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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여행법』 이지나 작가 인터뷰

『어린이의 여행법』 이지나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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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여행법』은 포르투갈 리스본의 높고 복잡한 골목에서, 쿠바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그리고 오래된 시골집에서도 아이가 얼마나 충실한 여행자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2023.05.24)

이지나 저자

여행을 좋아해서 나이보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살기를 원했고,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아이와 함께 꿈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람이 있다. 지난 10년간 아이와 함께 22개 나라를 다녀온 그는, 아이가 세상을 배우고 즐기고 누리는 법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해 책에 담았다. 『어린이의 여행법』은 포르투갈 리스본의 높고 복잡한 골목에서, 쿠바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그리고 오래된 시골집에서도 아이가 얼마나 충실한 여행자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따라가는 동안 '불편해도 사랑스러운 것들이 있고, 어른도 아직 다는 모르며, 못해도 괜찮다'는 새삼스러운 진리를 깨닫게 하는 책, 『어린이의 여행법』이지나 작가를 만났다.



『어린이의 여행법』이라는 제목이 무척 인상적인데요. 어떤 책인지, 왜 제목이 '어린이의 여행법'인지 설명해주세요.

어린이가 세상을 여행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여기서 어린이는 지금 현재 어린 사람이기도 하고, 언젠가 어린이였던 우리 모두이기도 하고요. 어린이에게는 집 밖을 나서는 것부터 여행의 시작인데요. 아이와 함께 지난 10년간 일상 틈틈이 여행을 하면서 만나고 발견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아이는 자라고 저는 많이 배웠고요. 그래서 제목이 『어린이의 여행법』이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 '얼이'의 말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날씨가 다르니까 맑아도 좋음, 비가 와도 좋음'이라고 한 얘기처럼요. 세상을 바라보는 신선한 감각,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엄마를 위로할 줄 아는 의젓함도 놀라웠습니다. 아무래도 여행의 영향이 있었을까요?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 중 하나는 시간이에요. 여행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고 아이를 길러낸 부분도 분명 있을 테지만, 책에서 말했듯 그건 우리가 지금 전부 다 알 수는 없을 거예요. 다만, 우리가 여행을 하는 동안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맑은 날에는 맑은 날의 행복이 있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빗 속에서의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배운 거죠. 그리고 아이가 그것을 피부로 느끼며 깨닫는 과정을 제가 아주 가까이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고요.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많았던 덕에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더 많이 발견하고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해요.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과 '함께 나란히 걷는 것'의 차이를 이야기하신 대목에서 무릎을 쳤어요.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말을 흔히 쓰는데, 이 말에 이미 아이의 의사는 빠져 있는 거잖아요. 아이가 어릴 때도 목적지를 설명해주고 걸을 때와 아닐 때, 차이가 있을까요? 작가님은 아이가 몇 살 때부터 그렇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저도 여행에서 배운 것인데요. 이십 대 초반 스위스에 한동안 머물렀거든요. 아이를 환대하는 문화를 보고 경험하는 시간이었어요. 아이를 사랑으로 양육하면서도 독립된 존재로 대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기저귀를 갈거나 할 때도 그냥 하지 않고 갓난아기에게 꼭 먼저 얘기해요. 당시에는 놀라웠는데 오래전이라 잊고 있었어요. 그런데 '얼이'를 기르면서 그 생각이 나더라고요. 우리는 태교를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아기가 태중에 있을 때도 말을 건네죠. 

그런데 막상 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그냥 일방적으로 옷을 갈아입히고 품에 안고 다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저도 '얼이'에게 먼저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걷거나 말하기 전부터요. 그 차이를 실감했던 것은 의외의 곳에서였는데요. '얼이'가 물고기 '블루'를 기를 때, 꼭 먼저 말을 한 뒤에 밥을 주고 물을 갈아주더라고요. "블루야 밥 줄게. 블루야 물 갈아줄게." 이렇게요. 아이들은 세상이 자신을 대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대한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이제는 아이가 먼저 공부하고 준비해서 여행을 이끌기도 한다고요. 아이에게도 소중한 경험이고, 또 함께하는 가족들에게도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 같아요. 아이가 충실한 여행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끈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어디를 가는지 알고 가면 재미있죠. '데리고' 가는 게 아니라 '함께 나란히' 걷는 것은 여행의 모든 부분에 적용되는 삶의 방식이에요. 일단 여행지가 정해지면 여행의 모든 과정을 함께 준비해요. 그 나라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함께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책도 찾아서 읽고요.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갈 때는 영화 <시네마 천국>을 함께 봤고, 쿠바에 갈 때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같이 읽었어요.

