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어렸을 때 어디선가 점을 보고 오신 어머니께서 “점쟁이한테 사주를 넣었더니 ‘이 아들은 역마살이 잔뜩 끼었네’라고 하더라”는 말씀을 하신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러고 보면 여행은 저의 운명 같은 거죠.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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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설렘이, 여행 중에는 계획한 일정을 몇 배로 늘려도 아쉬움이, 여행지를 떠나오면 며칠 지나지 않아 아련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낯선 이방인의 오감을 자극하는 풍경은 ‘이곳을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싶게 한다. 발길 닿는 곳, 눈길 머문 곳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멈출 수 없다. 30년 넘게 여행작가와 여행사진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언젠가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한 곳, 빠듯한 일정에 지레 포기하고는 두고두고 후회한 곳, 오래도록 진득하니 눌러살고 싶은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당신과 함께, 유럽』이 출간되었다. 

 

 

『당신과 함께, 유럽』은 여행서 제목으로는 조금 남다르게 느껴지고, 이 책의 핵심 메시지로 보이기도 하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여행을 기록하고 정리해서 공유하는 사람이 여행작가입니다. 여행작가의 여행은 공유하는 것이 전제이고, 기본이죠. 그래서 이 책을 쓴 것인데, 이왕이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가고 싶은 곳, 같이 가서 정말 좋았던 곳을 엄선해서 책으로 묶어보자 싶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고 싶다는 욕심이랑 같은 거죠.

 

이 책의 부제가 당신과 함께 다시 찾고 싶은 유럽의 도시와 명소 48곳입니다. 유럽의 수많은 도시와 명소 중 48곳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는 들뜨고 떠들썩한 여행보다는 차분한 여행을 좋아합니다. 역사유적, 문화유산을 찾아다니거나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고, 마을과 도시의 오래된 골목을 산책하듯 쏘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했습니다. 여행 스타일과 취향이 저와 비슷한 분이라면 기꺼이 공감하실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여행지에 대한 사람들의 취향은 음식처럼 호불호가 분명하니 다르게 생가할 수도 있겠지요.      

 

 실스마리아를 이 책에 첫 번째로 수록한 이유가 있으실 듯합니다.

일단 저를 낯선 실스마리아로 이끈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라는 영화가 너무 좋았어요. 주연 배우인 줄리엣 비노쉬가 저와 동갑이어서 막연한 동질감 같은 것도 느껴졌고, 영화 속의 실스마리아와 주변 풍광이 정말 매혹적이었죠. 그래서 제가 먼저 다녀왔고, 이듬해에 아내와 다시 찾았어요. 아내도 영화 속의 풍경과 똑같다면서 정말 좋아했죠. 스위스의 여러 여행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곳, 다시 또 가보고 싶은 곳 1순위입니다.  

 

도시를 대표하는 것은 자연환경, 유적지, 관광명소, 지역 별미 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고흐나 세잔에게 특별한 영감을 준 도시로 아를이나 엑상프로방스가 인상적입니다. 그 도시의 어떤 점이 예술가들을 그곳에 머물게 했나요?

온화한 기후, 지중해 바다의 코발트블루를 비롯한 강렬한 색채와 빛, 아름다운 풍광 같은 자연적인 조건이 무엇보다 매력적이죠. 아를과 생레미의 빈센트 반 고흐, 생폴드방스의 마르크 샤갈, 니스의 앙리 마티스, 앙티브의 피카소 등이 그런 이유로 자리 잡았을 겁니다. 반면에 폴 세잔은 엑상프로방스에서 태어났고요.    

 

도보여행, 자동차여행, 캠핑여행 등 숙박이나 교통편 면에서 여행 방식이 다양해졌습니다. 각각의 특징은 무엇이며,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어떤 점을 고려하면 좋은지 알려주세요. 

사실 도보여행은 여행 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것이 도보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니까요. 자동차 여행을 할 때 저는 주로 프랑스 리스차를 이용하는데, 최소한 15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예약 자체가 안 됩니다. 한 달 이상의 긴 여행은 리스차가 최선의 교통수단이더군요. 짧은 여행이라면 렌트카가 좋겠지만요. 캠핑하려면 필요한 장비는 모두 챙겨서 출국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미리 준비해 가면 좋은 장비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요.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캠핑하면 짐이 좀 많거나 무거워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데, 배낭을 짊어지고 도보로 캠핑여행을 한다면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야죠. 그래도 무게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캠핑장비를 모두 등에 지고 다니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저는 배낭을 메는 대신에 캐리어를 끌고 다닌 적이 있어요.      

