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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팔레스타인에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G. 원혜진 작가)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75회) 『아! 팔레스타인』 『필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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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레스타인은 정말 참담한 상황이지만, 반드시 반전은 있고 반드시 희망은 있을 거라는 걸 믿고 싶어요. (2024.01.11)


팔레스타인을 방문하고 수년이 흘렀다. 마을 중앙도로는 아직도 열리지 않아 집회는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리나의 집에는 더 많은 최루탄과 실탄들이 쌓여 있을 것이고, 마을 길에는 더 많은 돌멩이들이 나뒹굴고 있을 것이다. 태어나면서 아이들은 최루탄 냄새가 삶의 일부가 되고, 유대인 점령촌을 향해 누가 더 멀리 돌을 던지는지 내기를 하는 것이 놀이의 일부가 될 것이다. 내가 만난 팔레스타인은 점령자의 폭력과 파괴가 만연한 비극의 땅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에게 무한한 친절을 베풀고 정을 나누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 만화가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길 소망해 본다.
“마리암, 이 만화로 당신과의 약속을 작게나마 지킨 것 같아요. 다음에 만날 때는 필리스트가 돌아오고 당신의 나라가 평화의 땅이 되어 있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원혜진 작가의 책 『필리스트』에서 읽었습니다. <황정은의 야심한책> 시작합니다.



<인터뷰 – 원혜진 작가 편>

오늘은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들려줄 분을 모셨습니다. 만화 『아! 팔레스타인』 그리고 『필리스트』를 쓰고 그린 원혜진 작가님입니다.


황정은: 자기소개를 부탁을 드립니다.

원혜진:  저는 그림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원혜진이라고 하고요. 그동안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요. 단편 만화 몇 편하고, 장편 만화는 오늘 함께 이야기를 나눌 『아! 팔레스타인』『필리스트』가 있습니다.

황정은: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만화로 두 차례에 그리셨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첫 번째 작업이 2013년에 바이북스에서 출간된 『아! 팔레스타인』이고요. 두 번째 작업이 2021년에 만만한 책방에서 출간된 『필리스트』입니다. 특히 『아! 팔레스타인』이 국제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 않습니까?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원혜진:  사실 책이 나오기 직전에 <오마이뉴스>에서 웹툰으로 연재를 했었어요. 연재 첫날 진짜 난리가 났습니다. 제 기준으로 그때 조회수도 폭발했지만 한 스무 개 정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출간을 하자고. 그래서 저도 놀랐죠. 생각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 관심이 많구나. 지금은 책도 많이 나와 있고 유튜브나 여러 매체에서 팔레스타인 이슈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하지만, 그때는 팔레스타인을 알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만화에서 그렇게 나오니까, 더군다나 첫 화에 되게 충격적인 장면이 들어갔어요,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의 관심도 많았던 것 같아요. 첫 날부터 메일을 많이 받았거든요. 영국이나 미국에서 온 독자의 메일도 있었고, 협박 메일도 있었어요. 외국에서 온 메일들은 고맙다는 이야기랑 만약에 번역본이 있으면 그 외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꼭 보여주고 싶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협박 메일은 ‘이스라엘은 착한 나라다, 네가 뭔데 이렇게 삼류 소설을 쓰냐, 네 연락처를 모사드에 알려줘서 끝까지 너를 추적해서 응징하도록 하겠다’ 이런 메일도 받았었습니다.


황정은: 지난해 10월이었죠.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땅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저희처럼 원혜진 작가님한테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원혜진:  사실 많지는 않고요. 유튜브 영상 하나 찍었고, 너무너무 힘들게 찍었는데, 사실 10년 전에 책이 나왔을 때 강연 요청이 많이 왔었어요. 그런데 하나도 안 했어요. 왜냐하면 자신도 없고, 저는 그냥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것만 하고 싶지 (사람들) 앞에 나가서 무언가를 할 자신이 없었고, 그리고 괜히 팔레스타인을 잘못 전달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리고 사실 팔레스타인 주제 자체가, 그때 너무 힘들게 작업하기 때문에, 제 역할은 거기까지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가자는 제노사이드 대량 학살이 이루어지고 있고… 너무 미안했어요. 내가 부족하고, 내가 앞에 나가서 말은 잘 하지 못하고, 그렇더라도 한 사람한테라도 더 이 이야기를 전하고 알려야 되는데, 나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라는 약간 비겁한 마음으로 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미안했고. 만약에 10년 전에 <책읽아웃>에 나오라고 했으면 저는 안 나왔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아직 부족하더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래도 나가서 한 사람한테라도 더 얘기를 해야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있어서 지금은 열려 있으니까 연락 주세요. (웃음)

