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작가 (ⓒ 해란)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6인'에 든 소감 

작년에 이어 올해 또 이름을 올리게 되어 연달아 놀랍고 감사했어요. 글을 쓰는 일은 가끔은 우주를 향해 쏘아 올리는 인류의 생존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누가 보기는 하는지,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에서요. 그런 의미에서 '젊은 작가 투표' 후보로 선정된 것은 그래도 이 넓은 우주 어딘가엔 네 메시지를 듣는 사람이 있어, 하는 응원처럼 느껴졌어요. 감사합니다.

첫 책 『브로콜리 펀치』의 기억

누구나 첫 책의 의미는 깊겠지만, 『브로콜리 펀치』는 20대 초반부터 시작해 30대 초반까지 썼던 글들이 한 권으로 모인 책이라 제게는 더욱 특별한 책이었습니다. 혼자 쓰고 혼자 읽었던 이야기들이 책으로 묶인다니 감회가 정말 새로웠어요.

매일 실천하는 글쓰기 루틴

분량, 내용에 상관없이 하루에 한 글자라도 꼭 쓰려고 합니다. 흐름이 끊기면 이어나가기가 어렵더라고요. 정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날엔 대신 책을 읽습니다. 마감에 대처하는 방법... 은 딱히 없지만, 마감일 일주일 전에는 원고가 완전한 상태로 완성되어 있는 것을 목표로 조금씩 당겨서 일정을 짭니다.

글 쓰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 그리고 편안한 공간과 도구. 많은 작가님들이 시간을 쪼개어 운동을 병행하는 이유를 요즘 절감하고 있습니다. 흔히 작가, 하면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를 많이 피우고 커피에 절어 사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이 없으면 글을 쓸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도 최근엔 동료 작가와 함께 수영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편안한 공간과 도구.(라고 해봐야 키보드, 마우스가 전부지만요) 저는 장소를 크게 타는 편은 아니라서 회사나 카페나 어디서나 글을 잘 쓰곤 하지만, 그 장소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편안함과 제 손에 익은 도구가 있으면 작업 효율이 쑤욱 늘어난답니다.

나를 쓰게 만드는 사소한 것들 

커피, 게임, 그리고 딴짓거리. 제게는 딴짓거리가 항상 필요합니다. 집중을 오래 하지 못하는 편이라 간단한 육성 게임이나 카드 게임 같은 것을 서브 모니터에 켜놓고 글을 쓰는 일이 잦아요. 동시에 몇 가지 일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이 좋더라고요. 같은 맥락에서 게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스타듀밸리>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모든 콘텐츠를 다 즐긴 지 오래라 새로울 건 없지만 오랜만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니 또 재미있더라고요.(왠지 계속 게임 얘기만 하는 것 같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도 아직 열심히 합니다. 게임을 몇 판 즐기고 나면 집중력이 빡 올라가면서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 것 같아요. 커피를 쭉쭉 들이키면서 게임을 한두 판 하는 것이 저의 글쓰기 전 루틴입니다. 집중력 부스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

황정은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특히 황정은 작가님의 초기 작품들은 부분부분 외우고 있을 만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문장으로 된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기분! 특히 좋아하는 책은 단편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입니다. 모든 단편들이 사랑스럽지만 특히 「모자」를 가장 좋아해요. 갑자기 모자(머리에 쓰는 그 모자 맞습니다)가 되어버리곤 하는 아버지와 세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이 단편집을 통해서 저는 '소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아무리 황당한 일이라도)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라는 당연하지만 놓치기 쉬운 진리를 배웠습니다.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한번 이 점을 생각하면서 읽어 보시면 좋을 듯해요. 아버지는 왜 모자가 될까요? 어떨 때 모자가 될까요? 환상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셨으면 좋겠는 책이에요. 이 책이 없었다면 『브로콜리 펀치』는 쓰이지 못했을 겁니다.

글쓰기 작업에 영감, 도움을 줬던 책

많은 책들이 있지만, 굳이 한 권을 꼽는다면 마루야마 겐지 님의 『소설가의 각오』를 꼽고 싶네요. 직업으로서의 작가에 대해, 작가가 가져야 할 태도와 시선을 많이 배운 책입니다. 그리고 작법서로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긴장감 넘치는 글쓰기를 위한 아이디어』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어요. 우선 딱딱한 느낌의 작법서가 아니라서 좋았고, 소설을 '재미있게' 쓸 수 있는 팁이 여럿 나와있는 좋은 책입니다. 작법서를 추천해달라는 분들께 항상 추천드리는 책이에요. 참,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밤의 원숭이』도 가끔 머리를 푸는 용도로 재독하곤 합니다. 제 소설의 장점은 가벼움과 재미라고 생각하는데 소설을 쓰다 보면 한없이 무거워지고 우울해질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읽으면 다시 가벼운 풋워크를 되찾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을 얻어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글쓰기의 원동력은 자기 자신의 즐거움이 가장 큽니다. 잘 안 써지더라도, 때로 무용하게 느껴지더라도, 글 쓰는 일이 즐거우시다면 당신은 이미 작가입니다.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

최근 오랜 공백기를 깨고 취업을 했습니다. 직장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돈 벌기와 글 쓰기, 두 가지 과업 속에서 균형을 잡아나가는 일을 다시 하게 되어 재미있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선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말'

'이것도 지나가리라' 입니다. 기쁠 때 자만하지 않고, 동시에 슬플 때 좌절하지 않도록 힘이 되어주는 문구라고 하죠. 제 좌우명이기도 합니다. 마음놓고 믿을 만한 것이 별로 없는 이 세상에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시간의 성실성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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