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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사랑의 자국을 따라서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 에밀리 보레 & 뱅상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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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음과 나 사이의 관계였다는 것, 아이들의 순수함이 아니라 어른들의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마침내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2024.02.13)

(왼쪽부터) 글 작가 에밀리 보레, 그림 작가 뱅상


아침에 잠에서 깬 아이는 울고 있는 엄마를 보며 오늘이 여느 날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불길한 예감으로 우리 고양이 ‘듀크’가 어디 갔냐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시선을 피하며 엉뚱한 이야기를 지어낸다.

2023 스위스 들레몽 베데상 파이널리스트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쓴 에밀리 보레는 네 살배기 아들에게 반려묘의 죽음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작업을 함께 해 오고 있는 파트너 뱅상과 두 번째 그림책을 만들었다.

듀크의 죽음 언저리를 빙빙 도는 대화를 나누며 엄마와 아이는 듀크의 뒤를 따라나선다. 하늘 위로 또 땅속으로, 남아 있는 사람은 도무지 가늠할 수도, 도착할 수도 없는 세계로. 가장 현명한 애도의 방식을 그린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의 작가 에밀리 보레와 뱅상을 서면으로 만나 두 사람이 안내하는 지극한 사랑의 자국을 따라나섰다.


 

#어느 아침, 고양이의 죽음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에밀리: 제 아들 뤼시앵이 네 살이었을 때 우리 집 고양이 듀크가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뤼시앵이 듀크를 정말 사랑했기에, 저는 차마 먼저 이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뤼시앵이 듀크에 대해 먼저 물어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는데… 절대 물어보지 않더라고요. 전에는 매일매일 듀크의 이야기를 했는데도 말이죠. 미스터리해요.

그로부터 3개월 뒤, 우리 가족은 위령의 날을 맞아 가족 공동묘지에 갔어요. 뤼시앵은 무덤 사이를 즐겁게 뛰어다녔지요. 그리고 다시 차에 올라타자마자 말했습니다. "듀크 어딨어?" 저는 온몸이 떨렸어요. 그리고 뤼시앵에게 사실을 말해 주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랫동안 침묵한 것이 부끄러웠어요. 며칠 후 어느 밤, ‘듀크 어딨어?(il est où diouke)?’(『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의 원제) 라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음과 나 사이의 관계였다는 것, 아이들의 순수함이 아니라 어른들의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저는 마침내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림책 파트너

두 분은 파트너로서 두 권의 그림책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함께 작업하게 되었나요? 

에밀리: 우리는 예전에 스위스의 한 신문사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어요. 그때 서로 좋은 느낌을 받았고, 뱅상의 그림을 좋아해서 함께 작업하게 되었어요. 뱅상은 스위스에, 저는 프랑스 서부에 살고 있어 삶 전반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되었지요. 책 사인회나 워크샵을 위해 자주 만나는 그 시간을 즐깁니다.

 

#만화와 말풍선

그림을 그린 뱅상에게 질문 드립니다. 주로 만평가로 활동했는데요, 만화 작업과 그림책 작업은 어떻게 달랐나요?

뱅상: 저의 작업이 그림책과 만화 사이에 있다는 그 감각이 마음에 듭니다. 그 사이에서 이야기에 특정한 리듬을 부여해 멈추어 생각하는 부분과 가속도가 붙는 순간을 만들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에게 망토를 건네는 순간처럼요. 만약 하나의 이미지로 그렸다면 표면적인 장면에 그쳤을 겁니다. 순차적으로 컷을 넣어 보여 주었기에 감정을 인상적으로 남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우리 슈퍼고양이

아들 뤼시앵이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도 궁금해요.

에밀리: 뤼시앵은 다섯 살 때 이 책을 읽었고, 우리는 듀크에 대해 정말 많이 이야기했어요. 뤼시앵은 책의 첫 페이지에 자기 이름이 있다는 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답니다.

저는 최근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었어요. 뤼시앵은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매우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 같습니다. "무척 슬프지만 우리는 할아버지와 함께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라고 말해 주더라고요.

두 분의 ‘슈퍼고양이’를 소개해 주세요.

에밀리: 듀크는 커다란 검은색 터키쉬 앙고라였는데, 위엄 넘치는 폭군 고양이였답니다! 어느 때는 왕자처럼 보이기도, 굼벵이나 작은 나뭇가지를 잔뜩 달고 돌아오면 부랑자처럼 보이기도 했지요. (웃음) 동네를 산책할 때면 마치 강아지처럼 우리를 따라나서서, 동네 사람들 모두가 듀크를 알았어요. 사랑스러운 먹보 고양이였습니다.

뱅상: 저는 사실 고양이를 키우지 않아요. ‘강아지파’에 가깝습니다. (웃음)

책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요?

에밀리: 아이가 엄마의 어깨에 슈퍼 히어로 망토를 둘러주는 장면이 좋아요. 이 장면은 뱅상의 완벽한 작품이에요!

뱅상: 아이가 엄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듀크가 아이 몸 위로 기어오르는 장면을 그리는 게 좋았습니다.



#요즘의 아침

두 분은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나요? 어떤 작업을 하며 지내고 있는지도 들려주세요.  

에밀리: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검은 고양이 코르보(프랑스어로 ‘까마귀’라는 뜻)에게 아침을 줍니다. 음식을 줄 때까지, 안아 줄 때까지 끊임없이 야옹야옹 하고 울거든요. 그러고 나서 제가 마실 커피를 내려요. 그런 다음… 역시나 안아 주는 걸 좋아하는 아들을 깨운답니다. 효우!

뱅상: 아침에 가장 먼저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습니다. 직업이 만평가이기 때문이죠!


#한국의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이 책을 만날 한국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에밀리: 듀크가 우리와 멀리 떨어진 여러분의 나라까지 여행하게 된 것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지구상의 우리가 같은 감정과 욕구로 연결되어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기쁩니다.

가수이자 피아니스트인 오빠가 2013년에 한국의 자라섬 페스티벌에 다녀왔는데 그 열기를 잊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좋아했어요.

뱅상: 즐겁게 읽어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약간의 눈물을 흘렸으면 좋겠네요.



*에밀리 보레

1984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2006년부터 스위스에 살고 있습니다. 프랑스 최고 예술문화교육기관인 에콜 뒤 루브르를 졸업했습니다. 문학과 예술사 전공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문화적 소통에 적극적입니다. 정체성의 문제를 유쾌하게 그린 『장 블레즈』에서 보듯이 익살스러운 문체가 특징입니다. 불어권 스위스에서 펴내는 풍자 주간지 〈비구스(Vigousse)〉에서 문화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아동서로 『부모님을 잠재우는 괴상한 이야기(Contes saugrenus pour endormir les parents)』, 『하얀 늑대 세르주(Serge le loup blanc)』 등을 펴냈습니다.


*뱅상

1979년 제네바에서 태어났고 에밀 콜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2010년부터 불어권 풍자 신문 [비귀(Vigus)]에서 만화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부터는 제네바의 일간지 [르 쿠리에(Le Courrier)]와 일하고 있습니다. 만화책 『로제 - 예술의 어린 시절(Rodger - L'enfance de l'art)』의 그림 작가이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
오늘 아침 우리에게 일어난 일
에밀리 보레 글 | 뱅상 그림 | 윤경희 역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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