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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마녀 수업을 시작한다! 준비물은 간절함과 용기

『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 이재문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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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추레한 모습의 노파와 낡고 낡은 아틀리에가 실은 삶의 고민을 함께해 주는 놀라운 마법의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2024.02.20)


적막하다 못해 음산한 골목, 거미줄 친 건물에 걸린 ‘마녀 아틀리에’ 간판이 깜빡거린다. 손님이라곤 도무지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가게에 발을 들인 세 사람. 이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고장 난 인형처럼 삐걱대며 찾아온 세 친구를 맞이한 사람은 회색 후드 티를 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는 기미가 가득한 할머니다. ‘이 할머니가 진짜 마녀라고?’ 반신반의하는 아이들의 눈앞에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이 펼쳐진다.



작품 콘셉트와 인물들이 독특하고 재밌습니다. 마녀 아틀리에라는 공간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어릴 적부터 마법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을 좋아했어요. 비밀이 숨겨진 신비한 공간 속에서의 환상적인 만남을 상상하기도 했고요. 남들이 보기엔 망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마녀 아틀리에는 저의 그런 취미 아닌 취미의 연장선 속에서 나왔습니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추레한 모습의 노파와 낡고 낡은 아틀리에가 실은 삶의 고민을 함께해 주는 놀라운 마법의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마녀 아틀리에에 방문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원고 무덤’에서 부활시킨 주인공들입니다. 세상에 내보내지 못한, 또는 내보낼 수 없는 원고들이 제 컴퓨터 하드디스크 깊숙한 곳, 일명 ‘원고 무덤’에 묻혀 있습니다. 비록 아직 빛을 보지 못했지만 하나같이 소중한 그 원고들의 주인공들을 한곳에 불러 모았습니다. 비록 한 작품의 원톱 주연은 될 수 없지만, 그들 모두 고통의 시간을 건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이 작품에서 연대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할 수 없어도, ‘우리’는 해낸 것이죠.

등장인물 가운데 누구에게 가장 애정이 가시나요? 한 명을 골라 스핀오프 소설을 쓴다면 누구의 어떤 이야기가 좋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마녀 할머니가 영국 유학하던 시절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모든 등장인물에게 애정이 깊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세 명의 등장인물들은 다른 원고에서의 주인공들이었고, 꽤나 긴 이야기를 각각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딱 한 명만 꼽기에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네요. 말씀 주셨듯이 마녀 할머니의 유학 시절 이야기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마녀 할머니의 모델이 된 분이 계십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고, 오며 가며 몇 번 스친 적만 있는 분인데 인상에 남았습니다. 그분을 영국에 모셔다 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는 작업이 벌써 기대됩니다. 또 한 명의 스핀오프를 기획한다면, 저는 도준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도준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결국에는 변했으면 합니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품고 싶습니다.

은서, 하람, 서윤 모두 마녀의 아틀리에에서 마법을 통한 변화를 경험합니다. 작가님에게도 살면서 이렇게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온 마법 같은 일을 겪은 경험이 있었나요?

일생의 변곡점은 누구나 마주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곡률이 눈에 띄게 가파른가 아닌가에 차이가 있겠습니다. 대부분은 평탄한 삶을 살기 원합니다. 인생의 굴곡이 심해 롤러코스터 타듯 하는 사람을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하고요. 소설 속 주인공들은 보통 굴곡진 삶의 당첨자들이기에 연민을 자아내거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내가 당했거나 당할 수도 있는 일을 그들이 대신 겪고 있으니까요. 한편 그 일을 직접적으로 당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을 것입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제 인생의 곡률이 제 딴에는 조금 가팔랐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찍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건대 불안도가 높은 사람에 속하거든요. 그래서 늘 살얼음 위를 걷듯 사는 면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초월적인 존재를 붙잡기도 합니다. 그 지점에서 저는 인생의 대반전과 운명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설계자가 제 인생의 시나리오를 써 놓은 것 같았어요.

