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특집] 젊은 작가 16인의 상상의 우주를 열어준 것들
<월간 채널예스> 2023년 6월호
16인의 젊은 작가들에게 물었습니다. 내게 영감을 주는 것, 상상의 지평을 여는 것은 무엇인가요? (2023.06.07)
예스24는 2015년부터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7년간 147명의 젊은 작가들을 소개했고, 180만 9798명의 독자가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도 6월 12일부터 7월 9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문학의 힘을 믿는 독자분들의 변함없는 응원을 기대합니다. |
16인의 젊은 작가들에게 물었습니다. 내게 영감을 주는 것, 상상의 지평을 여는 것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경험, 하면 저는 늘 다와다 요코지! 하고 대답해요. 다와다 요코의 책들을 정말 좋아해요. 『영혼 없는 작가』, 『목욕탕』(이 두 권은 절판되었으나 곧 다시 나온다는 소문이!) 『헌등사』, 『용의자의 야간열차』, 『지구에 아로새겨진』, 『눈 속의 에튀드』, 『글자를 옮기는 사람』 등등. 읽어보면 정말이지 생경하고 아름다워서 깜짝 놀랄 거예요. 그런데 자꾸 머물게 되고 생각나고 고민하게 되어요. 언어라는 사이를 넘기, 국경 건너기, 종말의 세계에서도 계속 말하기, 여성으로 살아가기, 말하기. 제게는 새로운 우주를 열어준 작가예요. 다와다 요코라는 낯선 우주를 만나 보셔요!
레몬 씨앗. 파종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최근에는 똠양꿍을 만들어 먹을 때 쓴 레몬에서 나온 씨앗을 심었습니다. 흙에 씨앗을 묻고 한동안 잊고 지냈더니 싹을 틔웠는데요. 언젠가는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 거기서 또 새로운 씨앗을 채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연둣빛의 잎이 새로 난 것을 볼 때나 매일매일 얼마만큼 자랐는지 티도 안 나는 것 같았는데, 어느샌가 훌쩍 자라 있는 것을 보면 나도 그냥 계속 써야지, 내일도 써야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후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는데요, 다른 작품을 보고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보다 어떤 소설을 쓰고 있을 때 읽는 다른 책들이 그 소설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인용이나 소설 속 독후감으로요. 써야 할 소설을 어떻게 굴려 갈까 생각할 때, 소설을 쓰고 있지 않을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게 되거나 다른 부분에 밑줄을 긋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소설 안경을 쓰고 읽는 것처럼요. 저는 이런 독서도 좋아해요. 소설 쓰기는 내가 쓰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음식의 경우에만 너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소설에 넣고 싶어져요. 메모는 해 두는데 살아남은 건 몇 안 되더라고요. 샌드위치가 주로 살아남는 것 같아요. 샌드위치를 좋아해요.
글 쓸 때는 모든 영상 작품이 다 재미있게 느껴져서 어떤 작품을 꼽기가 어려운데요. 저는 사실 국내에 서비스되는 거의 모든 OTT 플랫폼의 회원이고 유튜브도 프리미엄을 구독하고 있답니다. 때문에 닥치는 대로 다 본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한국 드라마, 예능, 미국 드라마, 일본 드라마까지... 유튜브 웹 예능들도 다 챙겨보는데 남들이 어떻게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냐고 놀랄 만큼 많이 보곤 하지요. 음악은 대한민국의 다른 대중들처럼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 등 세 시대를 이끄는 그룹들의 노래를 틀어 놓곤 합니다.
코맥 매카시의 『로드』입니다. 세계가 모종의 이유로 멸망한 후 아들과 아버지가 폐허를 걷는 이야기인데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땅에서도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 책이에요. 그리고 두 존재가 서로를 의지하고 구원하는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로드』를 읽은 후 저는 누군가를 구원하고, 돕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매번 다른데요. 최근에는 <9-1-1>이라는 미드에 흠뻑 빠졌어요. 응급 구조대와 접수원의 삶을 다룬 드라마인데, 구조도 탄탄하고 인물의 결도 섬세해서 공부하듯 보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전파하고 있습니다. 시즌 6까지 나왔는데, 정말 흥미로워 한 번 보면 끊을 수 없을 거예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클래식의 재미를 조금 알게 되었는데 많은 클래식 곡을 좋아하진 않지만 드보르작의 곡은 매우 좋아해요. <유모레스크>를 듣다가 자주 웁니다. 진짜로.
메마른 가지에서 연둣빛 여린 잎이 자라는 모습을 좋아해요. 참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리도 바쁘게 저리도 멋지게 푸르게 자라 가지를 가득 메울 나무를 보자, 세상이 환해지고 눈이 부시도록 청량한 초여름의 나무 같은 이야기가 마음속에 들어오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지금 마무리하는 중이에요. 아마 여름쯤이면 이 푸른 이야기나 출간되지 않을까 싶어요.
