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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원숙 "다소곳이 생의 기쁨을 즐기는 마음"

산문집 『아치울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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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것보다 밥 한 끼를 잘 차려 먹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호원숙 작가가 일상의 틈새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글들은 아름다운 회화 작품처럼 낯설고도 친밀한 감동을 준다. (2023.06.13)


"동시대에 벌어지는 다양한 관심사를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다소곳이 생의 기쁨을 즐기는 그와 만날 수 있다." 

호원숙 작가의 산문집 『아치울의 리듬』의 이 소개글에 오래 눈길이 머무는 것은 다소곳한 생의 기쁨을 그린 한 권의 책이 선사하는 긴 여운 때문이다. 어머니 박완서 선생의 손길이 여전한 아치울의 집에서 호원숙 작가는 지금도 매일 식물을 가꾸고 관찰하며 생의 기쁨을 발견한다. 그 틈에 자유로이 글을 쓰고 소수의 사람들과 글을 나눈다. 글이 되지 않는 감정은 그림이 된다. 『아치울의 리듬』은 그런 매일이 계절이 되고 나아가 삶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글 쓰는 것보다 밥 한 끼를 잘 차려 먹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호원숙 작가가 일상의 틈새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글들은 아름다운 회화 작품처럼 낯설고도 친밀한 감동을 준다. '숲멍'을 하고, 부엌에 깃든 영혼을 생각하는 동시에 가장 현재의 사건들에 진지한 관심을 놓치지 않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고된 삶 속에서도 일상의 기쁨을 잃지 않을 줄 아는 태도를 조금은 배운 듯한 기분이 피어 오른다. 이것은 독서가 주는 가장 기적 같은 일이다.



계속 쓴다는 것이 중요하죠 

책의 시작이 참 흥미롭더라고요. "이 책을 내게 된 동력에는 저의 손녀딸이 있습니다."(6쪽)라고 쓰셨잖아요. 

초등학교 다니는 손녀딸이 있어요. 작년에 뉴욕의 초등학교에 있었는데요. 미술 시간에 '팬데믹 시대의 초상'이라며 그린 그림이 뉴욕 교육부에서 하는 맨해튼 미술 대회에서 상을 받은 거예요. 그 그림이 MoMA(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가 되었어요. 그 아이가 그림 밑에 쓴 글을 봤는데요. 처음으로 그린 수채화라는 내용, 지금은 굉장히 특별한 시대라는 내용뿐 아니라 "할머니 책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할머니는 작가다"라는 말을 적었더라고요. 그걸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커서 화가가 된다든가 하는 내용도 아니고 말이에요. 어린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싶어서 우리 손녀딸의 그림이 들어가는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마음이 참 좋아요. 

꾸준히 글은 쓰고 있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림 보따리도 항상 있었는데요.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요청을 하셨는데도 그냥 가만히 있었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출판사에 "글을 보실래요?" 했고요. 좋다고 하셔서 글을 보내기 시작을 했어요. 그것이 작년 말이에요.

글을 거의 매일 쓰신다고요. 꾸준히 쓰는 마음은 어떤 것인가요? 

못 쓰는 날도 있죠. 사정이 있으면요. 그러니까 이틀에 한 번 쓸 때도 있고, 또 기분이 나면 하루에 두 번도 써요. 그렇게 해서 원고가 엄청 많아요. 저는 굉장히 편안한 자세로 쓰거든요. 스마트폰으로도 쓰고요. 어디서나 써요. 컴퓨터 앞에 앉아서만 쓰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잠깐이라도 쓸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해요. 자투리 시간이라도 계속 쓴다는 것이 중요하죠.

샤워를 하고, 택배를 뜯는 일상의 기록까지도 모두 글감이 되더라고요. 

책 중간에 초록색 종이로 구성한 글은 청탁을 받아서 썼던 원고들이에요. 그 글은 호흡이 다르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여러 번 퇴고를 한 글이니까요. 그 외에는 매일 쓴 글들인데요. 기록하지 않으면 다 잊어버리잖아요. 그렇지만 그 순간을 기록하면 그게 오래 남아요. 이것이 오랜전부터 저의 취미예요. 