등장인물들이 겪는 에피소드나 각자의 사정이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현장감 있어서 감정 이입이 깊게 됐던 것 같아요. 이야기를 만들 때 주로 취재를 많이 하시는지, 아니면 영화나 다른 데서 영감을 많이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인생이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삶이나 어른의 삶이나 삶은 삶이죠. 그런 점에서 어른들이 겪는 어려움을 아이들도 고스란히 경험합니다. 다만 나이나 직업의 유무 등에 따라 다른 형태의 고통을 겪는 것뿐입니다. 저는 판타지나 SF 소설을 좋아하지만, 현실에 닿아 있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설정이라는 가죽을 한 꺼풀 벗겨보면 현재의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제가 쓴 이야기들은 제가 만난 아이들이 겪고 있는, 또는 가까운 이웃이 당했던, 뉴스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진 사건들입니다. 저는 그 사건들에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또는 돌아봐야만 하는 지점들을 설정과 상상이라는 토대 위에서 고민하는 작업을 합니다.

작품 속에서 가장 공들여 쓰신, 또는 가장 좋아하시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인가요?

‘좋은 어른을 등장시키자.’ 작품을 쓸 때마다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원칙입니다. 아동 청소년 문학을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어른을 등장시킬 때가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세상에는 나쁜 어른이 많고 그 어른들이 아이들의 메인 빌런일 때가 흔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을 알아서 잘 자라라고 내버려 두고 싶지도 않습니다. 세상에는 분명 아이들의 조력자가 되어 줄 ‘좋은 어른’이 있으니까요.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는 좋은 어른 캐릭터를 등장시킵니다. 마녀 할머니도 그중 한 명이겠지만, 저는 미니 샘을 말하고 싶어요. 4장에서 은서가 미니 샘에게 물어보잖아요. 왜 잘해 주냐고. 그 장면이 마음에 남습니다. 특별한 자격 없이 서로에게 특별해질 수 있는 존재. 마냥 이상적이라고만 생각하고 싶진 않습니다.

실패해도 실수해도 괜찮다, 자기 손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세컨드찬스’가 반드시 온다는 메시지가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작가의 말’에서 미처 못다 한 말씀이 있다면 청소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자존감’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했습니다.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마음 등등 자존감을 설명하는 문장은 많습니다. 자존감이 꼭 필요하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살다 보면 자존감이 끝을 모르고 치솟기도 하고 바닥을 칠 때도 있습니다. 대체 자존감이란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자존감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힘.’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말아요. 슬럼프에 빠져 허덕이거나 내가 너무 못났다고 생각되더라도, 또는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요. 너무 잘하려고 할 필요도 없어요. 그저 버티기만 해 보자고요. 내가 너무 싫고, 이 상황이 너무 별로여도 꾹 참아 보아요. 그래도 너무 힘들면, 『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를 찾아요. 여기서 마카롱과 홍차 한 잔을 준비해 놓고 기다릴게요.

작가 이재문의 다음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신가요?

자전거를 좋아하는데요. 힘들 때 초코바 한 입이 다음 페달을 밟게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펼쳐보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위로가 담긴 글이요. 멀리도 아닌 딱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게 한다면, 제 글이 그런 역할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상 저의 원대한 계획이었고, 당장은 제가 먼저 설득되고 공감되고 마음을 빼앗길 원고를 쓰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인물의 마음을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겠지요. 제가 T 성향이 강한 편인데, F의 신이 강림하사 공감의 능력을 허하셨으면 합니다. (웃음)



*이재문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훨씬 많은 ‘학교’라는 나라에서 ‘어른’이라는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이들을 유심히 살피고, 이해하고,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이 나라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이야기로 쓰기를 좋아한다. 『어린이 시장 돌프』로 교보문고 동화공모전 대상을, 『식스팩』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몬스터 차일드』로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언니는 외계인』, 『히든: 꼴까닥 섬의 비밀』을 썼으며, 『바깥은 준비됐어』, 『친구의 친구』, 『장난이 아니야』에 단편소설로 함께했다.


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
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
이재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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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마녀 아틀리에

<이재문> 저13,500원(10% + 5%)

어서 오세요, 놀라움이 가득한 마녀 아틀리에입니다 적막하다 못해 음산한 골목, 거미줄 친 건물에 걸린 ‘마녀 아틀리에’ 간판이 깜빡거린다. 손님이라곤 도무지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가게에 발을 들인 세 사람. 이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자기가 저주 덩어리 마녀라고 믿는 은서, 일진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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