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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현 “『묵계』, 15년이 걸린 이야기”

『묵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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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둠의 세력이 몸부림을 치면서 위로 올라오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구상했던 거거든요. 그 세력, 가족의 일대기를 조명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2024.06.13)


묵계(默契). ‘말 없는 가운데 뜻이 서로 맞음. 또는 그렇게 하여 성립된 약속.’

정조 말기, 조선의 한양은 돈의 흐름을 꽉 쥐고 있는 ‘인왕산패’로 인해 재편되는 중이다. 감히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고관대작에게까지 영향력을 끼치는 조직이 인왕산패로, 이곳의 대주 ‘하우도’는 양반 출신의 책사 ‘이륜’의 활약 덕분에 지금껏 조직을 무사히 확장해왔다. 오직 한 가지 걱정은 하나뿐인 아들 ‘상익’의 그릇이다. 결국 우도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인왕산패는 큰 위기를 맡는다. 소설 『묵계』는 우도와 그의 아들 상익, 이륜과 그의 아들 ‘강하’를 중심으로 인간의 온갖 욕망과 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암투를 그리는 이야기다.

소설 『역린』의 작가이자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연출한 최성현 감독이 『묵계』를 구상한 것은 15년 전이었다. “한 가족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싶었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야기를 마침내 세상에 내놓으며 그는 이것을 “내 생각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온전한 내 설계도”라고 말했다. 소설을 선택한 데에도 그런 “완전한 내 이야기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조선을 지나,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 이후의 서울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영화는 그룹 사운드 합주 같다. 다른 사람들의 천재적인 감각과 어울려서 동반자가 되는 느낌이 영화에 있고, 그럴 때의 만족감이 있다. 반면 소설은 원맨 밴드와 같다. 원맨 밴드의 장점은 피아노도 내가 치고, 드럼도 내가 하고, 효과음도 원하는 대로 넣어가면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걸 꺼내는 것이다. 소설처럼 음식 재료 준비부터, 요리와 설거지까지 온전히 내가 한다는 재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몸부림 치는 가족사

소설을 어떻게 처음 구상하셨는지, 그 순간이 궁금해지는 작품이었어요. 

2010년부터 준비한 거예요. 꽤 됐죠. 사실 『묵계』를 준비하면서 파생된 것이 『역린』이었고요. 제가 제일 먼저 건드려본 조선 사극은 『묵계』였습니다. 그것이 세월을 따라 버전을 달리 하며 계속 업그레이드 돼 온 셈이죠. 어떻게 보면 가장 최신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책으로 출간했다고 볼 수 있어요. 여기까지 업그레이드를 한 순간, 이것을 소설로 먼저 꺼내보자고 생각했던 건데요. 그 이유는 너무 간단하지만, 완전하게 내 생각 그대로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렇다면 집필 기간은 어땠나요? 왠지 굉장히 빠르게 작업하셨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집필 기간이 참 애매하죠.(웃음) 15년이 걸렸다고 할 수도 있고요. 이야기를 정리하고 소설 문체를 만들면서 소설화 하는 데는 한두 달 정도 걸렸으니까요. 그렇지만 집필 기간을 두 달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것 같아요. 기존에 있던 덩어리를 소설화 시킨 거라서요.

초고 버전과 거의 15년이 지나 책으로 정식 출간이 돼서 나온 버전이 얼마나 다른지도 궁금해지네요. 

느낌은 많이 비슷해요. 배경도 마찬가지고요. 어느 어둠의 세력이 몸부림을 치면서 위로 올라오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구상했던 거거든요. 그 세력, 가족의 일대기를 조명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제가 영화 <대부>를 좋아하는데요. 『묵계』를 쓰고자 했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 와중에 역할은 조금씩 계속 바뀌었죠. 이름도 거의 안 변했거든요. ‘우도’ ‘강하’ ‘문정’도 그대로고요. ‘이륜’이 처음에는 ‘조륜’이긴 했어요.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이전에 쓴 것과 다르게 연결시켜서 써볼까, 뒤흔들어 놓으면 좋아질까, 하는 식의 고민이 계속 이어져 왔던 거예요.

제목은 어떨까요. 처음부터 『묵계』였나요? 

