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그동안 친구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화 1부
<책읽아웃> 진행자는 저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거예요. 너무너무 감사하죠. 제 한 시절을 ‘말하는 사람’ ‘대화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아주 소중한 매개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오은)
오은 : 안녕하세요.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황정은 : 안녕하세요.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책>의 황정은입니다.
오은 : 오늘이 왔어요. <책읽아웃> 마지막 시간입니다. 기분 묘하네요. 사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 묘하지 않았는데 점점 더 오묘해지더라고요. 이 마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드는데, 황정은 작가님 어떠신가요?
황정은 : 저는 지금 잠이 부족합니다. 어제 새벽 4시에 깼는데 오늘 마지막 녹음한다고 생각하니까 잠이 안 와서 매우 잠이 부족한 상태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어요.
오은 : 그냥 님은 어떤 기분이셨어요?
그냥 : 집에서 나설 때부터 ‘마지막 녹음을 가기는 가는구나, 이 날이 오기는 오는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면서 계속 어떤 말을 해야 되는지 생각하면서 왔죠. 오늘 여기에서 하지 못한 얘기는 이제 전할 방도가 없잖아요. 그래서 할 말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단호박 : 항상 안녕을 말할 때 성에 찰 정도로 안녕을 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떤 안녕이든 내 마음이 충족되는 안녕은 없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오늘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황정은 : 저는 어제까지는 괜찮았거든요? 오늘 마지막 녹음 앞두고 ‘잘 마무리하자’라는 생각으로 어제 자정까지는 좀 마음이 편안했는데 새벽 4시부터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걱정이 되면서, 집에서 나올 때도 이상하게 마음이 뭐라고 해야 되나 울렁울렁하면서 그동안 <책읽아웃> 녹음하러 오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 상태로 여기까지 왔네요.
캘리 : 저는 녹음 끝나면 여러분께 드리려고 아침에 일어나서 엽서를 하나씩 썼는데 너무너무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직접 엽서를 건넬 일이 언제 또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뭘 써야 될지 너무 고민이 되는 거예요. 오늘 녹음하는 걸 미리 준비한 마음이고요. 제가 되게 자주 꾸는 꿈이 있어요.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고 나서 텅 빈 교실에 혼자 앉아 있는 꿈을 자주 꾸거든요. 그때 어떤 감정이 드냐 하면 ‘평생 못 만날 수도 있는 친구들과 이렇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니’ 싶어서 망연함, 황망함. 그런 걸 항상 느끼고 깨요. 그래서 저는 안녕을 말할 때 항상 후회를 할까 봐 걱정이 돼요. 오늘 녹음하고 헤어지면 분명히 또 그런 느낌을 갖겠죠. 나는 그 느낌을 아는데, 그 느낌이 오고 말 거니까, 그게 좀 많이 속상하고 그렇습니다.
이지원 : 어제 종일 다운이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이유를 몰랐었거든요. 방금 얘기 나누다 보니까 ‘오늘 <책읽아웃> 마지막 녹음이어서 그렇게 다운돼 있었구나’ 자각 했어요. 사실 오늘 아침에는 6명 (합동) 녹음 준비하느라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못 느꼈지만 어제 그걸 종일 느꼈던 것 같아요.
오은 : 아마 저희의 이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바로 <책읽아웃>의 오랜 청취자분들일 텐데, 저는 보내주신 메시지들을 읽으면서 뭔가 ‘지난 시간의 축적이 여기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크루 분들도 다 읽고 오셨을 텐데 어떠셨는지도 궁금하네요. 황정은 작가님, 읽어보시고 또 눈시울이 촉촉해지셨는지.
황정은 : 저는 빠른 시간 안에 다 읽기가 너무 어려워서 사실은 좀 아껴두고 있어요. 다 못 읽었고요. 너무 갑자기 소식을 전달해서 준비 없이 이별을 맞게 된 거잖아요, <책읽아웃>을 들어온 분들도. 그래서 많이 미안하더라고요.