황정은: 많이 불러주십시오. (웃음) 그런 마음으로 오셨을 것 같더라고요. 『아! 팔레스타인』이 2023년에 재출간됐지만 말씀하신 대로 11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서 방송에 출연하시기에 어떤 결심이 필요하셨을 것 같은데, 꼭 그런 마음으로 오셨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 부채감을 느끼셨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아! 팔레스타인』이 출간된 지 벌써 11년이 되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팔레스타인의 지금 상황은 11년 전과 비교해서 더 나아진 것이 없고요. 오히려 더 악화되었습니다. 작가님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혜진: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 왔고, 애초에 이스라엘을 건국할 때부터 그들의 목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다 땅에서 내쫓고 유대인만의 국가를 건설하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안에서 이 사람들(팔레스타인인)이 정말 힘들게 버티고 있었지만, ‘이 가자를 완전히 초토화시키고 죽이고 다 쫓아내면서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금 진행을 하고 있구나’ 그래서 너무 무섭고 너무 슬펐는데요. 또 한편으로는 이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을 잘 몰랐던 혹은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되고) 특히 아랍 쪽에서도 더 이상 (팔레스타인 문제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이 신경을 쓰게 되고, 외부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겠구나,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구나, 뭔가 방법이 필요하겠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상황이) 되게 끔찍하고 슬프지만 이후에 다른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게 이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이런 지옥을 겪으면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그런 상황이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프죠.


황정은: 팔레스타인 역사를 쫙 공부를 하시고 만화 작업을 해주셨는데, 워낙 정리를 잘해주셨어요.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팔레스타인 관련한 책 몇 권을 같이 읽었거든요.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원혜진 작가님이 『아! 팔레스타인』에서 정말 정리를 잘해주셨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예요. 팔레스타인의 역사가 계속해서 외세로부터 시달린 역사이기도 해서 온갖 그 외부 세력들, 등장하는 국가 이름도 되게 많고 권력자들 이름도 되게 많지 않습니까? 그들 간의 권력 다툼의 역사도 굉장히 길고 복잡한데, 그래서 팔레스타인 관련한 다른 책들도 상당히 어려운 편이에요. 그런데 원혜진 선생님의 만화를 먼저 읽으니까 이 만화 덕분에 그 책에 있는 인물이나 흐름이 훨씬 더 눈에 잘 보이는 거죠.

원혜진:  고맙습니다. (웃음)

황정은: 『아!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 이해에 정말 필수적인 책인 것 같아요.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팔레스타인 역사를 정리하면서 ‘우리가 너무 서구문명 중심의 역사 교육을 받아왔다’는 깨달음도 있다고 쓰셨어요. 그 얘기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원혜진:  우리가 그동안 계속 접해왔던 건 CNN을 비롯한 서구 언론을 통해서 들어왔었고 교육 역시도 서구 중심의 역사 교육을 받아왔었고요. 흔히 얘기하잖아요. 역사라는 건 유럽 중심 남성 중심의 역사고,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지배자들의 역사다.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고 그런 문화나 언론 안에서 우리가 살아왔기 때문에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이 만화 속에서도 ‘진’이 직접 팔레스타인에 가서 팔레스타인 역사 교수한테 얘기를 들으면서 깜짝 놀랐잖아요. ‘이제까지 내가 알아왔던 사실이 이게 아니었어?’라고요. ‘진’의 마음이 저의 마음이었고,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 분들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황정은: 서구 문명의 역사는 사실 식민주의 역사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는데도 피지배자가 아닌 지배자 입장의 역사를 더 많이 접해온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은 친미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한 나라잖아요. 그래서 이스라엘 입장의 이야기를 많이 접해온 것 같아요. 한국에도 물론 팔레스타인을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책들이 번역 출간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유대인 수난사 중에서 홀로코스트를 다루는 책들에 비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책의 가지 수나 양이 압도적으로 적단 말이죠.

원혜진:  비교를 할 수가 없죠. 예전에 비해서 조금 나아진 거지, 사실 아직은 많이 없죠.

