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전원생활의 로망을 이뤘습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김진경 저자 인터뷰
누구나 한 번쯤 마당 있는 전원주택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이미 지어진 집에 들어가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지은 집에서, 문밖을 나오면 건물이 아닌 자연이 눈앞에 펼쳐지는 집에서 사는 삶은 모두에게 로망일 것이다. (2023.05.16)
누구나 한 번쯤 마당 있는 전원주택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이미 지어진 집에 들어가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지은 집에서, 문밖을 나오면 건물이 아닌 자연이 눈앞에 펼쳐지는 집에서 사는 삶은 모두에게 로망일 것이다. 『마당 있는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는 <채널예스> 에세이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김진경 작가가 건축가 남편과 함께 양평 문호리에 집 지으면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에세이다. 작가는 어릴 적 가족과 함께 살았던 단독 주택부터 고시원, 아파트 등 지나온 주거 공간들에 대한 흔적들을 회상하면서, 현재 전원주택에서 살게 된 계기와 집 짓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자연 속에서 집 짓고 살아가는 낙낙한 일상 속 소확행의 매력을 한껏 느껴보길 바란다.
책 제목이 『마당 있는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입니다. '잘 산다'는 말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전원주택에 산다고 해서 생활이 획기적으로 바뀌진 않았어요. 직접 가꾼 유기농 채소로 밥상을 차리고, 건강한 음식만 먹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라면도 자주 먹고 반찬 가게의 도움을 받고 있답니다. 다만, 전원주택에서는 자연 가까이에 살다 보니 마음이 편해요. 도시에서는 바쁘게 다니는 자동차, 사람들을 보며 항상 조급했거든요. 사람들은 앞으로 나가는데 저만 뒤로 처지는 기분이 들고요. 하지만 지금은 고개를 들면 산과 강이 보여요. 자연은 자신의 시간에 맞춰 순리대로 흐르고요. 전에는 급하게 하려다 망치는 경우가 있었는데,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오히려 즐기면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주택에서 '잘 산다'라는 것은 물질적인 풍요보다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음을 뜻한다고 생각해요.
전원주택에 살면서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집 자랑을 하셔도 됩니다.
일단은 층간 소음이 없어서 좋습니다. 내가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일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어요. 아이와 집에서 축구를 할 수도 있고, 친구들을 초대해 신나게 뛰어놀기도 합니다. 세탁기도 마음대로 돌리고요.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도 즐거워요. 계절마다 할 일이 있거든요. 봄에는 식물들이 자라는 걸 지켜보고, 여름엔 수영장을 설치해서 놀고, 가을이면 텐트를 친 뒤 마당 캠핑을 즐깁니다. 겨울이 오면 눈사람도 만들고요. 문 열고 나가면 바로 땅을 밟을 수 있고, 자연을 가까이 접하고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작가님은 과거에 단독 주택에서도 사셨고 고시원, 빌라, 아파트 등에서도 살아보셨죠. 그때 집들과 지금 전원주택이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어릴 때 살았던 단독 주택은 마당이 넓었지만 주차를 위해 바닥을 시멘트로 채웠어요. 그래서 풀이나 흙을 밟고 살 수는 없었죠. 서울로 올라온 뒤 살았던 기숙사, 고시원은 집이라기보다 방이었고요. 결혼한 뒤에는 빌라와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공동 주택에서도 편하게 잘 살았지만 그때의 편리함은 몸의 편함에 조금 더 비중이 있었어요. 관리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쓰레기 배출 요일, 공동 규칙 등만 잘 지키면 됐으니까요. 지금 전원주택은 집 안팎을 온전히 저희가 관리해야 해요. 공동 주택보다 손이 가죠. 그런데 그 일들이 꽤 즐거워요. 저희의 손이 가는 대로 식물이 자라고 집이 만들어지거든요. 우리의 취향에 맞춰 가꿀 수 있어서 애정이 생기고, 오롯한 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마당 있는 집' 하면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만 살 수 있는 집으로 여겨지곤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역과 집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일 거예요. 아파트는 가격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어, 집값을 알 수 있지만 주택은 거래량 자체가 많지 않고 각 집마다 가진 조건이 워낙 다르니까요. 마당 있는 집에 오기 전 살았던 아파트는 아이 키우기 참 좋았지만,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가격이 너무 올랐어요. 그 돈이면 서울을 벗어나 집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았죠. 실제로 저희는 당시 형성된 전세가보다 적은 돈으로 땅을 사고, 집까지 지었어요.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교외로 나왔기 때문이에요. 땅이나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근교로 시선을 돌리면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남편께서 건축가이시다 보니 아무래도 집 짓기가 수월하셨을 것 같아요. 건축가가 아닌 비전문가 입장에선 집 짓기가 도전해볼 만한 일일까요? 조언을 좀 주신다면요?
