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식물화가 한수정이 나무를 공부한 즐거운 방법

『나뭇잎과 스탬프』 한수정 작가 인터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나뭇잎 하나만 자세히 보아도 그 나무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습니다.”


나뭇잎이 예쁜 계절, 『나뭇잎과 스탬프』라는 취미 신간을 들고 찾아온 한수정 작가를 만나봅니다. 나무의 지문처럼 모양과 형태가 다 다른 나뭇잎을 잘 관찰하고 지우개 스탬프에 조각하는 방법을 아주 자세히 알려주는 책인데요, 저자를 만나 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하루 5분의 초록』 『나는 식물을 따라 걷기로 했다』라는 두 권의 식물 에세이를 쓴 저자세요. 이번에는 독특하게 실용서를 갖고 오셨는데 어떤 계기로 출간하게 되셨나요?

나뭇잎 스탬프를 오랫동안 만들었지만 책보다는 교육적 역할을 찾는 데 마음을 쏟아 왔어요. 어떻게 하면 나뭇잎 스탬프를 이용해 사람들과 나무를 이어줄 수 있을지가 늘 관심사였죠. 그러다가 지난해 <나무산책과 스탬프>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반인들과 산책하고 스탬프를 만드는 활동을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았고 많은 도움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스탬프를 직접 만들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교육적 효과를 체감하면서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왜 나뭇잎인가요? 식물 또는 나무의 부위가 다양한데 주제를 한정해 책으로 엮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책 서문에 이야기했듯 9년 전의 저는 나무 문외한이었어요. 아무 도움 없이 오롯이 혼자 나무를 알아가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커다란 나무 앞에 서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막막할 때도 많았고요. 그저 무작정 찾아가 사진을 찍기만 했죠. 그러던 중 스탬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나뭇잎에 주목하게 됐어요. 열매나 꽃보다 잎으로 스탬프를 만드니 신기하게도 그 형태가 머릿속에 쏙 들어왔어요. 잎의 형태를 인지하니 꽃이나 열매가 없어도 나무를 알아볼 수 있었고 나무를 알아보니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쉽게 관찰할 수 있었어요. 나뭇잎은 저에게 바로 ‘그 나무’임을 알게 해준 상징적 요소이자 나무와 친해지는 가장 쉬운 지표였죠. 그것이 시작점이 되어 정말 많은 나무들과 친해지게 됐어요. 

보통의 사람들도 저처럼 나무와 친해지기 힘든 부분이 있으리라 짐작돼요. 그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제가 발견한 방법을 나누어 나무와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한 장의 나뭇잎을 시작으로 나무에게 말을 걸고 다가가다 보면 어느새 어디서든 알아보는 사이가 될 거라고요.



지우개 스탬프 만들기가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대중적인 취미 미술이라고 하더라고요. 요즘 우리나라에도 그림 그리기, 우드카빙, 바느질과 뜨개질 같이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즐거움을 취미로 연결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스탬프’라고 하면 아직은 낯선 분이 많을 것 같은데, 취미로서 ‘지우개 스탬프 만들기’의 매력을 알려 주세요. 

스탬프 만들기를 좋아하게 된 건 제 성격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거창하게 크거나 잔뜩 벌려놓고 하는 일보다는 가볍고 쉽게 좁은 공간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좋거든요. 제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일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손바닥만 한 책상만 있으면 잠시 앉아서 할 수 있고 도구도 간단하며 재료도 크게 필요하지 않잖아요. 내 그림이 스탬프가 되어서 언제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좋았어요. 그림이 액자 속에 있지 않고 일상에 함께하며 늘 초록의 기운을 전해주니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길 수 있고요. 그림을 그리고 조각하고 찍는 모든 과정이 즐겁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함께 찍으며 나눌 수 있는 것이 가장 뿌듯해요. 

작가님은 에세이 저자이면서 식물화가이기도 하시잖아요. 식물화가가 만든 ‘스탬프 만들기’ 책이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책을 엮을 때 미술 전공자로서 더욱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사실 스탬프 만들기 책이라 하면 스탬프를 조각하는 부분에만 집중을 하기 쉬운데 저는 스케치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어요. 스케치가 좋아야 스탬프의 결과가 좋고 결국 이 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끌고 갈 수 있거든요. 스탬프는 명료한 선과 색을 표현하는 도구여서 스케치 라인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죠. 남의 도안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자연과 가까이하며 자연의 선을 표현하고 스탬프로 만든다면 그 과정의 충만함만으로도 일상에 큰 기쁨이 돼요. 

스탬프는 그 자체로 일단 내가 만든 디자인 제품이잖아요. 오래 소장할 수 있고요. 스탬프를 만든 후 활용하는 재미도 남다를 것 같은데 몇 가지 방법을 추천해 주세요. 