황정은: 맞아요. 많다고 할 수가 없어요. 특히나 요즘 같은 때 이 불균형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황정은: 출판사 대표님이 원혜진 선생님을 설득하면서 이런 말을 하셨다고요. ‘팔레스타인은 중동의 한반도다.’ 그 말 그대로 팔레스타인의 역사가 한반도 역사와 매우 흡사하지 않습니까?

원혜진:  정말 많이 비슷하죠.

황정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약간 소개를 해 주시죠.

원혜진:  저희가 워낙에 친이스라엘 교육을 받아왔고 『안네의 일기』 『탈무드』가 필독도서였잖아요.

황정은: 맞아요. ‘유대인은 똑똑해, 천재야. 그 이유는 탈무드’ 이런 식으로요.

원혜진:  네. 그리고 이스라엘은 고난의 민족이고, 오히려 우리를 이스라엘에 투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고 문화적으로 그런 정서가 만들어졌었는데, 사실은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이 우리랑 너무 비슷했던 거죠. 역사적으로 좀 따져보면 근현대사 부분이 되게 비슷한 면이 많은데요. 190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 들어가기 직전에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밀약이 있었죠. 미국과 일본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고 해서 일본의 한반도 식민 지배를 인정해 주는 밀약이 있었고요. 비슷한 시기에 팔레스타인에서는 팔레스타인의 땅에 유대 국가를 세우게 해주겠다는 영국과 시오니스트들 간의 밀약이 있었습니다. 그 밀약이 유명한 벨푸어 선언인 거죠. 여기서부터 이렇게 비슷하고, 그다음에는 식민 지배를 받고 독립운동을 하고 유엔에 의해서 강제로 땅이 분할되고 전쟁, 민중항쟁까지… 역사의 맥락을 거의 비슷하게 따라왔거든요. 더군다나 87년 6월 항쟁이 있었을 때, 같은 해에 인티파다라는 민중항쟁이 일어났죠. 단지 팔레스타인뿐만이 아니라 아랍 여러 나라들까지 영향을 미친 비폭력 민중항쟁이 그 해에 있었거든요. 우리가 (팔레스타인과) 접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팔레스타인과 현대사 부분이 닮아 있는 점이 너무 많은 거죠.

황정은: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한국 역사와 비슷합니다.

원혜진: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이스라엘 역사와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는지…  얼마나 슬픈 일이에요?

황정은: 여러모로 ‘만약 해방되지 않고 한반도에서 일제강점기가 이어졌다면?’이라는 가정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원혜진:  그러면 우리의 모습이 지금 팔레스타인 모습이겠죠.

황정은: 네. 현재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보면 ‘해방되지 못했다면 이 땅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만큼 외세에 시달린 점이 많이 닮았어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87년에 있었던 1차 인티파다는 한국의 87년 6월 항쟁을 떠올리게 하고요. 그런데 6월 항쟁 있었을 당시에 1차 인티파다가 한국에 그렇게 많이 알려진 것 같지가 않거든요.

원혜진:  저도 전혀 들었던 기억이 없어요. 이 공부를 하면서 ‘아, 진짜?’ 하고 알게 됐죠.

황정은: 맞아요. 이후로도 87년에 팔레스타인에서 있었던 1차 인티파다를 오랫동안 한국 사람들이 몰랐던 이유가 87년 6월 항쟁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정치 권력이나 언론에 의해서 많이 걸러졌던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저는 좀 하게 됐고요. 82년에 있었던 사브라 샤틸라 민간인 마을 학살은 광주를 생각나게 합니다.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더 『아! 팔레스타인』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원혜진:  팔레스타인을 향해서 그런 얘기도 해요. ‘이스라엘이 나라를 세우고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너네는 별로 노력하지 않았잖아?’ ‘힘의 논리야, 어쩔 수가 없어’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국가를 세우기 전에 영국의 식민통치 하에서도 다양한 독립 투쟁들을 많이 했었거든요. 저항도 많이 했었고. 이후에도 인티파다는 세계사에 전례 없는, 현대사에서 오랜 기간의 비폭력 저항 운동으로 알려져 있고요. 이것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싸우고 투쟁해왔는데, 우리가 그걸 전혀 모를 뿐인 거지, 그들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황정은: 『아! 팔레스타인』이 출간된 후에 팔레스타인에 가셨다고 하셨어요. 가보니 어떠셨어요?