남편은 건축가라 집이 지어지는 전 과정을 알고,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어서 대비가 가능했어요. 그래서 저희 집을 지을 때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반면, 비전문가인 저는 매일 걱정이었고요. 집 짓기가 끝난 지금은 그 걱정이 무색하게 잘 지내고 있지만요. 집 짓기는 크게 '땅 고르기 → 설계 → 시공'으로 이어지는데, 급하지 않게 진행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땅을 살 때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처럼 재차 확인하고, 설계할 때는 내가 원하는 집이 무엇인지 오랜 시간 생각하고, 시공사를 선정할 때는 업체의 여러 현장을 방문해서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요. 시간을 들여 어느 정도 내 생각을 정리한 후에 전문가를 만나야 질문도 할 수 있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습니다.
작가님께선 양평에 이사 오기 전엔 아파트 단지에 사셨죠. 도시 출신으로서 지금 사는 곳이 적적해서 사람이 그립진 않은가요?
저는 오히려 지금이 인간관계가 넓어졌어요. 워낙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만나는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들은 어린이집 학부모님들이에요. 놀이터에 가면 친구들이 있으니 자연스레 만났지요. 지금도 아이가 하원 후에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놀다 오니 같은 반 보호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오전 시간에는 일주일에 두 번, 면사무소에서 하는 줌바를 다니고 있어요. 거기서 같이 운동하는 분들을 만나 가끔 차도 마시고 밥도 먹어요. 좁은 지역이다 보니 한 다리 건너 아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봄에 열리는 북한강 매실 따기 행사도 참여하고, 마을 이장 선거에도 갔답니다. 소박한 인간관계지만 사람들과 적절하게 어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지킬 수 있어서 지금이 저한테는 알맞습니다.
『마당 있는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는 작가님의 일상을 담은 블로그 같은 책인데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여러 주거 공간을 거쳐 지금은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있는데요. 제가 지나온 모든 집은 지금의 제가 있게 해준 소중한 곳들이에요. 4인 1실의 대학 기숙사부터 방이 너무 좁아서 머리를 책상 아래에 넣고 자던 고시원, 언덕 꼭대기에 있던 신혼집 빌라까지 각기 다른 추억이 있어요. 그때의 저한테는 그곳이 최선의 선택이었고, 원하던 결과를 이루지 못한 때도 있었지만 집에 대한 추억은 남았어요.
이 책은 '주택이 답이다, 주택이 최고다' 말하는 책은 아니에요. 마당 있는 집은 집의 여러 형태 중 하나일 뿐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주택이 쉽게 택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인생에 한 번쯤은 고려해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당장은 어렵지만 언젠가 주택 살이를 꿈꾸고 있다면 제가 주택에 사는 모습을 보고 조금씩 자기의 모습을 그려보시면 좋겠어요.
*김진경 어릴 때는 단독 주택에 살았고, 서울에 온 뒤로는 기숙사부터 고시원, 빌라, 아파트까지 다양한 곳에서 살았다. 아파트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건축가 남편의 오랜 꿈이었던 내 집 짓기에 동참하게 됐다. 양평 문호리에 마당 있는 집을 지어 남편, 아이와 함께 즐거운 전원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출판 편집자를 거쳐 현재는 <채널예스>의 에세이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에세이스트로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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