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광신 사이, 사랑과 집착 사이 『인센디어리스』
『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저자 인터뷰
<파친코>의 감독 코고나다에 의해 영상화가 결정된 『인센디어리스』의 작가 권오경을 만나보자! (2023.04.27)
'컬트', '종교', '테러'라는 민감한 소재를 거침없는 문장으로 그려내며 미국 문단에서 주목받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권오경의 첫 장편 소설 『인센디어리스』. 극단주의 기독교에 연루된 여성과 그를 사랑한 한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종교적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작품이다. 작품의 큰 축은 컬트 종교이나, 작가는 컬트 종교에 대한 묘사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기보다는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되는 인간의 상실감과 결핍, 사랑이라는 명분하에 벌어지는 몰이해와 통제욕,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에 대해 증언한다.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 9개국에서 출간되고, <파친코>의 감독 코고나다에 의해 영상화가 결정된 『인센디어리스』의 작가 권오경을 만나보자!
『인센디어리스』 한국어판 출간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 작품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만, 다른 언어권 독자를 만났을 때와 또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인센디어리스』의 한국어판 출간은 제게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쁘고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아주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떠났지만 한국에 오는 것이 고향에 돌아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제 몸이 그렇게 느껴요. 게다가 한국어로 번역 및 출간되면서 저희 할머니가 드디어 저의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인센디어리스』 속 컬트 종교 제자의 교주 '존 릴'은 한국이 종교를 믿는 걸 넘어서서 헌신적인 사람들이 많은 나라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일부 극단적인 종교와 관련된 사건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컬트 종교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데요, 작가님이 종교, 컬트를 소재로 소설을 쓰면서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목 '인센디어리스'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 생각에 사람들을 사이비 종교와 극단주의 단체로 이끄는 것 중 하나는 확실성과 해답에 대한 갈망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와 같이 불확실한 시기에 자라나는 갈망입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유와 확실성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광신적인 신념 체계는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한나 아렌트는 외로움이 테러와 극단주의 이데올로기의 공통되는 기반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설 속 컬트 종교 지도자인 존 릴은 이러한 갈망과 이 갈망을 충족시키는 듯이 보이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인센디어리스』가 사람들이 믿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더 많이 조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목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인센디어리'는 방화 혹은 폭발물을 가리키는 동시에 '선동적인' 발언을 가리킵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종종 "주님을 위해 불사른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해석을 담을 수 있는 풍부한 단어를 원했기에 이 제목에 끌렸습니다.
『인센디어리스』는 무려 10년에 걸쳐서 썼고, 차기작은 현재 7년째 작업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성실히 이야기를 붙잡고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목사, 목회자가 되려고 했을 만큼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는데 열일곱 살에 종교를 잃었습니다. 소설을 쓸 때, 저는 항상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고 믿었던 그때의 그 고립된 배교자 소녀를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녀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혼자가 아니라는 것과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내가 여기 있고 우리가 계속 여기에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욕망이 제가 수년 동안 계속 이 소설을 써나갈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문학은 제가 아는 외로움을 치유하는 최고의 치료법 중 하나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동지애를 전달하도록 노력하라는 소명을 받았다고 느낍니다. 이것이 제게는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많은 분들을 통해 그러한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만의 창작을 위한 루틴이 있으시다면요?
글쓰기에는 엄격한 규칙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이 선언 자체가 사실상 규칙이 아닐까 의심스럽습니다만) 시를 자주 그리고 깊이, 그리고 가능하면 매일 읽는 것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를 읽는 습관이 없다면 산문 작가의 능력에 인위적인 한계를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도 글을 아주 잘 쓸 수 있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하신 만큼 어느 한 곳 소중하지 않은 부분이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이 작품에서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혹은 부분이 있을까요?
첫 번째 장입니다. 책을 쓴 지 2년쯤 되었을 때 저는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써온 『인센디어리스』의 초고를 모두 버렸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인센디어리스』 첫 번째 장이 제게 왔습니다. 많은 혼란 끝에 첫 번째 장이 명확하고 거의 온전한 상태로 제게 도달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저는 그 옥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었고, 곧이어 캐릭터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첫 장면에는 책의 나머지 부분을 구축하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되는 명확성이 있었습니다.
『인센디어리스』는 미국 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그에 힘입어 「애프터 양」 「파친코」를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에 의해 영상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영상화 작업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오랫동안 정말로 좋아했던 작품들을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과 뛰어난 각본가 리사 랜돌프, 계속해서 멋진 작품을 만들고 있는 필름네이션을 포함하여 이 드라마의 모든 부분이 매우 흥분됩니다. 이번 영상화의 정치적 함의는 제게 의미가 큽니다. 미국에서 제작된 작품 중 아시아인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은 관심을 받고 유명해진 것은 불과 지난 5년 사이의 일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들은 스크린에서 아시아인 캐릭터를 백인으로 각색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제 책에 나오는 한국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정말 신날 것 같습니다.
최근 작업 중이신 차기작을 소개해주시겠어요?
두 여성, 발레리나와 그녀에게 사로잡힌 사진작가에 대한 소설입니다. 사진작가는 처음에는 직업적으로 그 후엔 보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발레리나에게 사로잡힙니다. 이 두 여성 모두 아이들을 원하지 않고 남성이 지배하는 산업에서 길을 찾는 엄청난 기량의 예술가들입니다. 이 소설에서 저는 두 명의 여성 예술가가 그들 자신의 야망과 욕망(그중 일부는 세상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과는 아주 많이 다르지요)에 귀 기울이고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권오경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예일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브루클린 칼리지에서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배니티페어> 등에 글을 발표했으며, 2018년 극단주의 기독교에 연루된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첫 장편 소설 『인센디어리스』를 출간했다. 작가 자신의 종교적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이 작품으로 작가는 <뉴욕 타임스>에서 주목받는 작가 4인으로 꼽혔으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존 레너드상,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도서상 데뷔작 부문 등 각종 권위 있는 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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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저/<김지현> 역14,4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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