네, 제목은 안 바뀌었어요. 제목부터 정해놓고 쓰기 시작했어요. 이 제목이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인물, 배경과도 어울릴 것 같았고요. 조선시대의 폭력집단 무리가 작전을 짜는 느낌과도 어울릴 것 같았죠.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감독님의 작업실 공간에도 조선과 서울에 관련된 책들이 엄청 많아요. 특별히 정조 말기라는 시기가 감독님의 흥미를 끌었던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시기적으로 터닝 포인트라는 점에 눈길이 갔어요. 1800년대는 조선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에 있어서도 변화의 시기였잖아요. 산업혁명도 그렇고요. 우리나라도 그때부터 변화가 많았거든요. 근대화라고 표현하기는 좀 그렇지만 조선 후반이 되면 여러 가지로 자유로워져요. 이전까지 양반과 상민의 구분도 분명했는데 이 시기부터는 다르죠. 소설을 집필하는 입장에서는 극적인 상상들이 자유롭게 들어가고, 현대적인 감각이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그 시대의 자료들을 찾아 보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씀처럼 이 시기에는 부유한 상인들도 많이 생기고, 그러한 돈 많은 대주들에게 권력도 꽤 생겼던 것 같아요. 그 앞에서 양반의 권위는 예전에 비해 흔들렸고요. 

조선 후반기쯤 해서는 확실히 기존의 양반 중심 신분질서로만 움직인 느낌이 아니더라고요. 돈 많은 역관도 등장을 하고요. 거기서 『허생전』 같은 이야기가 등장하잖아요. 박지원이 다루던 시대가 이때예요. 그래서 내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겠다, 흔히 사극에서 보던 고정적인 이미지의 조선이 아니라 별 일이 다 있었겠다,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상상으로 출발한 거예요.

『열하일기』도 보면 박지원이 되게 리버럴하거든요. 사람 자체가 그래요. 그냥 하인과도 친구처럼 지내는 거죠. 밥도 자기가 지어 먹고요. 그런 박지원을 보고 친구들이 양반이 뭐 하는 거냐고 타박을 하면 자신의 신조가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자기 먹을 밥은 자기가 씻겠다고 하거든요. 또 중국으로 가면서 하인과 나누는 대화도 그냥 현대예요. 하인이 게으름도 피우고, 생떼도 부리는데요. 그런 면을 보면 그 시기가 기존에 있던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하는 때였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러니까 말 그대로 저의 상상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역사적 사실의 틈에 새긴 작가적 상상력

소설에서 자본의 태동이라는 시기적 배경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잖아요. 지금의 자본주의처럼 완전히 돈이 중심인 것은 아니지만, 돈을 통해서 이전과는 다른 평등한 세상을 꿈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인물의 입을 통해 전달이 돼요. 쓰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셨던 거죠? 

약간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느낌이었는데요. 그 시기가 되면 돈으로 신분도 사고요. 장안의 제일 부자가 역관이고 그랬잖아요. 『허생원』에도 보면 역관에게 돈을 빌려 장사하러 다니는 이야기가 나오죠. 작가가 이야기 안에 그렇게 그렸을 정도면 이미 그런 식의 흐름은 당연한 거였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상상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그런 부분은 확신을 가지고 쓸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당연히 돈에 대한 개념도 연결시켜 쓸 수 있잖아요. 낮은 신분이나, 사농공상 중 공상에 속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고요. 엽전에는 신분도 없고, 혈통도 없다고 말이에요. 돈이란 신분이나 혈통과 달리 자기가 열심히만 하면 가질 수도 있는 것들이니까요. 이야기 속에 그런 개념을 넣고 싶었어요.

작품의 몰입도를 위해서는 이 시대에 대한 지극히 구체적인 요소를 담아내는 것도 중요했을 것 같거든요. 예를 들면 강하가 무관 시험에 탈락하기 직전에 조총 발사 단계를 외치는 장면이 나오죠. 그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어서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어요. 

작가의 생리가 그렇잖아요.(웃음) 그런 이야기가 들어가면 근사해질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그런 자료는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죠. 『신기비결』을 보면 조총을 다루는 방법이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요. 생각보다 조선시대에 임진왜란을 지나면서 총기에 관련된 연습도 많았고요. 전문 인력도 많이 양성을 했어요. 무관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죠. 흔히 칼과 활만 시험을 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총기도 다뤘거든요. 그런 것들이 다 기록으로 남아 있고요. 그것을 당연히 『역린』 때도 담았고, 그보다 먼저 『묵계』를 쓰던 2010년도에 장면을 써 두었었어요.


강하의 눈에 송상 대행수들의 잔칫상이 들어왔다. 

비단을 씌운 사촉롱과 양뿔로 만든 양각등이 곳곳에서 요란하고, 병풍들이 벽을 서고, 커다란 휘장으로 사방을 치고, 위로는 차일을 높이 치고, 평상을 수없이 이어 붙여 바닥을 다진 뒤에 기름 종이 유둔을 깔아 자리를 마련한 후원 마당의 가설 연회장.(234쪽) 


강하가 서역의 총을 가지고 암행하는 장면도 그래요. 먼저 연회장 풍경부터 보여주는데요. 기름 종이를 깐다거나 하는 식으로 장면 묘사가 굉장히 자세하죠. 

