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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고명재 시인과 눈을 마주치면 왜 눈물이 날 것 같은지 모르겠어요" (G. 고명재 시인)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48회)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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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글쓰기의 섬광보다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의 눈빛을 더 좋아한다"고 말씀하시는, 첫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를 출간하신 고명재 시인님 나오셨습니다. (2023.07.06)


그렇게 우리는 기어코 문법을 뚫고서라도 말하고 싶은 것들이 가슴에 있다. 법화을 찢고 순리를 거슬러 입술을 열고 투명하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바로 거기 사랑이, 궁극이 있다. 횡단이 있다. 꿈이 있다. 시심이 있다. 그러니 나는 울면서도 말해야 했다. 하나였던 입술을 반으로 찢어서 나비처럼 온몸으로 말하고 말했다. 죽지 마세요. 가지 마세요. 아프지 마세요. 한 일 년만 더 곁에서 살아주세요.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고명재 시인님의 첫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무채색에서 시작된 지극한 사랑 이야기. 단정하고 아름다운 이 책을 덮으면서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고명재 시인님은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에 무채색이 밝게 빛나는 순간을, 사람이 사랑으로 지극해지는 순간을 담는데요. 그렇게 백 가지의 이야기가 흰 빛을 품고 마음에 특별한 파동을 만듭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를 쓰신 고명재 시인님을 모시고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시를 생각하는 삶을 들어볼게요.



<인터뷰 – 고명재 편> 

오은 : 방송 준비하면서 시인님의 예전 인터뷰를 찾아 보았는데요. 이런 말씀하신 걸 접했습니다. "배가 부르면 시가 안 될까 봐 하루에 한 끼만 먹기도 합니다. 가벼워진 마음으로요." 한 끼에 대한 이야기로 오늘의 대화를 시작해보고 싶어요. 정말 그렇게 하시나요? 더불어 음식에 대한 부채감은 어디서 오는지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명재 : 원래 하루에 한 끼 먹는 일을 오래 했어요. 저녁 한 끼를 보통 먹었는데요. 그걸 너무 오래 하니까 몸이 좀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잘 먹고 다녀요.(웃음) 그걸 시작한 이유가 있긴 했어요. 부채감이라고 하면 너무 멋있는 표현인 것 같고요. 그냥 좀 덜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어서요. 그러면 씻을 때도 부담이 적고, 글 쓸 때도 마음이 가벼운 것 같아서 했었죠.

오은 : 식당을 하시던 부모님 대신 재료 심부름을 할 때 가공되기 전 채소를 보면서 '우리가 저런 걸 먹는구나, 살아있는 존재를 먹는구나' 이런 생각도 하셨잖아요. 이 마음이 음식물을 남기면 안 된다는 마음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명재 : 그런 면이 없지는 않았어요. 스님들도 늘 그런 식이었거든요. 발우공양을 생각해 보면 그릇에 붙은 쌀 한 톨까지 다 닦아서 먹잖아요. 깻잎 같은 것으로 닦아서요. 그것은 우리가 나 아닌 존재들을 섭생해야 하는데 대신 그걸 먹을 때 잘 먹어야 된다, 정하게 먹어야 된다, 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그런 태도들을 되게 어릴 때부터 봤어요. 그래서 먹는 일도 사랑을 가지고 해야 된다는 생각인 것 같아요. 

오은 : 무려 여덟 살 때 「데굴데굴 도토리」라는 시를 썼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글쓰기 상도 많이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시를 계속 쓰고 싶다고 생각한 첫 순간을 혹시 기억하시나요?

고명재 : 여러 장면들이 좀 있긴 있어요. 다섯 살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요. 스님을 마중 가서 기다리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 기다리는 마음을 이야기했는데 옆에 있던 어머니, 아버지가 그걸 듣고 너무 좋아해 주셨어요. "네가 말한 게 시야." 이렇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지금 네가 지은 게 시라고 하셔서요. 「데굴데굴 도토리」 같은 시들도 그렇고, 시에는 말하고 발설하면 주변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무언가가 있구나, 하고 느슨하게 감각했던 것 같아요.

