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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 집을 지은 이유

『아홉칸집』 차민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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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오래 머물며 쉼과 창조를 누려야 하는 공간, 날 행복하게 만드는 공간을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자꾸 떠올리고 생각해 봐야 가까워질 것입니다. (2023.08.31)

차민주 저자


건축 시공사 스튜가 하우스의 차민주 대표는 도시의 혼잡과 불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자 집을 지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웃과 정을 나누면서 집은 단순히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2021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최우수상을 받은 ‘아홉칸집’ 주인이 말해주는 집 짓기 여정을 통해 집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본다. 



‘아홉칸집’을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언젠가는 집을 지어 살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둘째 아이가 생기고 요즘 흔히 있는 층간소음의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아파트에 살면서 두 아이를 키우며 마주쳐야 할 숙제들이 많아졌고, 문득문득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탈출구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때는 예산도 부족했고 어린아이들 육아에 허덕이고 있을 때라 집을 지을 여유가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평범한 일요일 회사에서 건축한 용인의 한 주택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집은 목조주택이었고 아담한 평면이 3층으로 올려진 집이었습니다. 아들 둘과 부부가 살던 가정이었지요. 집주인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들어갔는데 잠시 차를 마실 겨를도 없이 저는 어린 두 아이가 다칠까 봐 뒤꽁무니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콧수염이 질서 없이 난 한 아이가 주방 쪽에 나타나더니 변성기 특유의 목소리로 “엄마 배고파!” 하는 거예요. 중3 인가 고1쯤이었는데 언뜻 보아도 표정이 밝은 거예요.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익숙하게 보아 왔던 아이들과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을 보더니 “귀엽네” 하며 쓱 머리를 쓰다듬고 이 층 자기 방으로 올라가는 거예요. 그때 집주인께서 제 표정을 읽으셨는지 저에게 바로 “어서 집 지으세요!” 하시는 거예요. “왜요?” 하고 되물으니 아이들과 사춘기 갈등이 있어도 갈등의 시간 동안 각자의 공간에서 나름으로 해결하고 부드러운 얼굴로 나타난다는 거였지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보았던 그 집의 풍경과 색깔, 빛의 부드러움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아직 어려 사춘기는 아니었지만 다가올 미래와 현재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하였습니다.

목조주택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자연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은 것이 목조건축입니다. 환경의 이슈를 배제할 수 없는 요즘, 우선 목재는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인 탄소의 저장량이 많습니다. 건축을 하면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도 목조가 19t이라면 콘크리트 건축은 80t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일본의 연구 결과 학교 교실을 목재로 마감만 하더라도 아이들의 폭력성이 줄고 학습의 능률이 오른다는 검증 결과가 있습니다. 이처럼 나무와 함께하는 환경은 사람의 정서에 영향을 미칩니다. 제가 경험한 아홉칸집의 좋은 점은 자연의 향기입니다. 외부에서 여러 일에 고단한 몸을 이끌고 현관을 들어서면 나무의 향기가 제일 먼저 감각되면서 긴장되어 있던 신체를 이완하게 합니다. 이러한 것처럼 일상에서 자연과 함께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 작가님이 특별히 좋아하는 나무가 있으신가요? 

나무는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집에 많이 사용된 편백을 좋아합니다. 편백의 은은하면서도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기를 좋아해요. 또 나무의 단면에 보이는 등고선 같은 무늿결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생활하면서 매일 보는 나뭇결인데도 볼 때마다 그날 온도와 기분에 따라서 다르게 보여요. 어렸을 때 아버지의 가구공장에 들어서면 높게 쌓여있던 의자와 나무 향기가 기억이 납니다. 그런 어릴 때 기억 때문인지 나무는 향기로 먼저 생각이 됩니다. 또 지금은 나무로 지은 집에 살면서 나무로 된 달항아리를 두 개나 가까이 두고 지냅니다.     

