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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특별방송! 귀 기울이는 존재들 (G. 홍은전 작가)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46회) 특별방송 2부 『전사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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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쓸 때는 내가 얘기하는 시간인 거예요. 당신의 얘기를 내가 어떻게 들었다, 무엇을 배웠다 등을 말하면서 화답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또 극진한 선물이기도 하거든요. (2023.06.22)


<특별방송 인터뷰 - 홍은전 작가 편>

황정은 : <책읽아웃> 특별방송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책>의 진행자 황정은입니다. 

오은 :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진행자 오은입니다. 그리고 저희 옆에는 1부에서와 마찬가지로 홍은전 작가님 나와 계십니다. 드디어 작가님의 신작인 『전사들의 노래』로 이야기 나눌 시간입니다. 작가님께 먼저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직접 듣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작가님, 『전사들의 노래』가 어떤 책이죠?



홍은전 : 장애인 운동을 하는 당사자 활동가 여섯 분의 생애를 인터뷰한 책이에요. 2020년부터 인터뷰를 시작해서 2021년에 인터뷰를 다 마쳤고요. 여섯 편 중에 다섯 편은 2021년 12월에 <비마이너>라는 매체에서 연재까지 다 했었어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여섯 명의 대표님들의 이야기인데요. 연재를 할 때는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하기 전이어서 이렇게 소개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지금은 이제 소개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책은 그들은 왜 지하철을 타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제가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세우며'잖아요. 이 열차라는 것이 지하철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비유적으로 비장애 중심 사회를 말하는 겁니다. 버스, 지하철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 일터, 방송, 언론, 지역사회 모든 이용시설, 사회의 모든 시스템들을 다 일컫는 것이에요. 

오은 : 열차가 어떤 은유를 담고 있는지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그건 '전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전사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첫 번째 뜻이 전투하는 군사이고요. 두 번째 뜻이 일선에 나서서 힘껏 일하는 일꾼이란 뜻이라고 해요. 그런 점에서 『전사들의 노래』에 등장하는 여섯 운동가 분들은 다 전사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이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게 된 마음에 대해서 듣고 싶었어요. <비마이너> 편집장님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도 들었어요. 

홍은전 : 이 작업을 2020년에 <비마이너>로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흔쾌히 하고 싶었고 하자고 했는데요. 연재를 1년 동안 하려면 사업비가 필요하잖아요. <비마이너>는 되게 가난하고 작은 언론사여서 공모 사업에 지원 신청을 냈는데요. 똑 떨어져 버렸어요. 그래서 저는 내년에 하면 되지 뭐,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강혜민 편집장이 당장 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돈은 모금을 해서라도 마련해보겠다면서요. 여러모로 저는 그렇게는 안 하고 싶어서 내년에 사업 되면 하자고 했더니 그 친구가 당장 했으면 좋겠고, 자기는 마음이 급하다고 말하는 거예요. 왜 지금 해야 되는지 물었죠. 그랬더니 그 친구가 너무 진지하게 그 사이에 누가 죽을까 봐 무섭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말에 너무 놀랐어요. 

『전사들의 노래』에도 나오는 박김영희라는 대표님이 몇 년 전에 갑자기 쓰러지셔서 혼수 상태가 되신 적이 있어요. 강혜민 편집장이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정신이 아득해졌는데 그때 가장 무섭다고 생각된 것은 이분에 대한 기록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해온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고 수많은 변화가 있는데, 이들에 대한 기록이 하나도 없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요. 사실 활동가 분들이 갑자기 아파서 돌아가시기도 하는 일들이 몇 년 동안 일어났었거든요. 그래서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그 친구 손을 덥썩 잡으면서 알았다고, 나는 너를 보면서 하겠다고 했죠. 그 마음이 너무 고맙더라고요. 이 이야기가 너무 소중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을 보는 게 너무 좋아서 그러면 해보자는 생각에 2020년에 시작이 됐습니다.

황정은 : 그 강혜민 편집장님이 이 책의 첫 글로 기획의 말을 쓰셨잖아요. 대단히 뜨거운 진심이 담긴 글입니다. 지금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니까 그 글에 등장하는 한 문장이 범상치 않게 다시 되새겨지게 되는데, 이런 말이에요. "우리의 싸움은 기록되었으니 잊히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거든요. 바로 그런 마음 때문에 기록하고자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쓰는 데만 3년이 걸렸는데요. 너무 힘든 작업이었다고 고백을 하셨을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잖아요. 책이 나온 소감을 들려주세요. 

홍은전 : 강혜민 편집장과 약속한 대로 하면 2021년에 끝났어야 해요. 그런데 끝나지가 않아서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요. 2022년에는 <비마이너>와 또 다른 작업을 했어요. 이번에는 비장애 활동가들 인터뷰하는 작업이었는데요. 그 해는 또 그렇게 지나가서 마지막 쓰지 못한 원고를 올해 들어 썼고, 4월에 마감이 됐어요. 그때는 이미 또 다른 마감 때문에 너무 힘든 때여서요. 마감을 했어도 시원하다는 느낌도 없이 지나갔던 것 같아요. 

이 작업을 하는 내내, 2020년과 2021년, 한 2년 정도 굉장히 힘들었는데요. 저의 상황을 생각을 해보면 『어린 왕자』의 모자 그림이 떠올라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죠. 제가 2020년부터 그렇게 산 기분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커다란 것을 삼키고 있어서 소화시키는 데 몸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거든요. 한 사람 인터뷰하면 두 달 정도 그 이야기를 갖고 있었으니까요.

