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3년 상반기 케이팝 신을 가장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는 SM 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싸고 벌어진 카카오와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이었다. 아직 한 달이 남았고 하루걸러 하루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케이팝 마을이지만, 아마 이보다 거센 폭풍을 몰고 올 사건은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얽히고설킨 세 기업의 주가와 케이팝의 미래, 이 모든 상황의 중심에 놓인 SM과 '케이팝의 아버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평판까지 하늘과 땅 사이를 여러 차례 오가게 만들었던 해프닝은 결국 진통 끝에 카카오가 경영권을, 하이브가 플랫폼을 취하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었다. 천문학적인 숫자와 눈에 보이지 않는 이권 다툼까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음에도 이 정도면 평화로운 마무리가 아닌가 한숨 돌리는 그곳에 여덟 명, 아니 네 명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룹 에스파다.
그룹에서 솔로까지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씬에서 손꼽히게 다채로운 카탈로그를 보유하고 있는 SM에서도 에스파는 유독 특별한 위치를 차지했다. 2020년 11월 데뷔로 SM 현역 그룹 가운데 가장 막내 자리를 차지하는 이들은 그러나 음악과 콘셉트에 있어서만은 SM의 분홍빛 피를 그대로 이어받은 순수 혈통의 위치를 누구보다 확실하게 꿰찬 이들이었다.
데뷔 당시부터 큰 화제였던 케이팝과 메타버스의 적극적인 결합은, 겉으로 보기에는 시대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엔터테인먼트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보였다. 그러나 에스파의 내부는 실은 지금까지 SM을 통해 데뷔한 그 어떤 그룹보다 치밀하게 레이블이 추구해 온 세계관을 이행하기 위한 스케줄 표로 꽉 채워져 있었다. 그동안 H.O.T, 동방신기, 엑소 등 보이 그룹이 이어오던 SM 특유의 심오하고 철학적인 SMP 형식은 '네오'로 거주지를 옮긴 NCT가 아닌 에스파로 전이되었다. 데뷔 싱글 'Black Mamba'에서 최근작 'Girls'까지 작사, 작곡, 편곡에 살아 있는 SM 음악의 역사 그 자체인 유영진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십 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S.E.S.의 'Dreams Come True(1998)' 뮤직비디오나 H.O.T.의 '평화의 시대’(2000)'를 연상시키는 SM 특유의 SF와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미지는 에스파에 이르러 2020년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세기말을 의식한 레트로의 인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세상 속에서 에스파는 자신들이 뿌리를 둔 SM 레트로의 공식을 누구보다 충실하게 이행했다.
SM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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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