영감을 주는 것들이 많지만 저한테는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 주기로 한 번씩 보는 다큐멘터리가 있어요.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그리즐리 맨>인데요. 주로 새벽에 잠이 안 올 때 관람합니다. 알래스카 국립공원에서 13년간 회색곰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다, 곰에게 공격 당해 죽은 티머시 트레드웰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인데요. 온갖 장르의 이야기가 전부 이 안에 담겨 있는 것 같아서 한 번 틀면 끊지 못하고 계속 보게 돼요.
최근에는 오오쿠 아키코 감독이 연출한 일본 드라마 <박새~ 사십부터~>에 빠져 지냈습니다. 40세의 만화가가 열여덟 살 연하의 남성과 불륜에 빠지는 내용입니다. 이 빤한 내용을 연출의 힘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새롭게 보이게 합니다. (안 먹어봐도) '아는 맛'을 막상 먹었는데 다른 맛일 때의 놀라움, 그러나 여전히 '아는 맛'의 매력 또한 간직한 멋진 작품입니다.
시를 쓰지 않지만, 갈수록 시 읽기를 좋아하게 되고 있어요. 최근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계미현 시인의 미공개 시들과, 『양눈잡이』를 쓴 이훤의 신작시와, 고명재 시인의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과, 김유림 시인의 『별세계』를 읽었습니다. 좋은 시를 읽으면 제가 쓰는 산문도 변하더라고요. 산문 쓰는 사람이 갇히기 쉬운 선형적 시간에 대한 강박 같은 것이 사라지고요. 이리저리 재밌는 점프를 하는 문장들을 쓰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시집은 제게 상상의 우주를 열어주는 작품입니다.
황정은 작가님의 소설들과, 배수아 작가님의 『뱀과 물』,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입니다. 읽는 내내 술에 취한 것처럼 헤롱헤롱했던 기분이 며칠간 지속됐어요. 이 책들을 읽으면서 제 머릿속에 펼쳐졌던 장면들은 가끔 꿈에도 다시 나오곤 합니다. 유려한 문장과 아름다운 이미지로 가득 찬 상상에 빠져 보고 싶으시다면 꼭 읽어 보세요.
스콧 리더의 그림들이요. 작년 프리즈 아트 페어에서 <블루 인테리어(Blue Interior)>라는 작품을묘한 분위기에 끌려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어요. 푸른 방에 놓인 화병 속 꽃이 담배를 피우는 그림이었는데 무척 쓸쓸하면서도 다정하고, 그리우면서도 생소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후에 그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최근에는 <브레드 & 버터(Bread & butter)> 시리즈에 빠져 있습니다. 다양한 상황에 놓인 빵과 버터 그림인데요. 무심한 듯 열정적인 둘의 관계가 마음에 들어요. 스콧 리더의 작품들이 주는 모순적인 인상에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프리즈에서 그의 작품을 사오지 않은 것이 아직도 후회되네요.
노은희 소설가의 『트로피헌터』를 좋아합니다. 『트로피헌터』는 사랑하는 자의 삶은 내 옆에 결코 박제할 수 없기에 지금 살아있는 저의 사랑들을 끝없이 증명하게 만드는 작품인데요. 노은희 소설가만이 이야기하는 애도는 부정하는 어둠이 아닌, 그 어둠 속에서 꺼지지 않는 작은 등불을 저에게 건네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작은 불씨를 이어 받아 제가 시를 쓸 수 있는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쓸 수 있는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발터 뫼어스의 모든 책과 다큐멘터리 영화 <액트 오브 킬링>과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입니다.발터 뫼어스의 책은 판타지 장르에 대한 제 벽을 허물어준 작품입니다. 가본 적 없는 낯선 세계를 이토록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을지 몰랐거든요. 다큐멘터리 영화 <액트 오브 킬링>은 영화 찍기와 재현이라는 행위가 인간의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존 말코비치 되기>는 장르와 형식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세 작품 다 종이와 렌즈의 경계를 허물고 제 안에 들어왔고, 예술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게 해주었어요.
때마다 달랐는데요.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을 쓸 때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퀸텀에서 <친절한 금자씨>에 현대 무용을 접목했던 러블리즈의 '예인' 무대를 많이 보면서 캐릭터와 서사의 분위기를 잡았던 거 같아요. 『마고』를 쓸때는 태민의 '일식'과 '사요나라히토리', 뮤지컬 <웃는 남자>의 '내안의 괴물', <마타하리>의 '돌아갈 수 없어', <아이다>의 'easy as life' 무대를, 「쿄코와 쿄지」는 뮤지컬 <레베카>의 '영원한 생명' 무대를, 『줄리아나 도쿄』는 태민의 'flame of love'를 자주 봤던 것 같고요. 사실 이걸 보고 서사를 떠올린다거나 캐릭터를 만드는 게 '절대 아닙니다'(웃음)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혀 상관없는데요. 그냥 그 느낌을 연결 받아 구상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최근엔 뮤지컬 <팬레터>를 다시 떠올리고 있어요. 이유는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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