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 100프로 즐기기
예스24 24주년 전시 관람기
에디터가 직접 체험한 예스24 24주년 전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 관람기 (2023.07.07)
온갖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단순히 재미가 있기 때문에? 깊은 사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마 독자의 수만큼 대답도 다양할 것이다. 그 답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현한다면? 책에서 우리가 얻는 영감을 '우주'로 상상해 본다면? '읽는 당신에게, 상상의 우주를'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전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은 그런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아마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예스24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용하는 플랫폼일 것이다. 새로운 책을 구경하러, 치열한 티켓팅을 성공하러 우리는 예스24를 찾는다. 24년 동안 한결같이 쌓아온 브랜드의 가치가 어떻게 구현됐을지 궁금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포토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티켓 가격은 2400원. 예약 방문 고객에게는 예스24 상품권 3000원과 아메리카노 할인권을 준다고 하니 사전 예약은 필수다.
'생각 지상주의자'는 읽는 행위를 통해 끊임없이 상상하는 것을 으뜸으로 두는 사람이라고 한다. 한 줄의 문장에도 각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람. 이번 전시에서는 총 7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책에 영감을 받아 상상력을 펼친 작품들을 선보인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입장.
전시의 첫인상은 '편안함'. 적당히 어두운 조도의 공간에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향기가 나서 기분이 좋아진다. 바닥에는 지푸라기가 깔려 있고, 곳곳에 누워 감상할 수 있는 폭신한 빈백 소파들이 있다. 왜 전시 제목이 '요람'인지 알 수 있었다. 전시의 동선이 따로 없으니 자유롭게 관람하라는 안내를 받으며 관람 시작.
첫 번째로 눈길을 사로잡은 건 거대한 책탑. 독자들이 책을 읽고 예스24에 돌려준 중고책을 모아 거대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탑'을 쌓았다고 한다. 6천 여 권으로 쌓은 거대한 규모에 압도됐다. 오랜 시간 동안 '책'의 가치를 지켜온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보이는 존. 어떤 책이 있는지 한 번 둘러본 후 본격적인 작품 감상을 시작했다.
입구에 가득 쌓인 종이가 궁금해 다가갔는데, 전미래 작가의 작품 <어떤 부활>이었다. 이번 작품을 위해 33만 6000장의 종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전미래 작가는 <사도신경>의 구절에서 영감을 얻었다. '술잔'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결정했던 고대 문명의 성스러운 잔을 뜻한다. 성경 구절을 읽으며 삶과 죽음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 종이 한 장을 들고 다음 작품으로 향했다.
공간을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음악이 궁금했는데, 김태중 작가의 작품 <Music Library>였다. 그림은 보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고정관념을 깨고 '보고 듣는 그림'을 구현한 작품이다. 김태중 작가는 난독증이 있어 책 내용보다는 책의 표지나 책꽂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푸른색으로 칠해진 스피커에 책이 꽂힌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작품 앞에 놓인 소파에서 느긋하게 음악을 듣다가 다음 작품으로 이동.
이번 전시는 뮤지션 던과 아티스트 소키가 결합한 아트 그룹 소효소가 참여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두운 공간에서 색색의 빛을 발하고 있어 눈에 띄는 작품으로 다가갔다. '상상'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다양한 아크릴 조각의 형태로 잊고 있었던 상상력의 세계를 일깨운다.
잠시 그네를 타며 쉬다가, 푸른 정원을 닮은 존으로 이동했다. 김선익 작가의 작품 <임시 정원>은 건물의 외벽이나 담장, 울타리 등 경계가 모호하게 엉킨 정원의 모습을 찍은 사진 작업이다. 박완서의 소설 『나목』에 영감을 받아, 일상 속 푸른 나무와 고목을 설치 작업물로 표현했다. 책의 형태로도 구현되어 있어,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정원을 감상했다.
다음은 가수 나얼로 유명한 아티스트 유나얼의 작품. 콜라주, 드로잉, 페인팅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결합한 구조를 가장 선호해서, 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콜라주 방식을 택했다고.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는 작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인 성경에서 ‘상상’과 ‘생각’의 의미를 탐구했다. 작품 하나하나 개성이 넘쳐 오랜 시간 머물렀다.
마지막은 아티스트 빠키의 작품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기하학적 요소들이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소설에 독자로 등장하는 인물이 소설 속 주인공이 되고, 다시 그 이야기가 전개되는 순환 구조를 띤 스토리텔링에 매료되어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모든 작품을 관람하고, 이북 리더기 '크레마 모티프'를 닮은 미디어아트 부스로 들어갔다. 책 속 한 문장으로부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시각화한 미디어아트 작품. 『피터팬』의 첫 문장 '아이는 모두 어른이 된다. 한 아이만 빼고.'와 정보라의 『호』 속 한 문장 '이곳은 침대 하나마다 소리 없는 사투가 벌어지는 격전장이었다.'를 통해, 연상되는 장면들을 표현했다. 영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소설 속 장면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어 인증샷을 찍었다.
이대로 나가기 아쉬워 크레마 체험존으로 갔다. 전시장 곳곳에 작품 설명을 크레마 모티프로 한 것이 눈에 띄었는데, 바로 기기를 사용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요람 속에 포근하게 누워 크레마 모티프로 책을 실컷 읽었다.
다시 밝은 입구로 나오자 마치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커피 쿠폰을 써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서 굿즈를 구경했다.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매거진 <채널예스> 한 권도 챙기고,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키링과 패브릭 포스터도 샀다. 이 전시를 친구에게 추천할 거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YES'. 여유로운 주말, 성수에 놀러 올 때 들러도 좋겠다. 전시는 7월 16일까지.
전시명 | [예스24 전시] 생각 지상주의자들의 요람 |
전시 장소 | 성수 S팩토리 D동 |
전시 일정 | 7/3(월)~7/16(일) 매일 오후12시~9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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