오은 : 저는 매주 올라가는 방송을 어딘가에서 들으시고 그것들을 산책하거나 집안일을 하시면서 혹은 여행 중에 들으시면서 기억하시고 기록해 오셨다는 게 너무 뭉클했어요. 사실 공개 방송 같은 걸 하면 뵐 수는 있지만 저희가 코로나 이후에는 거의 갖지 못했던 기회이기도 해서, 그 글들 읽는데 ‘제주도에서도 들으시는구나, 강원도에서 들으시는구나, 외국 생활하시면서 들으셨구나’ 이걸 알게 되니까, 뭐랄까, 이게 단순히 우리 6명의 크루가 만들어 온 방송이 아니었구나를 새삼 실감하게 되면서 ‘마지막을 잘 마무리해야 될 텐데, 가능할까?’ 이런 걱정까지 같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청취자 분들이 남겨주신 소감들을 토대로 주로 낭독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저희가 돌아가면서 여러분이 남겨주신 이야기를 목소리로 남기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그럼, 제가 먼저 새롬 님 사연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작년 2017년 1화를 시작으로 매일매일 출퇴근 길 친구가 되어줬는데 마지막이라니 아쉬운 마음입니다. 매일을 듣다 보니 일주일을 기다려 들어야 되는 본방까지 따라 잡으며 매주 목요일 금요일 설레었는데.. 오늘 퇴근길에 소식 듣고 눈물 흘리며 운전했지 뭐예요.
얼마 전 오은 님 북토크에서 수줍게 1화부터 정주행 했다고 고백했더니 오은 님께서 글도 보내주고 광부님 활동 많이 해달라고 말씀해주셔서 후기 달아야지 다짐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안녕 인사를 하게 되다니요.
그동안 멋진 책, 좋은 책, 무엇보다 다양한 인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책들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약 없는 이별이지만 오은 시인님과 황정은 작가님을 언젠가 꼭꼭 다시 만나길 바라봅니다. 제발~~!!
책 열심히 읽으며 기다릴게요! 그동안 친구가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황정은 : 마지막 방송이 7월에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들 놀라셨던 것 같아요. 다들 어떠셨어요? 종영이 결정된 후에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 듣고 싶습니다.
오은 : 처음에 소식 듣고는 이런 거 있잖아요. ‘올 것이 왔구나.’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고 처음에 약간 자기부정을 하는 마음처럼 시원섭섭하다고 스스로 감정을 정의한 거예요. 섭섭하지만 거기 안에는 시원함도 있다. 말하는 사람으로서의 한 시기가 끝난 것일 수도 있고. 그런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울화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울음과 화가 같이 있는 감정이구나 싶었는데, 제가 지난 방송 녹음할 때도 안 울었거든요. 그런데 지난주에 '삼자대책'을 들으면서 엄청 오열했어요. 목전에 다가왔다, 코앞까지 뭐가 왔다, 이런 느낌이 들어서 그때 한바탕 울고. 그 이후에는 한 번 울 필요가 있었던 걸 스스로가 감지하게 돼서인지 수용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다시 마지막 방송 올 때 생각하니까 ‘이게 수용이 수용인가? 이 끝이 온당한가? 이렇게 끝나는 게 맞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자꾸 자꾸 떠오르려고 해서 비틀비틀한 걸음으로 여기까지 걸어온 것 같습니다. 명명하기가 불가능한 감정의 어떤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황정은 : 저는 <책읽아웃>에 합류한 지 2년 9개월 정도 되었잖아요. 저 말고 다른 분들은 거의 7년을 제작진으로 한 팀으로 일을 해오셨단 말이죠. 저는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 오은 작가님처럼 시원섭섭한 마음이 사실 있었어요. 집중하고 싶은 원고 작업도 있었기 때문에 지금일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언젠가는 올 때가 지금 와버렸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한 이틀 3일 지나고 나니까 오은 작가님처럼 정말 울분 같은 것들이 막 솟구치면서 ‘이 방송을 애써서 정성껏 매회마다 준비를 해온 사람들이 이것보다는 조금 더 좋은 마음으로 이 방송을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너무너무 속이 상했고. 그보다 자책이 컸던 것 같습니다. 댓글로 미안하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잖아요. 저는 그렇게 미안하다고 말하게 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마지막 방송 공지가 나가고 이제 한 달 정도 되었잖아요, 그 기간 동안에 내 마음이 어떤지를 잘 살피지 못한 것 같아요. 지금 같이 앉아 계신 분들도 다들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속상해요. 사실은.
