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특집] 한정현 "오전에 한 시간이라도 쓰자"
<월간 채널예스> 2023년 6월호
넌 정말 근사해, 강인해, 대단해, 사랑스러워, 아름다워, 넌 정말 놀라워... 이와 같은 긍정과 격려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요. 저는 정말 칭찬을 사랑하고 칭찬이 좋고 칭찬 품앗이 하며 평생 살고 싶습니다. (2023.06.07)
예스24는 2015년부터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7년간 147명의 젊은 작가들을 소개했고, 180만 9798명의 독자가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도 6월 12일부터 7월 9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문학의 힘을 믿는 독자분들의 변함없는 응원을 기대합니다. |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6인'에 든 소감
이제 곧 등단 8년 차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물론, 2018년 가을까지 거의 활동을 하지 못했으니 실제 독자 분들께서 제 책을 접한 것은 요 몇 년일텐 데요. 그래도 뭐랄까요, 아주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신인상 후보에 올라본 적 없는 배우가 처음 신인상 후보에 오른 기분이랄까요.(웃음) 여전히 제 작품을 돌아봐주시고 찾아봐주시고 기억해주시는 독자 님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어요.
첫 책 『줄리아나 도쿄』의 기억
안 믿으실 것 같은데요. 워낙 청탁을 못 받는 작가였기에 『줄리아나 도쿄』와 「괴수아키코」만 발표하면 된다는 심정이었거든요. 『줄리아나 도쿄』는 제 개인적인 슬픔도 깊게 연관되어 있는 작품이라 이 작품이 나왔을 땐 진심으로, '이제 됐다. 먼 훗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내가 작가였고 내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했다고 말할 수 있겠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쓰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던 작품이고 장편이 처음이라 작법적으로도 고생을 했던 작품인데요. 그냥 참 좋았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독립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 첫날부터 이리저리 직접 배달(?) 다니느라 오래 감상에 젖진 못했습니다.(웃음)
매일 실천하는 글쓰기 루틴
오전에 한 시간이라도 쓰자! 오전에 한 시간이라도 쓰면 하루 종일 든든하고요. 오후나 저녁에 갑자기 시작하는 것보다 더 자세가 잡히는 기분이에요. 한 번 써놓은 걸 정리할 수도 있고요. 마감에 대처하는 자세는요. "이제 마감 직전까지 나는 없어(?)" 정도랄까요? 놀고 먹고 자고는 해도 정신에서 나는 없다(?) 이런 느낌으로 임합니다.
글 쓰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15년 가까이 매일 운동을 하는데요. 그래서 체력이 그나마 좋은 편인 것 같아요. 글쓰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지나고 보니 체력은 정말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또, 안 풀릴 때 운동하고 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분도 들고요. 글 쓰시려는 분들께 운동을 적극 권유합니다. 전 운동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뜬금없지만 롤 모델은 매번 바뀌는데 요즘은 아인슈타인이에요. 이유는 비밀입니다.
이 세 가지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
진심 성의 있게 쓰면 너무 짧아지지만 그래도 씁니다. 사랑, 사랑, 그리고 질문. 정말 이게 다에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
사실 '가장'은 없고요. 아마 제 독자께서는 다 아실 것 같은데요. 배수아, 로베르토 볼라뇨, 제발트 입니다. 그리고 그냥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책으로 대신 할게요. 다와타 요코의 『개 신랑 들이기』라는 소설이에요. 하하. 동문서답이지만 뭔가 책은 다양하게 많이 말하고 싶은 이 마음. 이해해주시리라고 믿어요.
글쓰기 작업에 영감, 도움을 줬던 책
등단 직전에는 정말 볼라뇨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역사 소설을 본격 써봐야겠다고 다짐한 것은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였어요. 구성적으로는, 소설 전체가 한 문단으로 이어지는 『칠레의 밤』, 시선적으로는 『부적』, 재미로는 『야만스러운 탐정들』이었던 것 같은데요. 일단 제가 한국에서 역사 소설 모르겠다, 했던 건 뭔가 역사 소설이라고 하면 위인들과 남자 영웅들이 몽땅 등장해서였거든요. 그런데 『칠레의 밤』과 『부적』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바뀌었어요. 저는 이게 진짜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부적』에서는 트라우마에 미쳐버린 여인이 문학 하나에 의지해 삶을 지속하잖아요. 반세기 전, 그리고 지구 반대편 나라의 어떤 이야기에 이토록 마음 저리게 공감이 되었던 적이 있었을까 싶었어요. 나도 내가 관심 있는 역사와 사회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써보겠다고, 그때 처음으로 다짐했고 등단작도 그렇게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지금 여러분이 아직 등단이 되지 않았다면, 정말 솔직하게 그건 그저 아직 여러분의 글쓰기를 알아보지 않은 세상의 시간대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쓰면 정말 된답니다. 언젠가 선배 중 한 명이 저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인내가 가장 중요한 재능이라고요. 흔한 말이지만 작가가 된 지금도 여전히 그 말은 유효하다고 생각하고요.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좋은 사람 많이 만나시고 즐겁게 글 쓰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
인플루언서와 인플루언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소설에 쓰기 위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요즘 네안데르탈인에 빠져서 그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인류 이전의 영장류에 대한 생각이라면 맞겠네요. 그리고 일상에 보면 무료 전시하는 갤러리 전시 일정인 거 같아요.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말'
넌 정말 근사해, 강인해, 대단해, 사랑스러워, 아름다워, 넌 정말 놀라워... 이와 같은 긍정과 격려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요. 저는 정말 칭찬을 사랑하고 칭찬이 좋고 칭찬 품앗이 하며 평생 살고 싶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남을 비난하고픈 못된 습성이 있기에 더욱 그런 마음을 품는 것이고요.
*한정현 소설가.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책 『줄리아나 도쿄』를 시작으로 『소녀 연예인 이보나』, 『나를 마를린 먼로라고 하자』 등을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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