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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필요한 ‘우리’라는 공동체 정신

『트라우마 해방 일지』 저자 심민영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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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2024.07.26)

트라우마란 무엇일까. 트라우마가 나의 삶에 스며들어 평범하고 평온했던 내 일상을 뒤흔드는 일이 나 혹은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날 거라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미디어를 통해 사건·사고를 접하면서도 이는 나와는 관계없다는 우리의 생각을 깨고 트라우마는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원치 않던 일을 마주하고 괴로워하는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자신을 탓한다. 하지만 조금만 용기를 내어 고통의 실체를 마주하면 비로소 그안의 내가 보인다. 마주할 용기도, 이겨낼 힘도, 또 누군가를 위로할 따뜻한 마음도 우리에게 있다고 『트라우마 해방 일지』는 말한다.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 심민영이 직접 당사자들을 마주하며 느낀 생각과 사실을 통해 간접적으로 우리 사회에 ‘처방’을 내려준다.

안녕하세요, 심민영 작가님. 출간 축하드립니다. 국가 트라우마센터장으로 정신과 전문의로서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20년차를 맞은 정신과 전문의입니다. 현재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복지부 소속기관인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조직이기 때문에 의사인 동시에 공무원이기도 해요. 재난 트라우마 업무를 시작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재난 대응은 꼭 필요하지만 민간에서는 하기 어려운 영역이니까요.

『트라우마 해방 일지』, 이 책을 출판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많은 트라우마 경험자들이 불행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립니다. 사건을 막지 못한 것도, 고통이 길어지는 것까지도 자신이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을 찾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해요. 트라우마 기억을 꺼내는 것에 대한 공포와 수치심,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등으로 남몰래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라우마 사건을 겪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트라우마 반응이 왜 생기는지, 시간이 지나도 고통이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되면 즉, 트라우마에 대해서 정확히 알게 되면 불필요한 자책이나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죠. 『트라우마 해방일지』를 통해서 당신 탓이 아니라는 위로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트라우마라는 말이 참 무겁게 느껴지면서도 일상적으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들은 정작 자신의 상황과 모습을 외면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라우마는 대체 무엇인가요? 그리고 언제, 어떻게 우리의 삶에 스며드는 것일까요?

트라우마는 위험 혹은 위협의 속성이 있는 사건이에요. 직접 겪거나 목격하는 것, 심지어 가까운 사람에게 그러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충격을 받을 수 있어요. 트라우마가 언제 자신에게 닥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제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길 줄 몰랐어요,”라는 거예요. 바로 어제까지 가족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냈는데 한순간에 일상이 송두리째 바뀐 겁니다.

사실 70~80%의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 이상 트라우마 사건을 경험합니다. 그 중에 반은 두 번 이상 겪는다고 해요. 이처럼 트라우마는 그저 우리 인생의 한 부분입니다. 트라우마를 당한 사람은 나에게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에 몰두하지만, 결국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유는 없어요. 트라우마는 불현듯 나에게 찾아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죠.

세월호 사고, 항공기 추락 사고, 불법촬영 피해자, 스토킹, 폭행, 이태원 구조, 번아웃 직장인 등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일들을 겪고 일상이 무너지고 무력감과 죄책감에 젖어 고립되는 당사자들이 우리 사회에 많은데요. 이분들을 위한 처방전이 있을까요?

어디를 심하게 다치거나 병에 걸려서 증상이 심하면 최대한 안정하기 위해 애씁니다. 푹 자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죠. 주변 사람들은 걱정하고 돌봐줄 겁니다. 트라우마로 충격을 받은 경우도 이와 똑같습니다. 충격이 가라앉을 때까지 추가적인 위해를 피하고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죠. 수면, 식사, 휴식과 같은 자기 돌봄은 필수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필요한 것이 없는지 잘 살피고 도와줘야 합니다. 트라우마 직후에는 안전한 환경에서 충분히 안정하는 것만으로도 회복이 가속화됩니다.

안전한 환경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해요.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닿아있다면 심리적으로 안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역경에 처한 사람에게는 곁에서 도와주고 보살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지지해주는 사람과의 연결감은 회복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열쇠입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자신이 겪은 일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 과정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적절한 수위로 분출하며 해소해야 합니다. 안전한 환경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위로와 조언을 받으며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회복입니다.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처방전이 있다면 ‘자기돌봄’, ‘안전한 사람과의 연결’,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용기‘, 그리고 ’(가장 이기적이기 위한) 공동체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쓰겠습니다.

트라우마 치료에도 골든 타임이 있나요? 

재난 현장에서는 이제 막 충격을 받은 사람들을 만나고, 스트레스 클리닉에서는 트라우마가 만성화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우울증으로 진행된 환자들을 봅니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만성화되면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고 예후도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초반에는 한두 번의 상담만으로도 안정을 되찾고 회복의 단계로 접어드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심리적 응급처치 (Psychological First Aid, PFA)는 실질적인 도움, 정신 건강 정보, 서비스 체계 등 역경을 이겨내는 데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트라우마 초반에 PFA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회복이 빨리지고 더 높은 수준의 회복을 이루어 냅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닌 우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어떤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그 발걸음에 함께하는 것일까요?

‘우리’라는 공동체 정신은 결국 ‘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이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내 안전을 지킬 수 없어요.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지켜줘야 해요. 그리고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죠. 만약 내가 역경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사람들이 내 심정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걱정하며, 회복을 바란다면 어떨까요. 공감이 담긴 친절한 한마디는 주저앉은 사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하신 일과 함께, 작가님의 책을 접할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는 ‘트라우마 기반 돌봄’(Trauma-Informed Care, TIC) 개념이 트라우마 치료기관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조직 내 모든 수준에서 트라우마 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더 안전하고 지지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는 접근 방식을 의미합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우리나라에 TIC를 도입하고 확산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독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트라우마는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트라우마 해방 일지』가 여러분에게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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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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