 

도시마다 유럽 캠핑장의 정보를 담아주셨는데, 캠핑 여행도 많이 하셨나요? 전반적으로 유럽의 캠핑장은 어떤가요? 

유럽 여행을 할 때 저는 주로 캠핑하며 숙박을 해결합니다. 캠핑하면 숙박비뿐만 아니라 식비까지 절약할 수 있죠. 유럽의 물가, 특히 여름철 성수기의 여행 물가는 무척 비싸죠. 유럽에서도 특히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을 가난한 여행작가인 제가 여행할 수 있었던 것도 캠핑으로 숙식을 해결한 덕택이죠. 

 

이 책에 400장이 넘는 사진을 수록하셨습니다. 하나하나가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여행작가이자 여행사진가로서 특별히 염두에 두는 촬영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동물 중에 여행을 즐기는 것은 오직 사람뿐입니다. 다른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이동할 뿐이죠. 그래서 여행 사진은 사람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풍경이 아름다워도 사람이 들어가지 않으면 생동감이 없어지죠. 멋진 풍경 속의 적절한 위치에 여행하는 사람을 넣어야 여행을 부르는 사진이 완성됩니다. 사람과 풍경이 잘 조화된 사진, 사람도 풍경이 되는 사진, 이것이 저의 여행사진 촬영 포인트입니다.   


아이슬란드 스코가포스 

예전에는 유럽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두꺼운 가이드북과 유레일 패스부터 준비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의 여행 트렌드는 어떠하며, 무엇이 그러한 변화를 이끌었나요?

여전히 짧은 기간 내에 여러 나라와 도시를 메뚜기떼의 대이동처럼 짧게 거쳐가는 패키지 상품이 팔리고, 또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한 나라, 한 도시에 오래 머무는 여행 고수들이 많아졌죠. 이제 여행을 관광으로 보지 않고,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증거예요. 이제는 여행이 특별한 게 아니고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장기 체류형 여행자,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내 맘대로 다니는 자유 여행자들이 크게 늘어날 겁니다. 

 

여행지를 선정할 때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이라는 리스트를 참고하기도 합니다. 저자님에게도 이런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그런 곳보다는 다시 찾아가서 오래오래 머물다 오고 싶은 곳이 몇 곳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 아이슬란드, 스위스(그중에서도 실스마리아) 등이 그런 곳이죠. 특히 스위스는 대한민국 말고 제가 살고 싶은 단 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위스는 이민 조건이 까다롭기로도 유명한 나라여서 그냥 꿈으로만 남을 겁니다. 


스위스 체르마트 고르너그라트역 근처의 풀밭

 

저자님을 여행의 세계로 이끈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초등학교 1, 2학년 때부터 지도책이 제일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낯선 도시, 먼 나라를 찾아보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죠. 학교에 지도 그려 가는 숙제도 제일 잘해서 선생님께 칭찬을 받기도 했고요. 고등학교 때는 3년 내내, 그리고 두 번의 학력고사에서 국토지리, 인문지리를 만점 받았습니다. 지리와 여행은 동전의 양면 같은 거잖아요. 아참, 어렸을 때 어디선가 점을 보고 오신 어머니께서 “점쟁이한테 사주를 넣었더니 ‘이 아들은 역마살이 잔뜩 끼었네’라고 하더라”는 말씀을 하신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러고 보면 여행은 저의 운명 같은 거죠.   

 

여행지에 가면 꼭 하는 저자님만의 특별한 일이 있나요?

도시나 마을에 가면 오래된 골목길이나 시장을 꼭 찾아가 봅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가장 짙게 나는 곳이잖아요. 그리고 캠핑장이든 호텔이든 숙소 주변을 설렁설렁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이 책에 나오는 도시 중에서 저자님이 꼭 한번 당신과 함께 다시 찾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저의 당신은 못 가보고 저만 가본 곳 중에서는 시칠리아입니다. 함께 가서 한 달 이상 머물러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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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유럽

<양영훈>

출판사 | 퍼블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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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