식당을 찾아서 현지 음식을 미리 맛보거나 그곳의 언어를 배우기도 하고요. 지도를 보면서 서로 가고 싶은 곳을 하나씩 표시해보기도 해요. 지난 겨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갈 때는 대부분의 일정을 얼이가 정했어요. 가우디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구엘 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갔는데, 가이드 없이 돌아보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 동안 머물렀어요. 아이는 자기 짐도 직접 꾸려요. 쓸모없어 보이는 장난감을 넣거나 중요한 물건을 빠트리거나 부족한 게 있어도 그대로 떠나요. 그 가방을 메고 종일 걸어 다니다 보면 무엇을 넣고 빼야 하는지 선명해지죠. 서로가 자기 몫의 짐을 지고 모두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노 당신 존'이란 글도 와닿았습니다. 영화 <그린북>에 빗대서 설명하셨는데요, "(아이를 데리고) 아무 데나 다니지 말라"는 말까지 들으셨다고요. "'노 키즈 존'이 있는 곳에서 '노 시니어 존', '노 중년 존'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말씀처럼,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 키즈 존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어떤 점을 기억해야 할까요?

안 그래도 얼마 전 얼이와 함께 동네 산책을 하다가 노 키즈 존 이야기를 했어요. 이제는 동네 골목 카페나 식당도 노 키즈 존이 많잖아요. 얼이에게 노 키즈 존이 왜 생기는 것 같냐고 물었는데, 얼이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자꾸 이유를 찾으려 하지만 이유가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건 찬성과 반대에 관한 문제가 아니거든요. 위험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모든 사람은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해요.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죠. 당연히 누구나 어디든 갈 수 있고, 그 전제 위에서 이야기를 나눠야 해요. 토론의 자리에 주체인 당사자가 존재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배제와 차별을 당하는 이들에게는 기회나 언어조차 주어지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요.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노부인 이야기도 울림이 깊었습니다. 그분이 오셔서 "아이가 정말 귀여워요." 딱 한 마디 건네고 가셨잖아요. 그 짧은 순간이 이토록 감동적이고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은 첫 번째 책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어요. 얼이와 첫 여행을 떠났을 때 샌프란시스코 카페에서 옆에 앉았던 노부인께서 아이에게 커트러리를 양보해 주시면서 다정한 말을 해주셨거든요. 그 이야기를 책에 썼는데, 출간 이후 다른 곳에 책이 소개되면서 그 부분이 인용되었어요. 그런데 그때 여러 댓글이 달렸어요. 그중에는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 타지 말라거나 아이 교육이나 제대로 시키라는 글도 있었어요. 너무 견디기가 힘들더라고요.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고, 여전히 일상을 살고 여행을 떠났지만, 그때부터 자기 검열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즈음 떠난 여행이었어요. 사실상 피난이었죠. 이방인이 되어 숨으러 떠난 여행이었고, 아이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 틈에 뒤섞여 여행했어요. 그날도 고단한 하루를 보냈고 분명 제 표정이 좋지 않았을 거예요. 얼이를 따라다니면서 계속 주의를 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제게 오셔서 말을 건네신 거였어요. 굳이, 부러 제게 다가오신 거죠. 그 말을 해주시려고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따스함이 저를 일깨웠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위로를 받았어요. 그런 순간들이 있어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어요. 다시 글을 쓸 용기도 냈고요.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계속 여행을 하죠. 어차피 돌아올 건데 다시 떠나고요. 시간과 비용과 수고와 마음을 모두 쏟아야 하는 이 불편하고 아름다운 일은 책을 읽는 것과도 닮아있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번거로이 책장을 펼치고 기꺼이 내일로 떠납니다.



*이지나

디자인 스튜디오 '시간이지나'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여행을 좋아해서 나이보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살기를 원했고, 결혼하고 아이 '얼이'가 태어난 후에도 그 꿈을 이어가고 있다. 일상 속에서 틈나는 대로 여행을 계속하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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