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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대한제국 황실 이야기 『잃어버린 집』

『잃어버린 집』 권비영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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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집』은 덕혜옹주의 오빠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 그리고 대한제국의 마지막 적통 직계손 이구의 아픈 생을 담은 소설이다. 이구의 영혼을 통해 나라를 빼앗긴 당시 대한제국 황실의 무력감과 괴로움, 독립을 간절히 바랐던 조선인들의 심정을 그려낸 권비영 작가의 『잃어버린 집』 속으로 들어가 보자. (2023.08.09)

권비영 작가

『덕혜옹주』로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권비영 작가가 오랜 세월 품어 온 또 다른 대한제국의 이야기, 『잃어버린 집』은 덕혜옹주의 오빠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 그리고 대한제국의 마지막 적통 직계손 이구의 아픈 생을 담은 소설이다. 이구의 영혼을 통해 나라를 빼앗긴 당시 대한제국 황실의 무력감과 괴로움, 독립을 간절히 바랐던 조선인들의 심정을 그려낸 권비영 작가의 『잃어버린 집』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잃어버린 집』은 『덕혜옹주』의 맥을 잇는 작품으로도 보이는데요.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경술국치 100년이 다가올 즈음, 일제 강점기 황족들이 겪었던 비사를 아무도 소설로 쓰지 않았다는 생각에 나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료가 너무 부족해서 쓰다 말다 지쳐갈 즈음 일본인 작가가 쓴 『덕혜희』를 보고 결심을 굳혔지요. 우리 역사 속 인물을 내 손으로 써야겠다고요. 그 후 대한제국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서 위안부 이야기 『몽화』와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하란사』를 썼고 이번에 『잃어버린 집』을 쓰게 된 것입니다.

실존하는 역사적 인물을 소설로 재탄생시키는 것 또한 까다로운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나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역사적으로 드러나 있는 부분과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조화롭게 표현하느냐 하는 문제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인물이 하고자 했을 법한 말과 심정들을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고민은 책이 되어 나올 때까지 이어집니다.

마사코(이방자 여사)와 줄리아 멀록이라는 두 인물도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중심 인물이었습니다. 소설에서 이 두 인물에 무게를 두고 집필하신 이유가 있나요?

두 여인이 몰락한 대한제국의 황손들과 결혼한 것은 운명이기도 하고 선택이기도 했지만, 그녀들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헌신한 일은 길이 기려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이방자 여사는 영왕이 하고자 했던 일을 대신해 장애인들을 위한 많은 사업을 했습니다. 두 여인의 삶을 보면 사랑은 고통을 수반하며 지극히 인내해야 하는 게 분명해 보였고, 이를 소설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잃어버린 집』에는 마사코의 앞에만 나타나는 신비로운 아리사라는 존재가 등장하는데요.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구상하게 되었나요? 또, 이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셨나요?

마사코는 일본에서도 조선에서도 이방인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친왕에 대한 애정은 진실했다고 보는데요, 그 누구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고 ― 심지어 멸시와 비난을 받는 상황 ― 혼자서 삭여야 할 일들이 많았던 마사코에게도 위로받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설정입니다.

실제 이구의 죽음은 심장 마비였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소설에서는 죽음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각자 다르게 해석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놓으셨어요. 그렇게 묘사한 이유가 있는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이라는 것이 때로는 허구보다 힘이 없다는 생각을 때때로 합니다. 이구의 사인은 심장 마비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는 고종의 독살설처럼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역사적 현실 앞에서 어떤 죽음의 방식을 겪었더라도, 그의 사인을 우리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독자의 상상이 가장 정확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덕혜옹주』가 100만 베스트셀러가 되고 뮤지컬과 영화로 상영된 이후, 집필과 출간에 부담감을 느끼신 적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고요. 생각지도 못했던 독자들의 호응에 오히려 어리둥절했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의 사랑이 저의 부족함을 알게 하고, 소설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더욱 깊이 알게 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더 열심히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집』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역사는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말, 이는 우리가 꼭 명심하고 있어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자신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일은 우리의 후손과 미래를 보전하는 일일 것입니다. 어려울 때를 기억하고 건강한 현실을 일구어가는 일은 우리를 더욱 번영하게 해줄 것입니다.



*권비영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소설가 되는 게 꿈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소설을 썼는데, 그걸 보신 선생님들로부터 칭찬과 주목을 받았다. 곧 소설가가 될 거라 믿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소설가의 길은 멀고 아득했다. 신춘문예에도 몇 번 떨어졌다. 박완서 선생님을 마음의 멘토로 삼은 덕에, 늦게나마 1995년에 신라문학대상으로 등단의 과정을 거쳤다.




잃어버린 집
잃어버린 집
권비영 저
특별한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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