그렇다고 해서 이 글이 일기는 아니에요. 이 글은 아무리 소수의 사람이라도 독자가 있는 걸 의식하고 쓴 것이죠. 제가 아주 신뢰하는 분들이 있는 작은 카페에 쓰는 거고요. 열 명도 안 되지만 제 글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 중에는 몸이 아프셔서 외출이 어려우신 분도 계신데요. 이분들이 제 글을 기다리시는 거예요. 저는 글과 사진을 꼭 같이 올리거든요. 사진 때문에 글을 쓰는 경우도 있고, 글을 쓰다가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어요. 대단한 사진은 아니지만 매일 찍고요. 그러면 정말 같은 꽃이라도 달라지는 게 보여요. 저는 그게 좋아요.

『아치울의 리듬』을 읽으면서, 놓치기 쉬운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는 일의 의미를 자꾸 생각하게 됐어요. 

오늘도 사실은 이곳에 30분 전에 도착을 했어요. 느긋하게 준비하려고 했는데요. 근방에 다 와서 장소를 못 찾겠더라고요. 나중에는 같은 곳만 세 바퀴를 도는데 갑자기 서러웠어요. 이 동네가 나를 거부하나(웃음) 하면서요. 그래서 결국 출판사 사장님이 산울림 소극장으로 나오겠다고 하셔서 만난 거예요. 안 그랬으면 또 다시 근처를 돌았겠죠. 그렇게 사장님을 보니까 너무 반가웠어요. 그러면서 또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 모든 것이 나한테 친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어서 만나는 걸 더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고요. 계획한 대로 시간에 맞춰 왔다면 달랐겠죠. 뭐든지 나쁜 것만도 아니고, 좋은 것만도 아니고, 들여다 보면 다양한 면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1순위예요

뒷표지에 "다소곳이 생의 기쁨을 즐기는 그와 만날 수 있다"고 적힌 문장을 보고 많이 동감했어요. "기쁨을 주는 일은 얼마든지 있으리라"(30쪽)라는 말도 묵직했고요. 많이들 놓치는 생각 같아서요. 

요즘은 생의 기쁨을 알리는 것이 너무 수선스럽잖아요. 나는 어디 가서 뭘 했어, 특별한 걸 해봤어, 새로운 걸 먹었어, 어디를 여행했어, 하면서 마치 자랑하듯이 기쁨을 알려요. 그런 게 저는 너무 허무해 보이더라고요. 거기에 동참이 안 되고요. 저는 차라리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도 기쁨을 찾는 것이 더 진짜가 아닐까 생각하는 거예요. 누구한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것. 물론 글이라는 건 누구한테 보이기 위해서 쓰는 것이죠. 하지만 자랑을 하려고 쓴 건 절대 아니에요. 어떤 사람은 자랑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요. 저의 마음속에는 정말 뒷표지에 적은 말대로 '다소곳이 생의 기쁨을 즐기는 그 마음'을 생각해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 호흡이 주는 생경하면서도 감동적인 부분이 있어요. 사진을 찍는다고 하셨는데요. 마치 여러 일상의 장면이 엮여서 굉장히 멋있는 콜라주가 되는 느낌이에요. 

출판사에서 제 글을 보면서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말하자면 글의 구성을 계획적으로 한 게 아닌데요. 플롯이 없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 어떤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요. 너무 감사했어요. 그것이 제가 꿈꾸는 글이었어요.

직접 그림도 그리시잖아요. 그래선지 글에 회화적인 느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림과 글은 어떤 관계를 갖나요? 

저는 놀랐어요. 그림이 굉장히 에너지가 소모되더라고요. 그냥 조그마한 그림인데도 혼이 빠져나가는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너무 많이 하면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나는 일상을 유지해야지, 싶어서요. 책표지에 수록한 그림도 그리면서 아찔하더라고요. 혼이 딱 빠져나가니까요. 그래서 화가들을 보면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글 위주고요. 그림은 항상 좋아하니까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그리는 거예요. 글로써 표현할 수 없는 것이 그림으로는 표현할 수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그 정도고요. 조금씩 글 쓰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생각해요. 저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1순위예요. 물론 머릿속에는 항상 이미지들이 있지만요.

TV 광고, 유튜브, OTT 드라마까지, 현재적인 소재들도 눈에 띄어요. "나는 1인 연구소야. 맨날 세상을 연구하고 있지."(233쪽)라고도 쓰셨죠. 이 멈추지 않는 호기심도 참 좋았어요. 