처음에는 나뭇잎 스탬프로 여기저기 찍고 만들기에 바빴어요. 종이에 찍어서 책갈피며 카드도 만들고, 옷감에 찍어서 앞치마, 키친 크로스도 만들었죠. 아이들 친구 생일 카드뿐 아니라 포장지에도 찍고 무지 스티커에도 색색으로 잎을 찍어 포장할 때 사용했어요. 최근에는 잎을 작게 만들어서 손수건에 패턴을 만들기도 하고 작은 열매들과 짝을 이루어 표현하기도 해요. 응용은 무궁무진하고 개인 취향에 달려 있죠. 잠들어 있던 상상력을 동원해서 일상 속에 소소한 시도를 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바라요.



출간 후 강연이나 클래스 요청이 많으시죠? 주로 어떤 분들이 스탬프 만들기를 배우고 싶어 하시나요? 강연할 때 생각나는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면 들려주세요. 

지난해 클래스를 열면서 다양한 직업군과 나름의 목적으로 수업을 들으시는 분들을 만났어요. 육아 중인 주부부터 농사를 짓는 분, 에디터, 회사원, 사회 활동가, 정원사, 미술 선생님도 계셨고요, 모두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오셨지만 나뭇잎 스탬프를 만드는 즐거움에 푹 빠지셨어요. 아마도 수업 후에는 모두 다른 방식과 이유로 활동을 이어가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중 기억에 남는 분은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셨는데, 수업 후 아이들과의 공원 산책이 더 깊어지고 즐거워졌다고 하셨어요. 나무 앞을 지날 때면 나뭇잎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고, 언젠가는 아파트 화단에 사는 백목련 나뭇잎을 관찰하고 싶어 산책로에 나갔는데 관리사무소에서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해서 잎을 하나도 볼 수 없어 속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관리사무소에 연락해서 나무 가지치기를 너무 심하게 하지 말아 달라고 처음으로 건의하셨대요. 전에는 백목련이 그 자리에 있는지 가지치기를 했는지조차 모르셨는데 말이죠. 작은 변화이지만 그분의 나무를 향한 행동력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었어요. 나무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내 환경, 생명에 대한 우리의 관점도 새로이 바라보게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제 수업의 목적을 온전히 이루어 주신 보람된 경우였지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독자들에게 더 전할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나뭇잎이 그 생을 다하고 발밑으로 뒹구는 계절이에요. 바스락바스락 발걸음마다 부서지는 나뭇잎들은 이른 봄부터 여름내 열심히 일하고 땅으로 돌아가는 중이에요. 나무를 바라보기 시작한 후로 이른 봄의 새싹부터 여름의 푸른 잎, 꽃과 열매, 땅으로 돌아가는 낙엽까지 이 모두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나무는 자연의 이치와 힘을 배울 수 있는 가장 가깝고도 묵직한 존재이지요. 여러분에게 나무를 바라보는 일이 아직 낯설다 해도 발아래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다 보면 잠시나마 그 세계를 엿볼 수 있답니다. 스탬프가 그 첫 단추가 되어줄 거예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그리고 만들며 내 주변의 생명을 새로이 만나보시길 추천해 드려요.




*한수정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졸업 후 아버지의 농장 일을 도우면서 식물에 관심이 생겼다. 식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진로를 모색하던 중, 영국 식물화가 협회 Society of Botanical Artists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식물화를 배웠다. 6년의 외국 생활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춘천에 자리 잡고 강원도립화목원의 협력 작가로 활동하며 나뭇잎 스탬프와 나뭇잎 포스터를 제작했다.
『하루 5분의 초록』 『나는 식물을 따라 걷기로 했다』 등을 집필하였으며 『헤르만헤세의 나무들』 『우리나무이름사전』 등에 일러스트를 담당하였다.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방황할 때 식물을 만났어요.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식물을 보며 다시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어요. 세밀화를 그리며 식물 관찰하는 법을 배웠고 산책을 하며 자연 안에서 행복해지는 법을 배웠어요. 만들고 또 만들어도, 찍고 또 찍어도 언제나 즐거움을 주는 나뭇잎 스탬프 덕분에 사람들이 나무와 친해지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미술과 자연을 엮는 재밌는 일을 찾아 자연이 주는 행복과 아름다움을 사람들과 오래도록 나누고 싶어요.”
 



나뭇잎과 스탬프
나뭇잎과 스탬프
한수정 저
도서출판가지



추천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나뭇잎과 스탬프

<한수정> 저20,700원(10% + 5%)

『하루 5분의 초록』 『나는 식물을 따라 걷기로 했다』 한수정 작가에게 배우는 자연을 꼭 닮은 나뭇잎 스탬프 만들기. 우리 나무 16종의 나뭇잎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그리고, 스탬프로 조각하면서 주변의 자연과 친해지고 스탬프 공예도 익히는 멋진 경험을 함께 해봐요. 미술을 전공한 숲 산책자인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