오은 : 속상하다란 말이 속이 상하는 거잖아요. 저도 속이 상하는 게 느껴지는 거예요. 몸이 반응하는 게 있잖아요. 그냥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뭔가 해소되지 않고 약간 곪는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남아 있는데 이게 뭘까 생각하니까 속이 상하고 있는 과정이더라고요. 그 도정 안에 제가 발 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 두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감정을 충분히 느낄 시간적 여유나 심리적 여유가 없었어요. 처음 '삼자대책' 식구들이 종영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다음으로 우리가 했던 건 다음 아이템 이야기였거든요. 그럼 우리 마지막 게스트로 어떤 분을 모시면 좋을까? 끝까지 우리 멋있게 타올라 보자! 이런 얘기를 하면서 섭외를 하고 방송 준비를 했던 기억이 있어요. ‘마무리를 잘해야 된다. 잘 끝내야 된다’는 생각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는 게 잘 끝내는 걸까? 잘 끝낸다는 건 뭘까? 의문을 갖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오늘 오면서 생각한 것은 잘 끝나는 데 용기가 필요하구나라는 거였어요. 우리 모두가 맞기 싫은 마지막이지만 용기를 내서 이 자리에 와서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마무리할 시간을 길게 줬으면 내가 더 못 견뎠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정신없이 후다닥 지나가야 내가 이걸 끝낼 수 있지, 나한테 원껏 정리를 해보라고 했으면 감정에 파묻혀서 정신을 못 차렸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단호박 : ‘사후의 의미부여’라는 이야기를 누가 편지로 써준 적이 있거든요. 사후의 의미 부여까지 포함이 되어야 ‘끝’인 것 같아요. 끝이 있고 끝 후에 의미부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끝이 계속 바뀐다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저는 계속 끝을 내는 과정에 있을 것 같습니다.
캘리 : 마지막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아깝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제가 대본을 쓰고 출연을 하고 참여하고 있는 방송이니까 들 수 있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제가 너무 좋아했거든요. 이 프로그램을. 그리고 참여하면서 자랑스럽고 뿌듯한 적도 정말 많았고. 저의 어떤 정체성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던, 되게 소중한 일이에요. 과거형으로 말을 못하겠네요. 그래서 아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좋은 방송이 이렇게 없어지는 건 너무 아깝지 않나, 이거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해, 이런 생각을 했어요. 영원히 오지 않을 끝이라고 생각은 안 했지만 조금 더 우리가 해온 것을 기념하고 충분히 만나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해요.
이지원 : 저도 캘리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깝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고. 사실 아직도 감정 정리 안 끝난 것 같아요.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스튜디오에) 왔기 때문에 정말 정신없이 지나가거든요. 그래서 이 방송의 녹음까지 다 끝나면 뭔가 생각할 시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황정은 : 저는 사실 <책읽아웃>에 제작진으로 참여 하면서 책을 소개하는 코너를 만드는 과정도 그랬고 저자 만나서 인터뷰하는 일도 점점 더 좋아졌거든요. 방송을 매번 정성껏 준비 하고 대화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이 자리에 2주에 한 번씩 왔단 말이죠. 그리고 제 자신이 저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저자들이 와서 이렇게 마음껏 자기 책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가 않아요. 지금 독서 팟캐스트가 그래도 남아 있습니다만, (그런 자리가) 많지 않아서 저는 이 방송을 진행하면 할수록 내가 이렇게 흔치 않은 자리를 여는데 몫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좀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대단히 즐거웠거든요. 그래서 캘리 님 말씀처럼 아깝다는 생각이 저도 많이 들었어요.
오은 : 정은 작가님이 3년 가까이 하시면서 들었던 감정 있잖아요. 만나러 올 때 설레잖아요. 오늘 작가님 만나고 대화 나눌 생각에 부풀어 오르는 그런 마음. 저한테는 일이기도 했지만 일보다는 뭔가 배움의 기회나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즐거움을 서로 주고받는 그런 자리가 바로 이 현장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후폭풍이 더 크지 않을까라고 지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황정은 : 지금 오 작가님 말씀 들으니까, 이 마음이 살짝 실연하고도 좀 닮은 것 같아요. 저는 매번 인터뷰하러 올 때 그 작가의 책과 사랑에 빠진 채로 오거든요.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고 이미 사랑하는 상태로 이 자리에 2주에 한 번씩 왔단 말이죠. 이제 집에서 혼자 책을 읽으면서 저 혼자 사랑을 간직하고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사랑을 표현할 기회가 여태까지 했던 것처럼 있을까, 저는 그게 너무 아쉬운 것 같아요.