<오징어 게임>에 대해 쓴 글은요, 조그맣게 썼는데 글을 읽은 분들이 너무 좋다고 해서 자꾸 붙여서 글을 만든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세상도 혼자서 연구를 하는 거예요. 그룹이 없어요. 누구의 영향도 크게 받지 않고요. 계속 탐구를 해요. 여러 사람의 관점을 혼자서 엄청 연구하죠. 나는 내 눈으로 본다, 그리고 내가 연구해서 본다는 마음이에요. 필요하면 책을 찾아볼 수도 있겠고요. 또 요즘에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있는데요. 그 중 좋은 정보도 많아요. 예를 들어 어느 예술론 같은 것도 들여다 보면 너무 좋거든요. 그러면 이제 연구를 하는 거죠. 어디까지는 이 생각을 믿을 수 있지만 그다음부터는 내가 생각해야지, 하면서요. 

그거예요. 나는 항상 변화할 수 있다는 여지. 세상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말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뭘 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그저 내가 보는 것을 주도적으로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누구의 말이 좋다, 옳다, 관점이 좋다, 그렇게 내가 판단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래서 저는 동시대적인 걸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요.

동시대적인 것과 관련해서 『아치울의 리듬』에서 제일 두드러지게 느껴졌던 것이 <유퀴즈>에 출연하셨던 이야기였어요. 방송 출연이라는 소재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무엇보다 출연 소감을 아주 솔직하게 쓰셨거든요. 

그걸 쓰면서 생각한 한 가지는 내가 아니면 그걸 쓸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거기서 또 관찰을 했거든요. 무엇을 관찰한다고 생각했을 때 생기는 여유가 있어요. 주어진 역할을 하면서도 역할에 파묻히지 않는 게 관찰할 때 가능해져요. 그러면서 굉장히 재미있어지죠. 어쩌다 강연을 갈 때도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지만요. 관찰하자, 그렇게 나오면 굉장히 편안해져요. 당연히 일을 방해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아는 한 잘하려고 하죠. 그래도 아는 정도를 할 수가 있지 그 이상은 할 수 없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작아지지 않아요. 사람들 구경하면 또 재미있고요. 

<유퀴즈>에 출연할 때도 관찰을 했어요. 원래는 글을 쓰려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요. 이건 특별한 경험이니까,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겪은 드문 경험이니까 기록해보자고 생각했죠. 녹화 전에 차 안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그런 건 그 시대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만약 코로나 양성이 나오면 촬영을 못하는 거잖아요. 진짜 드문 경험이 아닐 수가 없었어요. 또 관계자 분들이 저를 데리고 전화로 4시간, 현장에서 또 한참을 녹화했는데요. 나중에 결과물을 보고 감탄을 했어요. 너무나 잘 만들었더라고요. 아주 정제된 형태의, 여러 사람의 노력이 모아진 결과물이 됐구나 싶었어요.



고독한 사람만이

제목에 들어가는 '리듬'이란 단어는 어떤가요? <채널예스> 서면 인터뷰에서 "갈등과 불화에 나의 리듬이 깨지기도 하지만 휘둘리지 않고 본연의 리듬을 찾아가자는 의미로 썼습니다."라고 하셨거든요. 

'리듬'이라는 말은 제가 많이 생각하는 단어예요. 갈등이나 불화에 휘둘릴 수 있죠. 저도 그래요. 아무리 아니라고 생각해도 갈등을 느끼고 휩쓸려 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고독한 사람만이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으로부터 분리된 고독이 아니고요. 세상 안에서도 고독할 수 있는 거예요. 고독해야만 내 본연의 리듬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젊은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어줬으면 했어요. 저는 젊은이들을 보면 멋있거든요. 건강해 보이고 다들 예뻐 보여요. 그런데 사람들은 괴롭다고 해요. 무엇이 그럴까 생각해보는데요. 함부로는 말을 못하지만요. 다만, 저도 어려운 시기도 있었고 막막한 시기도 있었고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요. 자기만의 리듬에 대해 이 책을 보고 생각해줬으면 했어요. 지금은 뭐랄까 너무 남과 비교하고, 휘둘리잖아요. 안 그래도 충분한데, 그런 생각이에요. 물론 그렇게 해야만 만족이 온다면 그럴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 만족이 오래 못 가는 거잖아요. 또 다른 새로운 대상이 나타나야 되니까요. 고독하게 나만의 무언가를 찾으면 좋겠어요.

외부가 아닌 나의 내부에 집중하는 시간,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저는 그런 시간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저는 외출을 잘 안 해요. 내가 자발적으로 혼자서 있는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에요. 자연을 즐기는 것도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작은 풀 한 포기도 다 그만의 역사가 있어요. 그것은 고독하게 관찰해야만 알 수 있는 거죠.