작가님에게 집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집을 선택하는 것은 삶의 배경을 선택하는 일이다”라는 어느 건축가의 말이 인상 깊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우리 삶을 총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선택인데 그 선택은 감정에 의해 결정되고 그 감정은 기억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아홉칸집에 살고 글을 쓰면서 저에게 중요한 것은 기억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나까지 삶 전체를 관조하게 되었던 계기였습니다. 아련하고 뜨겁고, 슬프고 외롭고, 낭만적이고 포근하고, 안타깝고 쓸쓸한 기억, 모두가 소중했던 기억들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달 후부터 가끔 이따금 혼자 울게 됩니다. 아버지와 여행을 다닌다거나 하는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더욱 그랬고요. 그러면서 아버지가 왜 이리 그리울까 생각해 보니 아버지와의 기억 중 나쁜 기억이 별로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이학년 때인가 아버지와 가까운 바다에 갔는데 마치 공놀이를 하는 것처럼 초록 사과를 바다에 툭 하고 던지셨어요. 그러면 저는 달려가 주워와 베어 물면 겉은 바닷물의 짠맛인데 속은 너무나 달콤했던 기억이 있어요. 또 언니와 저를 자전거 앞뒤로 태우고 낚시터에 간 기억, 자라서는 늘 손에 묵주를 지니고 계시던 아빠의 뒷모습의 기억이 그러하였습니다. 부모와 좋은 기억이 없으면 부재해도 별로 슬프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함께한 좋은 기억이 많은 강아지의 죽음은 큰 슬픔일 수 있습니다. 좋은 기억이 많아야 하고픈 욕망도 생긴다고 합니다. 이런 것처럼 저에게 집은 의미 있는 기억을 쌓는 것입니다.

책 속의 구절 중에 특별히 나누고 싶은 구절이 있으신가요?

승무를 보고 쓴 글의 부분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홉칸집이 생기면서 품었던 바람이 떠올랐다. 사람이 꼬이는 집, 나무 향과 더불어 사람의 그윽한 향기까지 나는 집, 누구든 환영하고 좋은 목적이 있을 때 공유하는 집, 사랑으로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집, 감히 이런 것을 바랐었다. 생존을 위해 허겁지겁 달려야 할 일이 지금의 보통이지만 사람은 만나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자연을 소중히 다뤄야 하는 존재이기에 그 가운데 좋은 공간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함께하고 싶었다. 상상하니 제대로 사는 기분이 들면서 얼굴 전체에 화사한 웃음이 깃들었다.”(195쪽)

아홉칸집에서 저자가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건축은 다른 예술과 다른 점이 빈 공간을 만드는 게 큰 가치 중 하나입니다. 어떤 모양으로 빈 공간을 만드느냐, 빈 공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데 아홉칸집을 지을 때 꼭 원했던 공간이 비어 있는 거실이었습니다. 오후 4시 이후 해가 거실 안으로 길게 들어오는 시간에 마루에 누워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연광이 한지를 통과해 부드러워지는 그 빛깔, 정말 절기마다 다른 빛의 색에 매료됩니다. 천장에 반사된 수공간에서 온 빛과 물의 일렁이는 그림자를 보고 있으면 소리 없는 음악 같기도 합니다. 그 일정한 리듬의 모양을 보고 있으면 분주했던 마음에 휴식이 주어져요. 그 휴식된 마음으로 해야 할 일들을 보다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창문 너머의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부드러워집니다. 그러면서 배운 것이 창 너머의 풍경이 내 삶의 일부이면서 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가질 수도 바꿀 수도 없는 그것은 일상에서 저의 겸허한 태도를 가지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독자에게 전하는 말이 있으신가요?

살면서 가장 큰돈을 지불하는 것이 집 구매입니다. 큰돈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모델하우스를 보고 큰 확신을 갖지 못하는 불안감으로 집의 실체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 큰돈을 지불하는데 공간 구성이나 자재 등 거의 비슷한 형태라는 거죠. 좋은 집은 비싼 집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비싸도 지루한 집이 많습니다. 자연이 가까이 있고 빛이 들어오는, 작더라도 나의 취향과 나의 마당이 있는 곳. 본인이 좋아하는 공간을 가지면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내가 가장 오래 머물며 쉼과 창조를 누려야 하는 공간, 날 행복하게 만드는 공간을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자꾸 떠올리고 생각해 봐야 가까워질 것입니다. 공간에 대한 스스로의 물음은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같은 인문학적 질문과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그런 질문을 품고 있으면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서 타인과의 관계 맺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고 깨어있는 시간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결정될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좋은 질문을 많이 해보시길 바랍니다. 



*차민주

건축 시공을 하는 〈스튜가 하우스〉의 공동대표이다. 기업과 학교에서 오랫동안 요가 강사로 일했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전달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살다 결혼하면서 요가 일을 그만뒀다. 남편 일을 보조하면서 건축일을 시작했다. 집을 설계하고 짓는 것은 인생에 유비된다는 모토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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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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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칸집

<차민주> 저16,020원(10% + 5%)

“집은 인간의 삶 그 자체이기에 삶을 관통하는 기억, 감성, 가치관이 집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어떤 집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나와 가족의 삶이 재구성된다.” 집을 옮기다 〈스튜가 하우스〉의 공동대표 차민주 작가는 도심이라는 친숙한 불안으로부터 떠나와 낯선 설렘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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