오은 : 저희가 신간만 읽는 게 아니라 예전 작품들도 들여다보면 이 작가님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 궤적이 보이잖아요. 그거야말로 정말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더라고요. 아,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이런 징검돌들이 있었구나. 이런 것들을 발견하고 한 사람의 삶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문학 인생을 저희가 아주 가까운 독자로서 볼 수 있었던 게 엄청나게 커다란 기회였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어요.
이지원 : 미스티hh님이 남겨주셨습니다.
사실 미스티hh라는 이 이름은 팟빵에 가입하면서 큰 고민 없이 만든 것이지만 이 이름이 가진 정체성은 <책읽아웃>을 들으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까지 저는 ‘일 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사람’ 중 하나였는데, <책읽아웃>을 들으면서 어느덧 내 취미는 독서야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와중에 미스티hh 라는 이름은 <책읽아웃>을 통해 세상에 수없이 많이 불리기 시작했거든요. 곧 저를 이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만나지는 사람들도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그저 이름의 스펠링 중 하나인 h를 한번만 붙일 걸 번거롭게 했구나 얼마나 생각했는지 몰라요ㅋㅋ) 그러니까 <책읽아웃>이 저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주었다 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감상적이라거나 어떤 은유 같은 게 아닌 명확한 진실 같은 것이죠.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떻게 이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마지막 인사를 해볼까 합니다.
저도 몰랐던 저를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이름을 불러주며, 함께 이야기 나눠 주신 것 감사합니다. <책읽아웃>과는 이제 만날 수 없겠지만 책과 <책읽아웃> 가족들과 작가님들과 함께 듣던 청취자님들과 만나 저는 많이많이 행복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즐겁게 살다가 또 어딘가에서 만나 뵙길 바래봅니다. 또 만나요…!
황정은 : 지난 방송에서 단호박 님이 <책읽아웃>을 만들어온 지난 시간들이 어떤 시기나 시절이 아니라 시대로 여겨진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저도 인상 깊게 그 말을 들었는데, 얼마 전에 오은 작가님이 SNS에 ‘한 시절이 또 이렇게 지나간다’라고 쓰셨다면서요. 다른 분들한테는 이 시절이 어떻게 기억될 것 같은지, 그 이야기도 좀 나눠보고 싶습니다.
캘리 : 늘 생각했지만 <책읽아웃> 제작진이 6명 7명이 아니라 청취자 분들이 동료라고 정말 마음 깊이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우리 방송을 듣고 귀한 말씀을 또 해주시고 나의 삶이 변화했다고 말씀을 해 주시는 걸 보면 이분들이야말로 우리의 동료가 아니면 누가 동료란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그래서 저는 <책읽아웃>을 했던 시간을 굉장히 많은 동료들을 만난 시간으로 기억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지금 이 스튜디오에 같이 앉아 계신 분들과 동료라는 이름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 너무너무 행운이었다고 생각하고 너무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스튜디오 바깥에도 그렇게 귀한 동료들이 곳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좀 덜 외로워지는 것 같아요. 이게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막 외로워졌었는데 ‘아니지, 있지. 동료들 계속 만나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지원 : <책읽아웃>을 2017년 10월에 시작했잖아요. 그때 제가 20대 후반이었는데 이제 30대 초반이거든요. 그때 거의 사회생활 1년차 정도 됐을 때여서 약간 저의 사회생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사회생활의 시작을 <책읽아웃>과 함께한 거잖아요. 정말 너무 많은 걸 배웠고 너무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너무 감사해요.