기존에 여러 사극에서 보던 것은 잔칫상을 크게 벌려놓고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는 건데요. 그것은 현대식이라고 하더라고요. 옛날에는 거의 개별 소반상, 독상으로 차림이 나왔다고 해요. 겸상을 하지 않는 거예요. 그 연회장 장면은 별감 놀이를 다룬 자료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기름 장막을 어떻게 치는지, 어떤 등을 다는지 나오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거기서 설명하는 양각등은 아무리 검색을 해도 구체적인 모양이 안 나왔어요. 그런 것은 그냥 설명으로만 이해할 뿐이에요. 그런 식으로 자세한 묘사들이 있는 자료들을 끌어 모은 다음에 제 나름의 상상력으로 배경을 만들어 보는 거죠.

완전한 창작의 영역이 아니라 역사의 기반 안에서 빈 틈을 채우는 일이라 더 힘들 것도 같은데요. 

힘들죠. 사극을 다룰 때는 늘 그런 생각이 있어요. 고증 오류라고들 하잖아요. 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그렇지만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그 고증은 또 확실한지 따질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그래요. 관련 서적도 내용을 하나만 보면 안 돼요. 어느 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다른 책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얘기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럼 가장 객관적인 자료를 봐야 하잖아요. 그래서 실록을 다 봐야 하죠. 실록조차도 정권에 따라 각색이 있거든요. 가령 숙종 실록을 볼 때도 노론이 권력을 잡았는지 소론이 잡았는지에 따라 내용이 달라요. 사관의 의견이 저마다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사건도 전체적인 상황을 보려고 애를 쓰죠. 하여튼 되게 벅차요.

그래서 불안이 커요. 자료를 봐도 과연 확실할지 계속 불안하고, 의심을 갖게 돼요. 관심 가는 부분이 있어도 계속해서 다른 자료를 찾는 이유인데요. 결국 힌트만 찾는 거고요. 수없이 찾다 보면 저도 추정을 하게 되거든요. 사실 역사 자체가 추정하는 거기도 하니까요. 작가는 거기에 당연히 비약과 상상을 넣는 거죠.

400쪽이 안 되는 책이지만 이면에 쌓인 참고문헌은 수백 권이 될 수도 있겠어요.

15년이니까요. 그런데도 구체적인 단어 몇 개에 막힐 때도 많아요. 그런 것이 숙제로 계속 남아 있죠. 아주 단순한 것도 그래요. 처음에 건배하는 장면을 넣었어요. “건배 합시다”라고 썼어요. 당연히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자료를 보니까 조선시대에는 ‘건배’가 없었다는 거예요. 거기서 확 꼬였죠. 출판사에 초고를 보내고 난 뒤에 있던 일이에요. 그래서 건배에 대해 열심히 찾았어요. 조선시대 음주 문화에 대해서 뒤졌죠. 그런데도 구체적으로 나오질 않았어요. 술잔을 서로 나누는 것을 ‘수작’이라고 한다는 것까지는 찾았고, 술을 마실 때 차리는 예의만 확인을 했어요. 정작 제가 원하는 단어가 안 나왔죠. “한 잔 할까요?”라든가 “건배합시다”에 딱 맞는 말이 없는 거예요. 결국 건배가 들어간 여러 그림들을 다 바꿨어요. 그냥 슬쩍 돌아서 한 잔 마신다, 하는 식으로요.



한양, 경성, 그리고 서울 

당시의 언어를 엿보는 부분도 매력적인데요. 그러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함께 느낄 수 있어요. 

기존에 나왔던 사극이나 드라마 대본, 역사를 다루는 책으로 공부를 많이 했고요. 제가 김훈 작가님의 건조한 문체를 좋아해서 그런 부분에서도 힌트를 많이 얻었어요. 그것들을 제가 좋아하는 대사 말맛과 섞는 거예요. 그래서 어떨 때는 과감하게 현대어로 가기도 했어요. 현대어를 사용했을 때 독자에게 전달하는 바가 더 분명해질 수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취사 선택을 했죠. 그럴 때 오는 느낌이 있으니까요.

캐릭터성을 줄 때 특히 그런데요. 멀티맨처럼 놀아야 하는 캐릭터가 등장할 때나 국면을 바꾸는 강한 무언가가 필요할 때는 과감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반면에 아주 정갈한 분위기로 가고 싶을 때는 그 느낌이 강하게 들도록 정교한 고어체로 갔고요. 가장 우선하는 것은 무엇보다 감정이에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임팩트를 고려해서 썼던 거예요.