원혜진:  일단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고 환대 문화가 곳곳에 있었어요. 그때 한류 열풍이 있어가지고 한창 <상속자들>하고 <꽃보다 남자>를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보고, 이민호 배우가 어마어마한 인기였어요. 가는 곳마다 (제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너무 좋아하고. 길을 가는데 어떤 여고생이 ‘혹시 한국분이세요?’ 하고 한국말로 또박또박 얘기를 하는 거예요. 너무 좋아하면서, 자기는 FT아일랜드 이홍기 팬이래요. 자기 친구는 샤이니 팬이고, GD 팬이고, 그러면서 한국말로 그 사람들 이름을 써달라고 해서 써줬어요. 그랬더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우리 여고생이랑 똑같아요. 막 행복해하면서 자기 꿈은 한국에 가서 케이팝 콘서트 보는 거라고, 그런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 얘기를 들으면서 좀 마음이 아팠어요. 왜냐면 팔레스타인은 이동의 자유가 없거든요. 팔레스타인은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허가증이 있어야 되고 허가증이 있어도 여러 단계의 검문소를 거쳐야 돼요.

황정은: 검문소가 곳곳에 있더라고요.

원혜진:  네. 고정 검문소도 있고 임시 검문소가 수시로 만들어져요. 아무 데나 그냥 딱 (경계를) 치고 군인이 서면 그냥 그게 검문소인 거예요. 그렇게 수시로 만들어져요. 그리고 운이 없으면 검문소가 안 열리기도 하고, 아니면 허가증이 있어도 통과시켜주지 않아요. 그러니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동의 자유가 없는 것이고. 또 여기는 (높이) 8m 콘크리트 장벽에 다 둘러싸여져 있잖아요. (길이) 850km라고 하는데 서안지구 길이보다 더 길다고 하더라고요. 그 장벽 안에 갇혀 있는 거죠. 그리고 그 장벽 위에는 군인들이 총을 들고 감시를 하고 있거든요. 이런 삶을 살고 있는데, 저도 가는 곳마다 검문소도 많이 거쳤지만 외국인은 그냥 프리패스죠. 여권 보여주면 그냥 가는데, 팔레스타인 사람들한테만 엄격하게 하는 거고. 그리고 저희가 쿠푸리깟둠이라는 마을을 갔어요. 나중에 『필리스트』의 배경이 되는 곳이거든요. 쿠푸리깟둠에 가게 된 이유는 마을 집회에 참여하고 올리브 농장에 가서 올리브 수확을 돕기 위해서였어요. 올리브 수확 철에 이스라엘이 되게 많이 방해를 놓거든요. 내 농장에 가는 건데도 ‘딱 3일 밤만 시간 줄게’ 하고 그때까지 못하면 끝이라고 하고, 사람이 많이 가야 되는데 딱 2명만 들어가라고 하는 식이에요. 그런데 그런 법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때그때 자기들 나름대로 규칙을 만들어놓는 건데, 그걸 어기면 벌금을 내거나 구금이 되는 일도 있는 거죠.

황정은: (쿠푸리깟둠 마을이) 서안지구잖아요. 그곳의 치안권이 이스라엘 쪽에 있고요.

원혜진:  자치정부라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자치할 수 있는 곳은 몇 프로 되지 않고, 나머지는 거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거니까요.

황정은: 맞아요. 오슬로 협정 때 주권이라고 할 수 있는 권리가 이스라엘 쪽에 많이 넘어갔죠.

원혜진:  거의 식민 지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협정이나 다름없었던 거죠. 오슬로 협정이. 저희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 그 마을에 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여기는 10년째 매주 금요일 집회를 하고 있어요. 그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고, 정착촌 옆에 있는 마을들은 대부분이 이런 집회를 하고 있어요. 정착촌은 밖에 있는 유대인들을 끌어들여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고 거기에 계속 마을을 짓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 메인 도로가 있는데 테러 위협이 있다고 해서 이 도로를 막아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팔레스타인인)은 도로가 없으니까 어디 갈 수가 없는 거죠. 산을 돌아가든 어디를 돌아가든 해서 가야 되니까 도로를 (막은 것을) 풀어달라고 계속 집회를 하고 있는 거죠. 저도같이 집회에 참여해서 최루탄도 엄청 많이 맞았는데, 아마 그 최루탄이 메이드인코리아였을 거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우리나라가 최루탄을 엄청 많이 수출을 하거든요. 그리고 서안 정착촌 문제가, 단순히 도로를 막고 땅을 뺏어서 사람들을 쫓아내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착촌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종교 성향이 강한 극우 시오니스트들이 많거든요. 이 사람들은 총을 들고 무장을 하고 있어요. (그게) 방어권이 아니라, 이들은 수시로 그 마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총을 쏘거나 농장을 불태우거나 하는 거죠. 백주 대낮에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죽였는데 그 사람(유대인)은 무죄를 받고, 오히려 시위에서 돌을 던진 소년은 군사법정에 가게 돼요. 군사법정에 가면 100% 유죄거든요. 어린 소년도.

