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들어주는 아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 다수의 아동문학 베스트셀러를 출간하며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작가’로 불린 고정욱이 ‘어른의 마음을 이해하는 작가’로 돌아왔다. 저자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인한 중증 장애 탓에 모나고 많이 울던 아이였지만 지금은 인생을 의미 있게 사는 법을 전하는 멘토로서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며,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202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은 저자가 차별과 좌절을 딛고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가장 힘을 준 다섯 가지 가치를 소개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떠올려 보세요.” 다시 일어날 힘을 주는 어린 시절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신간 에세이로 돌아온, 동화 작가 고정욱의 이야기를 전한다.
의사가 되려다가 국문학을 전공하고 강의가 없어질 뻔한 '좌절'을 극복해 20년간 대학 강단까지 서신, 다시 살아갈 힘을 다루신 『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을 내기까지의 과정이 어땠는지 알고 싶어요!
과거에 짧게 쓴 원고가 꽤 쌓여 있었는데 최근 샘터사로부터 ‘한번 다듬어 보자’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시대에 맞춰 거의 다 새롭게 써야 했지만 완성한 원고는 제가 수십 년 동안 ‘장애’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정리한 책이 됐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장애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라고 느낄 정도로 솔직하고 깊이 있게 풀어냈지요. 그전까지는 현상적인 측면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내면의 변화와 저만의 철학까지 담았습니다.
저는 ‘장애를 가졌으니 쓸모없는 사람이 될지도 몰라’ 하는 불안함을 가지고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장애 탓에 원하던 과에 진학하지도 못하고 강단에 서는 것도 참 힘들었지요. 스스로 ‘왜 하필 나에게 장애가 있어서 이렇게 힘든 삶을 살게 됐을까?’ 고민했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이 땅에 그냥 태어나는 존재가 아니고, 저마다 필요해서 그 자리에 있다는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있을 거라고요.
저는 원래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의사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사람을 살리고 싶어서’였더군요. 이를 깨닫고 나니 제가 할 일이 보였습니다. 제가 잘하는 글쓰기로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무슨 일을 하든,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나를 깎아내리는 습관을 벗어던지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나는 어린 시절 수많은 야만을 경험하며 강해졌다. 지금은 움베르토 에코의 저서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의 내용처럼 세상을 관조할 수 있게 됐다. 하긴, 이 나 이 먹고도 흥분하고 이성을 잃는다면 그것도 문제일 테지만.” _본문 중에서
작가님이 야만의 시대에 대해 말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 느껴져요! 스스로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는 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세상의 차별을 없애는 변화는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한다’라는 점을 잠깐이나마 상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장애 감수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은데 안타깝게도 착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례로 장애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의 교장선생님들이 모인 연수에서 각 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냐고 묻자 제대로 대답한 사람이 100명 중 10명도 채 안 됐지요. ‘이름을 부르는 것’부터가 실천의 시작입니다. 이름을 알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머리 쓰다듬어 주는 것. 이 단순한 행위가 세상을 바꿉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장애 아동이 통합 수업에 참여한다면 쉬운 학습자료와 정보를 제공해 개별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잘 돌보고 있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야만의 시대에 머물고 있는 셈이지요. 이 책이 우리가 무심코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일 수도 있음을 한 번씩 떠올려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본문 중 작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은 문구가 있었어요.
"뒤늦게 알았다. 내가 원하는 일이 바로 두뇌를 써서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걸. 남들보다 가진 게 없을 수 있지만 그것만큼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내 삶의 기준이었다.”
쓰기를 업으로 삼아 '작가'가 된 후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 등 변화한 것들이 있나요?!
대학에 다닐 적에는 광고 카피라이터가 되려고도 했지만 결국 작가가 되었습니다. 작가의 삶이란 게 농부의 밭갈이보다 소출이 적고, 여인의 바느질보다 보잘것없지만 무한한 정성이 들어갑니다. 작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여러 관점에서 삶을 더 많이 느끼고 더 깊이 의미를 찾고, 이를 간결한 언어로 풀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감성이 늘 깨어 있게 해야 합니다. 내가 느끼고 깨달은 것을 말과 글로 전달하지 못하면 그것은 나의 지식이 아니라 껍데기에 불과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하루 종일 살림하는 전업주부가 나의 경쟁자라고 말합니다. 글쟁이는 이처럼 늘 깨어 있어야 하니까요. 직업병이라면 늘 남의 이야기에서 정보를 얻고 메모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2025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ALMA) 후보가 되셨는데요, 작가님의 짤막한 소감을 알고 싶습니다~
후보로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상을 받기 위해 애쓴 적도, 누군가에게 추천을 부탁한 적도 없었거든요. 늘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왔는데 그 말을 증명하게 된 셈이라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 무척 감동받았습니다. 또 세상 어딘가엔 나의 성실함을 지켜보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했습니다.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결국은 상보다 더 큰 울림을 남기거든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어떤 책을 내보고 싶다 등 다른 계획이 있으실까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독자도 함께 변합니다.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는 작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35년 동안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 왔습니다. 저는 장르를 넘나드는 도전을 좋아합니다. SF, 드라마, 대본, 뮤지컬, 그리고 지금은 OTT 플랫폼을 향한 기획안도 준비 중입니다. 제 작품들이 계속 다른 영역으로 변주되며 생명력을 이어가는 걸 보면 희망이 생깁니다. 작가도, 작품도 끊임없이 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어릴 때 꿈꾸던 모습과 다르게 살고 있는 성인들, 우울증, 무기력, 번아웃을 느끼는 세대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작가님의 책을 통해서 위로 받을 것 같은데요. 어떠한 사회 문화가 형성되면 좋을까요?
저도 무기력하고 피곤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요, 그럴 때 가장 좋은 약은 '몸이 아닌 머리가 끌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벌떡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방을 치우고,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면 생각이 깨어납니다. 그러다 보면 몸도 움직입니다. 다시 에너지가 나옵니다.
과거의 저는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제도 나가고, 오늘도 나갔기에, 내일도 나갈 수 있는 겁니다. 작은 행동과 실천이 모여 무기력, 번아웃, 우울 같은 것들을 밀어냅니다. 결국 삶을 바꾸는 것은 무기력을 깨는 작은 ‘움직임’입니다. 그늘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들을 끌어내는 관심이 많아지고, 이유 없이 다른 이들을 돕는 익명의 선행자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언젠가 글로 마주칠 독자들에게 이 책의 주제인 꿈의 매력은 어떤 것인지 알려주세요!
꿈은 다양하게 정해질 수 있고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부모가, 선생님이 또는 내가 정할 수도 있지만 당장 정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꿈은 언제건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지금까지 일곱 번이나 꿈이 바뀌었습니다.
중요한 건 ‘유연한 마음’입니다. 마치 테니스 선수가 어떤 공이 오든 받아낼 준비로 잔걸음을 계속 떼듯 우리도 새로운 꿈이 올 때 그걸 기꺼이 재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앞서도 얘기했듯 저는 제 작품과 아이디어를 OTT 회사에 제안하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새롭게 꿈꾸는 것은 물론 그 꿈과 함께하는 미래가 설레고 기다려지게 됩니다. 혹시 지금 삶이 힘들고 꿈을 잃은 것 같아 무기력하다면 어릴 적의 꿈을 생각하고, 왜 그 일을 하고 싶었는지 그때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하기 바랍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타이완짹슨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