캐릭터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작품 속 인물이 매력적이기 위해서는 복잡성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인물에게서 그런 면을 엿볼 때 감정 이입을 하게 되니까요. 예를 들면 강하만 해도 한심한 부분도 있고, 뜻밖에 아주 담대한 부분도 있잖아요. 감독님이 인물의 캐릭터를 구상하실 때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건 없는데요. 오래 쓰다 보니까 실패도 많았어요. 잘 썼다 싶은데 나중에 보면 단순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인물은 입체적이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영화로 가게 되면 분량이나 시간 배분 문제가 있어서 주변 인물들의 경우 의도적으로 납작하게 가야 될 때도 있거든요. 포커스를 한쪽으로 몰아서 관객들의 시선이 분산되지 않게 하려면 말이에요. 그런데 드라마나 소설처럼 조금 공간이 많은 장르를 할 때는 더 많이 다뤄볼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모든 인물을 입체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죠. 비록 엑스트라로 등장하더라도 말이에요. 악당 같지만 뭔가 코믹하거나 페이소스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월악산패의 ‘도라지’가 떠오르네요. 

도라지는 다들 좋아했어요.(웃음) 그동안 얼마나 많은 버전이 있겠습니까? 영화 버전, 드라마 버전 등 온갖 버전이 있었는데요. 도라지는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하여튼 그런 강력한 레이어가 있어야 돼요. 그런 요소가 쓸 때도 제일 재미있어요. 물론 나중에는 전체 톤을 고려해서, 아무래도 이야기를 주로 끌고 가는 인물들한테 조금 더 힘을 실어주게 돼요. 그때는 선택의 문제가 되는 거고요.

이륜의 아들 강하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참 좋았어요. 어리숙한 줄 알았던 인물이 담대하게 일을 해내기도 하죠. 한편 강하가 ‘성장캐’라면 ‘문정’은 완성형으로 보이거든요. 어릴 때부터 교육도 많이 받았고,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큰 상처도 안게 된 다음 등장한 인물이잖아요. 

제 작품 대부분에서 남녀 캐릭터에 약간의 차이점이 있는데요. 여자 캐릭터들은 주로 완성형이에요. 이미 모든 걸 꿰차고 있고, 모든 것에 통달해 있거든요. 그에 비해 남자들은 조금 어리석기도 하고, 좌충우돌 하면서 실수하고, 미안해하고, 배우는 인물이 많아요. 『묵계』도 마찬가지인데요. 여기 등장하는 여자들은 다 강해요. 일당 백이죠. 천하의 ‘우도’나 ‘이륜’도 우도의 아내 ‘하명혜’한테는 비교가 안 되죠. 너무 무섭잖아요.(웃음) 강하든 도라지든 나중에는 문정이한테 안 될지도 몰라요.

1권이 끝났어요.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나아갈지 궁금해요. 

계획하기로는 총 3부작을 구상했어요. 시대 배경으로는 세 개의 이야기고요. 그래서 1권의 부제가 ‘한양의 사람들’이고, 챕터 1인 셈이에요. 챕터 2는 ‘경성의 사람들’로, 구한말 시기를 다룰 거예요. 그리고 챕터 3은 ‘서울의 사람들’로, 해방 전후사를 다루려고 합니다. 지금 1권에 등장한 인물들은 3권이나 4권쯤에서 끝나겠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제 생각대로 되지는 않더라고요. 쓰다 보면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겠죠. 그러니까 장담을 못 내리겠어요. 다만 강하와 이륜, 이들 부자의 이야기는 3권-4권 분량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공간 배경이 같아요. 하나의 장소가 세 개 이름을 갖잖아요. 한양, 경성, 그리고 서울. 그 세 시기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요. 각 시기마다 또 다른 몸부림을 치는 하나의 가족사가 새로이 올라오겠죠. 시대에 맞춰서 명멸하는, 화려하게 올라갔다가 저무는 느낌을 담을 거고요. 많이 봐왔던 배경이겠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이야기를 고민하고 있어요.

영상작업은 어떻게 될까요?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계획은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절대 장담할 수 없죠. 특히 『묵계』는 소품 같은 작품이 아니라서 더 그래요. 일단 예산 자체가 많이 필요한 작품이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할 가능성이 좀 있어요. 『묵계』는 예산이나 이야기, 모든 면에서 제게 너무나 큰 작업이 됐어요. 영화로 가도 시리즈로 갈 수밖에 없고, OTT로 가도 큰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요. 어디서든 ‘텐트 폴’ 작업이 돼야 되거든요. 캐스팅부터 커져야겠죠. 일단 셋업 자체가 커져야 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이 이야기에만 온전히 매달릴 수가 없어요. 지금 해야 할 작업들을 먼저 진행하고 있고요. 그러면서도 저는 이걸 안 놓치고 싶다는 욕심이 많아요. 서랍 안에 넣어 놓지 않고, 다른 작업하면서도 계속 굴려보고 준비하고 해야 될 것 같아요.



*최성현

영화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 영화 「역린」과 「협상」의 각본가로 참여하였고,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각본 및 감독을 맡았다. 장편소설 『역린』(전2권)을 집필하였으며, 대하 장편소설 『묵계』를 썼다.


묵계 1
묵계 1
최성현 저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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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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