황정은: 그래서 구금된 아이들도 많지 않습니까?

원혜진:  많죠. 이 친구들한테는 변호사나 부모를 대동하지 않고 그냥 히브리어로 된 자백서를 내미는 거예요. (그 아이들이) 히브리어를 어떻게 알아요? 그런데 무조건 사인하라고 하는 거죠. 사인하면 바로 구속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돌을 던진 아이 한명을 잡기 위해서 밤중에 군인들 수십 명이 돌아다니면서 아이를 끌고 가기도 하고, 제 만화에도 그 얘기가 나오는데 실제 그 마을에서 벌어졌던 일들이거든요. 이게 그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고 팔레스타인 곳곳에서 이런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는 거죠.


황정은: 한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랍과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이미지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하셨잖아요. 그 이야기도 좀 듣고 싶어요.

원혜진:  우리가 아는 정보는 정말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거의 서구 언론, 특히 CNN을 거의 뭐 받아쓰기하는 거였죠. 이스라엘 편에 서는 기사들을 고스란히 전해 듣고 있었고요. 그리고 이제는 편향을 넘어서 가짜 뉴스가 넘치잖아요. 최근에 대표적인 거는 하마스를 악마화시키는 뉴스들인 거죠. 하마스가 영유아들을 참수했다든가 여자들을 강간했다든가 그런 끔찍한 일들을 하마스가 했다고 하는데, 거의 다 가짜 뉴스로 밝혀졌거든요. 그런데 이게 유튜버들이 하는 얘기가 아니라 이스라엘이 공식 SNS에 그 가짜 뉴스를 막 올려요.

황정은: 맞아요, 공식 계정으로. 너무 놀랍습니다.

원혜진:  네, 공식 계정에 올려요. 그런데 나중에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그냥 삭제를 해버려요. ‘아니면 말고’인 거죠. 문제는 사람들은 이미 이제 그걸 믿고 있다는 거예요.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는 너무 광범위하고,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 편향된 정보뿐만 아니라 가짜 뉴스를 어떻게 우리가 선별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리나라의 가짜 뉴스도 판별이 안 되는데, 더군다나 팔레스타인에 관한 뉴스를. 관심 갖고 찾아보지 않는 이상 확인하기가 쉽지가 않은 거죠. 팔레스타인은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입장인 거니까 얼마나 억울할까, 그 생각을 하면 너무 끔찍하고 슬픈 것 같아요.


황정은: 『아! 팔레스타인』 후기에서 독자에게 받은 메일도 소개를 하셨어요. 미코 펠레드, 요나탄 섀피라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하셨는데요. 어떤 내용이었죠?

원혜진:  미국에 계신 독자 분이 메일을 보내서 알려주셨는데요. 미코 펠레드라는 사람의 집안이 유명한 시오니스트 엘리트 집단이에요. 이스라엘 독립 선언문에 서명까지 했을 정도의 골수 시오니스트고요. 미코 펠레드의 아버지는 이스라엘 군대 장성이고 중요 전투는 다 참여를 했대요. 그런데 지금 미코 펠레드는 은퇴하고 나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유지를 위해서 시오니스트들의 거짓말과 역사 왜곡, 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해서 양심 고백을 하는 강연을 하러 다닌대요. BBC에 나와서 이것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고,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했대요. ‘제발 내 이스라엘 정부의 만행을 멈춰 달라. 이것은 학살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제발 이 만행에서 구해 달라. 서양의 많은 대중 매체들은 왜 이스라엘의 이 잔혹한 만행을 보도하지 않고 못 본 체 하냐.’ 그러면서 간절하게 BBC에 폭로를 하고 호소했다고 하더라고요. 이것에 대한 영상도 있대요. 그래서 이 미국에 있는 독자 분이 말씀하신 게, 아무리 팔레스타인 얘기를 해도 사람들이 이스라엘 편이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의 억울함이라든가 이스라엘의 만행을 고발해도 믿지 않는데요. 그런데 미코 펠레드에 대한 영상 같은 걸 보면 그제야 설득이 되더라는 거예요.