"사람들과의 대화가 힘들어지면 식물들과 저절로 대화를 하게 되네."(161쪽)라던 대목도 있었죠. 선생님께서 식물과 대화한다는 것은 리듬을 찾는 일이기도 하겠어요. 

맞아요, 식물들은 아주 고유의 리듬이 있죠. 얘네들은 리듬을 흐트러뜨리는 일이 없어요. 저는 진짜 식물과 대화를 해요. 진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과 힘들 때 마당에 나가서 식물들을 보면 진짜 영혼이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어떤 때는 얘네들이 나한테 잘 보이려고 열심히 꽃을 피우는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받고요. 그건 아닐지 모르지만요.(웃음) 분명한 교감이 있어요. 

어머니랑 같이 꽃을 사러 다녔던 것도 그런 거죠. 제가 차를 운전하니까 어머니가 가고 싶으면 저한테 물어보셨어요. 저는 100% 찬성이었죠. 꽃을 사러 가서 그걸 차에다 싣고 오는 그런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내가 어머니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이기도 했고요. 또 어머니가 "이렇게 많이 사도 5만 원밖에 안 된다" 하시면서 기뻐하셨던 기억이 나요.

조용하고 아름다운 영화가 있다면, 거기에 나올 한 장면 같아요.

우리 어머니는 정말 뭐랄까요. 누군가의 글에 나타나거나 어머니가 쓰신 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분이세요. 그 모든 비하인드를 다 말할 수 없어서 그렇죠.

약 8년 전 한 인터뷰에서 어머니 박완서 선생님의 부재가 가장 사무칠 때로 "꽃이 피었을 때"를 꼽은 적이 있으시더라고요. 

어머니가 좋아했으니까요. 살아계실 때도 항상 "여기 꽃 피었어요" 하고 제가 먼저 얘기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호미』 같은 책은 어머니가 아치울에 오래 사시면서 쓴 것이기도 하고요.



모든 것에서 배워요

"나는 부엌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74쪽)고 쓰신 문장이 있거든요. 부엌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 담긴 신성함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는데, 이 역시 선생님만의 관찰과 리듬으로부터 나온 문장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혼이 있죠. 요즘에 TV나 광고 같은 곳에 나오는 부엌을 보면 너무 깔끔하다고 할까요. 매끈하고, 영혼이 깃들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또 바꿀 것 같아요.(웃음) 근데 저는 뭐 구질구질하게 살아요. 사실 그 글에서 말한 것은 제가 정말로 그렇게 한다기보다 그렇게 해야지, 하는 결심으로 쓴 거예요. 내가 진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게 좋은 거지, 하고 마음을 다지는 거죠.

선생님은 글을 쓰실 때, 어떤 독자를 생각하면서 쓰세요? 

어떤 때는 아픈 친구한테 쓰기도 하고요. 아무런 대상을 생각하지 않고 쓰기도 해요. 요즘은 아는 분이 많이 아프셔서요. 그분을 위해서 많이 쓰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분이 아프시니까 아무래도 기운이 없는데 제 글을 보면 생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쨌든 그것조차도 자유롭게 써요. 생각나는 대로요.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은 이미 내놓은 글이고요. 나만의 글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나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한다던 어느 인터뷰 말씀도 생각나요. 

저는 저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말을 별로 안 좋아하고 그냥 쓰는 사람(writer)이라는 말을 좋아하죠. 그동안 박물관 홍보 글 같은 것도 많이 썼고요. 초대장에 수록될 글이나 추천사를 쓰기도 했는데요. 그 모든 걸 하면서 많이 배워요. 저는 그런 과정을 되게 좋아해요. 앞으로 또 어떤 형태로 될지는 모르지만요. 저는 계속 글을 쓰고 있고요. 어떤 형태로든 또 새로운 걸 모색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저는 내 글이 작위적이지 않기를 바라거든요. 그림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쓰고 그리죠.



*호원숙

어머니 박완서와 아버지 호영진의 맏딸로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여고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나왔다. <뿌리 깊은 나무>의 편집 기자로 일했고, 첫아이를 갖고부터 전업주부로 살다가 1992년에는 박완서의 일대기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을 썼다. 언젠가부터 자신이 떠올렸던 것과 똑같은 구절을 다른 사람들의 글에서 발견할 때마다 '이제는 망설이지 말고 네가 먼저 써보라고' 하는 내면의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터넷 한쪽에서 '아침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치울의 리듬
아치울의 리듬
호원숙 저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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