 어떻게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장이다. 두 전시는 상반된 성격을 가지면서도 하나의 흐름을 공유하는데, 창작과 보존, 순환과 축적, 실험과 교육이라는 상반된 축들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부산현대미술관은 단지 예술을 보여주는 기관이 아니라 예술이 세상과 맺는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 Busan Museum of Contemporary
미술관은 전시 공간 외에도 창작실, 강의실, 회의실, 책그림섬, 모카이브, 옥상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을숙도 갈대숲을 모티브로 조성된 부산현대미술관 어린이 독서 공간 ‘책그림섬’은 책과 예술 작품을 매개로 새로운 독서 환경을 통해 ‘나’와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읽기를 시도하는 공간이다. 예술성이 뛰어난 팝업 북, 어린이를 위한 독립 출판물, 다양한 언어의 그림책 등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은 어린이에게도 예술에 파동을 전한다. 예술이 머물지 않고 흐르고, 쌓이지 않고 순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몸소 느껴보고 싶다면, 부산의 끝자락에서 현대미술이 던지는 질문에 한 번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F1963
ⓒ 아티피오
1963년 세워진 고려제강 와이어 공장이 지금은 부산에서 가장 감각적인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2016년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탄생한 이곳은 YES24, 국제갤러리 부산, 금난새 뮤직센터, F1963 도서관 등 전시, 디자인 숍, 북카페, 도서관, 야외 조형물과 대나무 산책로까지 F1963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 산업 유산의 재생과 예술적 실험 장소로 변신한 이곳은 연간 5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부산의 명소로 시민이 함께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 아티피오
지금 이곳에선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크리에이터 듀오 M/M(Paris)의 <사랑/마법 ♥/M / MAGIE>이 진행되고 있다. 전시의 두 작가는 78장의 대형 타로 조각 설치, 250여 점의 포스터·영상·3D 오브제 등을 통해 기호와 이미지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펼치는 시각적 유토피아를 구현한다. ‘BUSAN’이라는 단어로 알파벳 스툴을 재구성한 작품, 픽토그램 캐릭터와 코끼리를 결합한 작품과 구조물 등은 작가의 독창적 시각언어와 상상력, 그리고 사랑과 마법이라는 보편적이면서 신비로운 주제를 통해 철강공장이라는 공간 전체를 시각 언어의 ‘마법 숲’으로 변모시키는 전시 디자인은 관람객 스스로 공간을 해석하게 만든다.
바로 옆 현대모터스튜디오 내에선<Plastic: Remaking Our World> 전시가 진행 중이다. 과거 혁신의 상징이었던 플라스틱이 오늘날 환경 파괴의 중심에 서게 된 과정을 다룬다. 플라스틱의 탄생과 진화, 환경 위기,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몰입형 영상(‘Kalpa’), 소재 전시 (‘Synthetica’, ‘Petromodernity’, ‘Plasticene’)를 통해 기후 문제와 디자인의 역할을 통찰하게 만든다.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과 실제 친환경 사례를 통해,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실천적 해법을 제안한다.
ⓒ 아티피오
이렇듯 F1963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다. 예술을 느끼고, 사유하고, 공유하는 복합적 생태계다. 그 중심에는 F1963의 도서관이 있다. 미술, 건축, 사진, 디자인, 음악 등 국내외 예술 분야의 깊이 있는 자료와 희귀 도서를 폭넓게 소장하고 있으며, 쾌적한 열람 환경을 갖춘 이 도서관은, 정적인 독서 공간을 넘어 아카데미, 전시 연계 강좌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함께하는 F1963의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갤러리, 미술관, 정원, 카페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예술과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책과 예술, 자연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도시재생의 성공적 모델이자, 부산 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깊은 영감과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열린 플랫폼이다. 예술이 머물지 않고 흐르고, 공간이 과거를 품은 채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이곳은 예술을 살아가며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서 F1963은 여름날의 긴 오후를 채우기에 충분하다. 부산은 그 자체로 파도처럼 일렁이는 도시다. 그리고 그 파동은 바다뿐 아니라 예술에서도 시작된다. 올여름, 당신의 감각을 깨울 물보라는 어쩌면 이곳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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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피오(ARTiP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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