그냥 : 굉장히 환대받았던 시기로 기억될 것 같아요. 사랑을 이렇게 조건 없이 주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구나, 그걸 정말 많이 느낀 시절이었고. 우리 팀원들 다 똑같은 마음을 느꼈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가끔 끝을 생각해 볼 때마다 지금 이 시절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면 어떡하지? 그러면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지? 그런 두려움도 있었어요. 그래서 부정하려고 애도 많이 썼는데,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제 삶의 가장 좋았던 시절일 수도 있겠죠. 앞으로는 더 어두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시절이 있었던 게 얼마나 다행이고 얼마나 감사한 일이고 얼마나 운이 좋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오은 : 저는 처음에 <책읽아웃>에 인터뷰이로 출연 했어요. 그리고 인터뷰어가 되어서 진행하게 되었는데 ‘인터뷰라는 말은 사실 대화를 영어로 한 것과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 봐야 되는 거고, 그 행간에 실린 의미 같은 것들을 알아채는 시간도 필요하고, 그 사람의 의중을 읽어낼 어떤 의지 또한 필요한 것이 대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어려움이 너무 가치 있게 느껴지는 거예요. 이 사람과 잠깐 어떤 교감이 있었다, 어떤 부분에서 우리가 만났다, 이런 걸 느끼는 순간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우리가 배부르다는 표현을 쓰는 것처럼 마음부른 거예요. 밥값했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뭔가 다른 세계에 발을 잠깐 들였다가 나온 사람처럼, 그리고 그 세계 때문에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대화의 희열과 기쁨을 만끽하게 해준 저의 아주 중요한 30~40대 이정표가 되어줄 것 같고. 책이 한 권의 세계인 것처럼 대화도 한 편의 세계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만든 시간이어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최근 한 5년 동안에 전국에 있는 학교나 도서관에 강연을 하게 되면 항상 시인 다음에 나오는 정체성이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진행자’였어요. <책읽아웃> 진행자라는 게 저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거예요. 너무너무 감사하죠. 그래서 제 한 시절을 ‘말하는 사람’ ‘대화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아주 소중한 매개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황정은 : 캘리 님하고 불현듯 님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너무 멋지고 근사하게 얘기를 하셔서 제가 더 덧붙일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저도 오은 작가님처럼 인터뷰이로 왔다가 인터뷰어로 이 자리에 앉기 시작했거든요.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저만 아는 어떤 동기가 있었어요. 세상에 아직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거든요. 해소되지 않는 뭔가가 있었는데 마치 제가 그걸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제안이 와서 길게 고민하지 않고 하겠다고 대답을 드렸어요. 와서 얼레벌레 어영부영 인터뷰를 하면서 수많은 저자들을 만나왔는데 정말 배운 게 많아요. 저는 세상에 관심이 참 많은데, 한 사람이 세상을 감각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저자들이 자신의 작업으로 내가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혹은 돌아보지 않았던 구석구석을, 그런 이야기들을, 얼굴을 보면서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는 저자의 표정을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가 지난 2년 9개월 동안 누렸다는 것이 아직도 좀 믿기지가 않습니다. 사실은 그래서 매번 올 때마다 되게 설레면서 왔어요. 사랑하면서 왔고. 캘리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섯 사람뿐만이 아니라, 다녀가신 분들도 있고, 그 분들뿐만이 아니라 방송 바깥에서 방송 들어주고 좋아요 눌러주시고 구독해주시고 또 댓글로 의견 달아주시고 이런 분들을 저도 다 동료로 감각 했거든요. 이 세상에서 나와 같이 책을 읽는 사람들, 이런 분들을 만날 기회를 제가 2년 9개월 누렸습니다. 뭐라고 정리하기엔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고마워요. 이런 일을 경험할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단호박 : 저는 시대라고 잘못 이야기했는데 제가 <책읽아웃>을 시대만큼 크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라는 걸 그 실수를 통해서 깨달은 것 같아요. 아까 사후의 의미부여 얘기를 했지만 결국에는 이 시절이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도 나중에 의미부여를 통해서 색이 좀 더 달라질 것 같거든요. 지금으로서는 정말 저도 많이 배웠고 돈을 받으면서 이렇게 배울 수 있었던 곳에 오래 운 좋게 있었다는 것이 정말 기쁘고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냥 : 공룡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에 오디오 콘텐츠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대인 관계가 어려워지고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아져서요. 그 중 하나가 <책읽아웃>이었고, 저도 일종의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어 책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동안 남겨주신 이야기들이 제 몸 속 어딘가를 맴돌며 살아갈 것 같아요.
오늘 올라온 삼자대책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조금 미뤄 들으려고 합니다. 마음이 쓸쓸해질 것 같아서요.
그동안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오은 : 벌써 1부를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를 말하기가 지금처럼 아쉬웠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그래도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으니까 아직 슬퍼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내일은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책읽아웃>의 많은 순간들과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겠죠.
황정은 : 네, 그러면 오늘은 이만 안녕을 하고 내일 이 시간을 다시 이어보겠습니다. 내일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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