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독서 챌린지, 같이 해보실래요?
EBS K다큐멘터리 <책맹인류>
우리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 독서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일까? (2023.08.30)
지난 여름, 서울과 인천, 부산 곳곳에 이상한 부스가 나타났다. '책다락'이라는 이름을 단 이 작은 공간에 들어서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10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필사 노트에 옮겨 적기도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공간을 경험한 사람들은 충만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공간의 정체는 EBS가 기획한 다큐맨터리 <책맹인류>의 일환이었다.
현대인은 책을 읽지 않는다. 우리는 읽지 않는 만큼 문해력을 잃고 있다. EBS <당신의 문해력> 시리즈를 연출했던 제작진이 이번에는 전 국민 독서 챌린지를 시작했다. 문해력이 떨어진 요즘 세상에서 다시 책으로 돌아갈 길을 찾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다. 예스24 또한 취지에 공감해 온라인 독서 챌린지와 초등학생 자녀 가족 대상 북클럽 운영 등에 힘을 보탰다.
프로젝트의 결과는 2023년 8월 30일부터 9월 28일까지 EBS에서 수,목 밤 9시 50분에 방송된다. 우리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 독서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일까? EBS 김지원, 민정홍, 심지수 PD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지원 : 2018년 교육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기 위해 광범위한 취재를 하던 중 교육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문제가 있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과서를 혼자 읽지 못한다고 했다. 문해력이 눈에 띌 정도로 약해졌다는 증거였다.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사람들이 책을 읽고 싶은데 읽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문해력 유치원>, <당신의 문해력> 등의 프로그램에서 계속 문해력을 주제로 이야기했으나, 문해력이라는 키워드 외에도 읽기 행동을 전체적으로 조망해보고 싶었다.
민정홍 : 10부작짜리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읽기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흥미를 일으킬 만한 내용을 기획하다 보니 챌린지 형태의 참여 프로그램이 나왔다.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관심있어 하는 부분, 그리고 실제로 참여해서 삶이 나아지는 계기를 만들어보는 게 목표다.
김지원 :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 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책을) 안 읽어도 괜찮다', '유튜브 보면 된다'는 정서가 생겼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안 읽는' 것 같은가, 아니면 '못 읽는' 것 같은가?
심지수 : 마음은 있지만 못 읽는다는 사람 쪽이 더 많은 것 같다. 마음 한 켠에 읽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함께 독려하는 계기를 통해 읽기 활동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독서를 독려하는 방법 중 하나로 오프라인에서 독서 부스를 운영했다.
민정홍 : 부스를 만드는 과정은 처음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고장이라든지 안전 문제 등에 있어서도 신경을 많이 썼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많은 분이 이용하면서 책과 관련한 경험담을 나눠주셔서 힘이 됐다. 여의도 공원에서 일하는 펀드 매니저, 임산부, 시청의 미화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김지원 : 물성이 다르다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안 읽는 것이 익숙했지만, 새로운 계기나 공간을 주면 사람들이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몰입하는 걸 확인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 대상으로 북클럽도 진행했다.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는 방법이 있다면?
민정홍 : 통계를 보면 한국에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다른 나라에 비교해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독서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님들이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나의 책을 가지고 같이 읽고 논의하는 경험을 통해 내가 몰랐던 아이의 이야기, 내가 몰랐던 부모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지원 :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조한다고 해서 독서 습관이 붙는 건 아니다. 독서는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는 개념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권해 준다면 아이들이 책을 읽을 확률이 조금 더 높을 것이다.
심지수 : 책을 읽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강아지에게 책 읽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어떤 책을 읽으라는 지시 사항 없이 아이들이 책을 골라서 강아지에게 읽어주는 것이다. 이제까지 책을 재미없어 하던 아이들이 강아지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니 흥미가 생겨서 뒷부분을 읽고 오는 등의 행동이 나타났다.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던 프로젝트였다.
김지원 : 이 과정들이 아이들에게 유능감과 효능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독서는 원래 어려운 일이다. 지금은 훨씬 더 손쉽고 빠르게 자극을 얻을 수 있는 매체가 많아졌고, 읽기 과정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단계가 필요하다. 사회나 학교 같은 곳에서 체계적으로 제도를 만들어서 도와줘야 하는데, 그 전에 먼저 사회 전체가 읽기 행동이 가치있다는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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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jungchung@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