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는 매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를 찾습니다. 올해는 총 12명의 후보를 모아 6월 17일부터 7월 14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어떤 작가들이 있는지 만나볼까요?

ⓒ 이용선

젊은 작가로 선정된 소감

저는 좋은 일이 생기면 처음에 그것을 아주 납작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감각이 마비되는 걸까요? 문학상을 받을 때도 그랬고, 예스24의 젊은 작가전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라고 중얼거리면서 아직도 뭔가를 파악하는 중인데요. 감사하다는 말씀은 머리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도 수십 수백 번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목록은 독자들이 없었다면 애초에 성립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 시대에서도 꿋꿋하고 멋지게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탁월함이 범람하는 이 출판 시장에서 제 책을 선택해주셔서 더더욱 감사드립니다. 제가 잘 하겠습니다.

시집 『정신머리』의 제목

다소 짧은 기간 내에 책이 나와야 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제목에 관한 고민을 교정과 동시에 진득하게 하진 않았어요. 우선 편의상 표제작이었던 「건축」을 걸어두고 보긴 했는데요. 아마 2교지를 보던 때였을 거예요. 제가 제목을 바꾸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새롭게 조판이 된 시의 묶음체를 계속 읽고 살피다 보니, “건축”이라는 단어가 그저 보통 명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게다가 그 말이 수십, 수세기 동안 쌓아 올린 어떤 고유한 이미지를 제가 너무 쉽게 채가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독자라면 약간 배신감을 느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건축』? 슴슴한 제목 참 오랜만인걸? 단정하고 꼿꼿할 것만 같아… (책 구매, 집 가서 펼쳐봄) 뭐야?’ 하고요. (웃음) 물론 이 배반감 역시 어떤 낙차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재미있는 독서 경험의 일부가 되겠지만 그 낙차는 시편들에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집 제목에서 다시 뭔가를 암시하거나 숨기고 싶지 않았어요. 예스24 젊은 작가전이니까, 최초로 밝힐게요. 제가 후보로 생각한 제목은 총 세 가지였어요. 『새시대』, 『국어와 수면과 사랑의 신』, 『정신머리』, 그리고 편집부에서는 『창작수업』을 추가로 제안주셨습니다. 『새시대』는 제 필명과 더불어 이중적으로 읽힐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 첫 시집이기도 하고, 어떤 의미로든 저는 새로웁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국어와 수면과 사랑의 신』은 가장 마지막 6부에 실린 ‘신’ 연작의 제목을 조금씩 기워 합친 거예요. 이 시들에 대한 애착이 있어서 제목으로 잠깐 고려를 했었고요. 『창작수업』은 동명의 시집이 있기 때문에 별로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연찮게도 그 시집을 쓴 사람이 찰스 부코스키고요 ㅋㅋ) 결국 마지막으로는 『정신머리』가 남게 된 것인데, 사실 처음부터 그것이 제 시집의 제목이길 바랐던 것 같아요. 시는 정신spirit과 머리reasoning 그 둘 중 하나라도 마모되면 안 되는 것 같았거든요. 영혼도 필요하고, 육체도 필요해요. 이유도 모르게 미친 듯이 쓸 때도 필요하고, 한 줄 한 줄 고뇌하고 검열하면서 쓸 때도 필요하고요. 어떤 이율배반적인 시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제목인 것 같았어요.

사실 걱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정신머리’라는 말 자체가 속어이기 때문에, 그 안에 내포된 너무 많은 낙인들이 있잖아요. 그것의 일부 혹은 전체가 저와 제 시들을 무력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너무 강렬하니까… 놀림 받기도 쉽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자식 이름 지을 땐 생각 못 했는데, 초등학교 보내고 나니 너무 놀림 받기 좋은 이름이었다는 걸 나중에 깨닫기도 하잖아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어서 친구도 별로 없는데 지인을 총동원하여 수요조사를 하고, 스승님께도 여쭤봤어요. 답을 기다리는 동안 저는 집에서 혼자 가표지를 만들어서 민음의시 책에다 둘러보기도 하고요. 며칠 동안 서점 가판대를 상상하며 어떤 제목이어야 가장 사고 싶을까, 가장 흥미로울까,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이 시집다울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원고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저는 잘 풀리지 않는 때는 없는 것 같아요. 그건 뭐라도 쓰다가 중간에 막힌 아주 애매하게 기쁘고 슬픈 상태일 텐데요. 저는 비극적으로 아무것도 써지지 않거나, 너무 말도 안 되게 갑자기 모든 것이 써지거나 둘 중 하나일 때가 더 많습니다. 현재는 전자의 상황으로, 울거나 잠을 자거나 혹은 울면서 잡니다.

퇴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투명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를 생각해요. 포토샵에서 opacity 값을 조정하면 아주 미세하게 대상의 투과도가 바뀌잖아요. 하지만 실루엣은 그대로고요. 있는 그대로의 저를 표방하되, 어디까지 비춰질 것인가를 조금 많이 고민하게 돼요. 그런데 이게 고민해서 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에라 모르겠다 할 때도 정말 많고요.

글 쓸 때 사용하는 애착 물건

저는 대부분의 글을 손으로 씁니다. 연필로 쓸 때도 있고, 펜으로 쓸 때도 있고요. 주로 다이어리에 쓰긴 하지만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은 날이거나, 여분의 틈이 없다면 쓸 수 있는 아무것에다가 쓰기도 해요. 책을 읽다가 갑자기 뭔가가 떠올라서 그 책의 면지에 휘갈기기도 하고, 책도 안 읽고 일도 안 하려는 심보로 카페를 갔는데 또 뭔가가 떠오르면 휴지에 쓰기도 하고, 제 명함이나 책갈피에 쓸 때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제 다이어리에 씁니다.
그냥 생각 나서 말씀드리는 건데, 한 번은 다 먹고 버리려고 놔둔 피자 박스에다가도 뭘 썼던 적이 있어요.

자주 쓰는 단어

요즘은 “아니에요”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니에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괜찮아요” 이렇게가 콤보인 것 같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입니다.

상황 1
??? : 참새 님 ~ 요즘 너무 바쁘시죠?
나 : 아니에요 ㅎㅎ 그렇게까지 바쁜진 잘 모르겠어요. 아직은 괜찮아요.

상황 2
??? : 참새야 요즘 잘 지내?
나 : 어 ㅎ 사실 잘 모르겠어.
??? : 어디 안 좋아?
나 : 어? 아 아니 ㅎ 괜찮아

이 둘의 상황이 끝없이 변주되면서 한 반 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최근에 즐겁게 읽은 책

비밀이에요.

책을 고르는 기준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책이 이쁜지도 보고, 누가 썼는지도 보고, 어떤 출판사에서 냈는지도 고려하고, 얼마인지도 중요해요.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을 골고루 살피는 편입니다. 요즘엔 과학 분야의 책을 조금씩 사서 읽어보고 있어요.

요즘 가장 좋아하는 물건

화분입니다. 소소하게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거든요. 아름다운 화분에 엄청나게 집착하고 있습니다. 지상 최고의 화분을 가지고 싶습니다.

준비중인 작품

어떤 작품이 있다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능한 통로로 계속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저를 잃고 싶지 않아 했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글쓰기를 통해 가능해지면 좋겠어요. 그 일 자체가 제가 반드시 만들어야 할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정신머리

박참새 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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