황정은 : 『전사들의 노래』에는 장애 운동가 여섯 분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여성 장애 운동가들의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데요.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우선 박길연, 박김영희, 박명애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장애인이자 여성으로서 겪는 이중의 차별을 먼저 접하게 되는 거죠. 누구의 이야기를 어떤 순서로 실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홍은전 : 사실은 제가 인터뷰한 순서와 거의 비슷해요. 그러니까 마음 가는 대로 인터뷰를 한 순서와 같고요. 연재된 순서이기도 해요. 아마도 제가 여성이어서 심적으로 좀 가까웠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친하기는 남성 활동가 분들과 더 친했거든요. 그렇지만 왠지 여성 분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제 마음이 훨씬 더 편하더라고요. 또, 제가 40대가 넘어가면서 나보다 먼저 이 시간을 통과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되게 궁금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박길연 님 같은 경우는 20대에 장애를 입으신 중도 장애인 분인데요. 어쨌든 인생의 아주 거대한 변수를 통과한 사람이잖아요. 그런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그 순서대로 연재가 됐죠. 

근데 사실 책이 나올 때는 이미 2023년이 됐기 때문에 욕을 가장 많이 먹으신 분을 맨 앞에 배치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어떤 해명 같은 것을 할 시간을 드려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도 했는데요. 원고를 처음부터 보신 편집자 분이 여성 분들의 이야기가 기존에 생각했던 장애 운동의 이미지와 너무 다르고, 새롭고 꼭 필요한 이야기인 것 같다고 하면서 여성 분들의 이야기를 먼저 배치하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그게 저도 좋다고 했어요. 

황정은 : 저는 후기 쓰는 마음이 정말 궁금했어요. 한 편을 쓰는 데 두 달이 걸렸다고 하셨는데요. 모든 활동가들의 인터뷰 뒤에 붙은 홍은전 작가님의 후기가 하나하나 너무 다정하고, 너무 큰 사랑을 품고 있고, 너무나 뜨겁기도 하고 그래서요. 이걸 어떤 마음으로 쓰셨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홍은전 : 후기를 쓸 때는 내가 얘기하는 시간인 거예요. 당신의 얘기를 내가 어떻게 들었다, 무엇을 배웠다 등을 말하면서 화답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또 극진한 선물이기도 하거든요.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애틋한 선물은 이런 글을 쓰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시간이 언제나 너무 괴로워서 최대한 미뤄요. 최대한 그냥 그분이 한 이야기 속에 긴 시간을 보내죠. 줄이고 다듬고 배치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도망갈 데가 없다고 하면 시작을 하죠. 

주로 키워드로 가지게 되는 말들은 '이 사람 마음 잘 모르겠다'는 생각 같아요. 나한테 경험치가 없어서 모르겠는 그런 마음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박김영희 님의 이야기에서 이런 대목이 있어요. 2002년에 이동권 연대가 막 싸움을 시작하고 1년을 보냈는데 공동 대표였던 박경석 님이 단식 농성에 들어가니까, 또 다른 공동 대표였던 박김영희 님이 나는 이제 뭘 해야 할까 고민을 했대요. 뭘 해야 될지 정말 모르겠는데 사람들은 자꾸 자기한테 물어보는 거죠. 간절하게 물어보는데, 그걸 자기도 모르겠으니까 너무 답답했다는 거예요. 그 순간을 얘기하면서 이분이 눈물을 흘리셨어요. 무려 20년이나 지났는데 말이에요. 여전히 격정적으로 남아 있는 저 슬픔이 뭘까 계속 생각했어요.

그건 제가 안 가본 어떤 자리 같아요. 저는 그런 자리까지 갈까 봐 무서워하고 벽에 부딪힐 것 같으면 일찍 돌아서고 모르겠으면 모르니까 마이크 주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 자리를 버티면서 있는 저 그 사람의 마음은 뭘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고요. 그러면서 물어봤어요. 무서우셨어요? 그랬더니 아니요, 무섭지 않았고 막막했어요,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마음을 계속 들고 있었어요. 저는 글 쓰는 동안 산책을 많이 하거든요. 하루에 2시간씩 꼭 걷는데 그 말이 계속 도깨비처럼 저한테 남아 있는 거죠. 

그러면서 인터뷰를 줄이고 다듬는데 깨닫게 되는 거예요. 살 방법도 없고 죽을 방법도 없는 그런 막막함을 생애 내내 겪었던 사람이구나, 그게 너무 슬픈 감정이구나. 그 슬픈 감정이 있다면 저기까지 안 가면 되는데 굳이 기를 쓰고 저기까지 간 사람들, 그 자리를 버틴 사람들이 대표들이구나. 모르는데 저 자리에 있구나. 너무 알고 싶구나. 저 벽을 진짜 넘어가고 싶어 하는구나. 그런 슬픔을 견디는 사람들이구나. 글을 쓰면서 이렇게 생각이 막 진행이 되어 가는 과정이 후기를 쓰는 시간이에요. 저한테도 뿌옇게 있던 사람들의 인생에 초점이 맞춰지는, 그래서 해상도가 높아지는 시간 같고요. 굉장히 희열이 있는 동시에 너무나 힘든 시간이죠.



*홍은전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활동했고, 차별에 저항해 온 장애인들의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노란 들판의 꿈』을 썼다. 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와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 그 자체보다는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고 차별받는 사람이 저항하는 사람이 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인권의 현장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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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의 노래
전사들의 노래
홍은전 저 | 비마이너 기획 | 훗한나 그림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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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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