오은 : 고명재 시인님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가 있다. 자주 하고 싶은 것은 어깨를 조용히 주물러주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와인 마시기. 조끼를 입기.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콩떡을 먹기. 같이 슬퍼하기. 시 읽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시집을 읽을 때마다 하나의 세계가 대문처럼 열리는, 바로 그 순간을 사랑한다." 2020년에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를 했으면 습작 기간이 꽤 길었던 것 같아요. 시와 사랑에 빠진 순간 대학생 시절 이후 계속 습작을 해오신 거잖아요. 그동안 시에 대한 사랑이 지치지는 않던가요?

고명재 : 당연히 그랬던 기억은 있어요. 7~8년 계속 떨어질 때는 감당이 안 돼서요. 선글라스 같은 거 끼고 공원에 할아버님들 계신 옆에 앉아서 울었던 기억도 나고요.(웃음) 근데 그건 등단이라는 제도 때문이었고요. 그걸 못 넘어서 힘들었던 거지 시라는 대상 자체에 대한 사랑과는 별개의 문제였어요. 그래서 '이건 제도를 못 넘은 거지, 시를 사랑하고 쓰는 일은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요. 등단을 꼭 거치지 않아도 그냥 할 거라는 마음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오은 : 이제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가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책이죠? 

고명재 : 이 책은 '무채색'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김민정 시인님을 처음 만났을 때 무채색으로 글을 써보면 좋겠다고 조언을 해주셨는데요. 그때 바로 떠올린 것이 승복이었어요. 제게는 비구니들이 항상 눈앞에 보였고, 그 사람들 손을 잡고 컸으니까요. 그래서 무채색 대상이나 상태, 몸짓에 가까운 것들을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써봤어요. 쓸 때 생각했던 단 하나는 '진심으로 써야지' 하는 것이었어요. 간절하게요. 나를 살게 해주고 굴러가게 해준 사람들, 나라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밝힌 사람들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고요. 그래서 빛나는 것들을 많이 상상했고 그런 걸 담아보려고 했어요. 그걸 쓰다 보니 백여 가지가 돼서 백 개로 챕터를 맞춰서 만들게 됐습니다.

오은 : 김민정 시인님께서는 고명재 시인님 검의 첫 시집과 산문집에 아주 커다란 역할을 하신 분이기도 하시죠. 관련해서 김민정 시인님께서 질문을 하나 주셨어요. 이런 질문입니다. '고명재에게 섬기는 일이란?'

고명재 : 이 질문을 듣고 바로 떠오른 생각이 있었어요. 불상 앞에서 절하는 모습인데요. 그게 섬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통상적으로 절을 부처나 신적인 어떤 존재를 향해 나를 숙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절의 근본적인 목적은 이마랑 팔꿈치, 손목, 무릎 그리고 발등까지 모든 면들이 다 땅에 닫도록 낮추는 일이에요. 그건 부처 앞에서 내가 작은 존재라는 걸 자각하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나라는 아주 강하고 고집불통인 어떤 것들을 걷어내고 나를 가장 낮은 자세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숭배 행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가장 낮추는 그냥 그것의 어떤 힘 같은 걸 느끼는 거죠. 

저는 절할 때마다 그런 놀라운 걸 느끼는데요. 절을 하다가 눈을 떠보면 방석이 보이거나 아니면 대웅전 바닥의 나무 같은 게 보이잖아요. 그리고 사방이 되게 조용하고 캄캄해지고 몸은 웅크리는 자세가 되는데, 반대로 세상은 소리 같은 게 활짝 열리는 기분이 들어요. 절을 해보면 나를 최소화하고 작게 만들수록 세계가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는 것 같은데요. 섬긴다는 건 그런 일들인 것 같아요. 온 세상을 향해서 자기를 낮추기, 그게 섬김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고명재 :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최근에 읽은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은데요. 『김혜순의 말』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시 쓰는 것이 게을러질 때도 있고, 시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자꾸 생각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비겁하게 말이죠. 그런데 김혜순 선생님의 글들을 보다 보면 저렇게 가야 되는구나, 온전하게 한 곳을 봐야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하게 돼요. 『김혜순의 말』이라는 책을 보는데도 한 사람이 시만 고민하고, 시를 살아낸다는 게 어떤 건지를 전체적으로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래서 시 혹은 숭고하게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삶을 엿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고명재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이 있다.




* 책읽아웃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고명재 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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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고명재> 저14,400원(10% + 5%)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첫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문학동네, 2022)으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고명재 시인의 첫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를 출판사 난다에서 펴낸다. ‘사랑’이라는 이상한 리듬을 말하기 위한 무채색에 얽힌 백 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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