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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플레이리스트] 하지만 나는 개를 키우고 싶을 때

송승언 「개는 모른다 모르는 개는 안다」 X 임윤찬 – ‘Bach: Jesu, Joy of Man’s Desiring, BWV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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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보면 가끔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저렇게 일관적인 사랑이라니. 사람을 저렇게 좋아할 수 있다니. 숭고하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요? (2024.08.02)


개는 모른다. 이 장난감 안에 든 간식을 어떻게 꺼낼 수 있는지.

그러나 개는 안다. 곧 그 간식을 먹게 되리라는 것을.


개는 안다. 오늘 낮 당신의 외출은 개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난리.)

그러나 개는 모른다. 당신의 외출이 개의 간식을 만든다는 것을.


개는 모른다. 바깥이란 온통 개가 모르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그러나 개는 안다. 그렇기에 바깥이 흥미롭다는 것을.


개는 모른다. 당신이 오늘 왜 슬픈지.

그러나 개는 안다. 당신이 슬프다는 것을.


개는 모른다. 당신이 아는 많은 것들을.

그러나 개는 안다. 당신이 모르는 많은 것들을.


개는 안다. 당신이 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러나 개는 모른다. 당신이 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 송승언 「개는 모른다 모르는 개는 안다」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아침달)


강아지를 보면 가끔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저렇게 일관적인 사랑이라니. 사람을 저렇게 좋아할 수 있다니. 숭고하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요? 개는 ‘압니다’. 직관적으로,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으로 압니다. ‘당신이 모르는 많은 것들’을, 우리가 사랑받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죠. 겉으로 보기에 개는 ‘많은 것들’을 ‘모르’지만,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음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이 크면 클수록 마지막 연은 더 슬퍼져요. 이 모든 앎과 모름 후에 우리가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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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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