황정은: 요나탄 섀피라 같은 경우는 작전에 참여했던 군인의 입장에서 양심 고백을 한 사람인 거죠. 그리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증언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접하고 나서야 미국 내에 친이스라엘적인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수가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작가의 말에서 소개를 하셨더라고요. 『아! 팔레스타인』 2권의 뒷부분에 실린 후기에 이 메일이 첨부가 되어 있고요. 해당 동영상을 볼 수 있는 QR 코드도 붙어 있습니다.


황정은: 『필리스트』 작가의 말에서 ‘2007년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 만화의 여정이 끝났다’고 하셨단 말이죠. 14년이 걸린 셈입니다. 저는 ‘여정이 끝났다’는 말에서 작가님이 쥐고 있었던 타인의 삶, 그리고 그 이야기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짐작을 해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요. 그래서 말입니다만, 작가님의 팔레스타인 여정도 혹시 다시 이어…

원혜진:  아… (한숨)

황정은: (웃음) 질문을 끝내기도 전에 한숨부터…

원혜진:  사실 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그 10년의 기간이 정말 고통스러웠는데, 사실 지금은 계획이 없습니다. 잘 모르겠고요. 그런데 만약에, 만약에 하게 된다면… 첫 번째 『아! 팔레스타인』이 팔레스타인의 슬픈 역사를 서술했다면, 두 번째 『필리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을 찾으려고 했어요. 만약에 세 번째 책이 나오게 된다면 그 한 가닥 희망이 현실이 돼서 팔레스타인에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은 정말 참담한 상황이지만 ‘반드시, 반드시, 반전은 있고 반드시 희망은 있을 거라는 걸’ 믿고 싶은 거죠.


황정은: 작가님을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한국에 돌아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기’를 바랐다고 하셨잖아요. 지금 한국에 머물고 있는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그 일에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원혜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세계는 이스라엘 편이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팔레스타인에 갔을 때 어떤 집에 초대돼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된 자리가 있었어요. 거기에 팔레스타인 평화활동가 분하고 같이 갔었거든요. 그 분이 인터넷으로 『아! 팔레스타인』을 보여줬더니 거기 있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거예요. ‘팔레스타인 역사를 한국에 있는 사람이 썼다고?’ 그러더니 그 야밤에 전화를 하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그 분이 방송국 임원이었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캐스팅이 돼서 며칠 후에 팔레스타인의 유명한 아침 방송 촬영을 하게 됐는데요. 그 PD님이 너무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고맙다는 얘기, 제발 자기들의 이야기를 해달라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절망뿐인 팔레스타인 사람들한테 자신들을 지지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굉장히 큰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모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점점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분명히 어떤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능성 하나쯤은 생기지 않을까.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아! 팔레스타인』『필리스트』 같은 책을 썼고요. 이 책을 본 독자가 팔레스타인평화현대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고 팔레스타인에 가게 된 일도 있었거든요. 당장은 이것이 크게는 안 보일지 몰라도 한 명씩 한 명씩 알아간다는 건 정말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정은: 그렇습니다. 저도 팔레스타인 책을 엄청 읽고 말이죠.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같이 나누는 것 외에 또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원혜진:  저는 요즘에 2주에 한 번씩 집회에 참여하고 있거든요. 시간 되시는 분들 집회도 참여하시면 좋으실 것 같고, 그리고 가자지구 피해 모금을 진행하고 있어요. 모금으로 함께 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중에는 BDS운동이라고…

황정은: 문화 보이콧 운동이죠.

원혜진:  네, 들어보셨죠? 이 운동이 지금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거든요.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Boycott), 투자 철회(Divestment), 경제 제재(Sanction)에 대한 건데요. 이게 실질적인 힘을 갖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이 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 그러면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같은 단체를 두드리면 거기에서 좋은 분들 만나고 같이 연대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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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스트
필리스트
원혜진 글
만만한책방
아! 팔레스타인 1
아! 팔레스타인 1
원혜진 저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바이북스
아! 팔레스타인 2
아! 팔레스타인 2
원혜진 저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바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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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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