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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이것은 잊을 수 없는 이야기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36회) 『모멸감, 끝낸다고 끝이 아닌 관계에 대하여』, 『김주니를 찾아서』,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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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3.04.13)


불현듯(오은) : 이번 주제는 '이것은 잊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캘리 : 4월에 여러 역사적인 사건들이 많잖아요. 제주 4.3도 있고요. 4월 16일 세월호 참사도있죠. 봄이라서 찬란하고 참 예쁜데 4월이라서 슬프고 해서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가 떠올린 주제예요. 다만, 이렇게 넓게 주제를 표현해보니까 다양한 이야기들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모멸감, 끝낸다고 끝이 아닌 관계에 대하여』 

프랑크 M. 슈템러 저 / 장윤경 역 | 유영



이 책을 발견한 계기가 재미있어요. 얼마 전 회사가 많은 동네에 있는 한 북카페를 갔어요. 지인과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서 열람용인 책들을 살펴봤죠. 그 중에서 이 책이 눈에 띄었는데요. 제목에 끌렸다기보다는요. 이 책이 살짝 해어져 있었거든요. 그건 손님이 읽었다는 거잖아요. 직장인들이 굉장히 많은 동네였기 때문에 약간 슬픈 느낌이 들었어요. 얼마나 일하면서 모멸감을 느꼈으면 잠깐 쉬러 온 카페에서 이 책을 읽었을까, 하고요. 그래서 이 책을 꺼내서 10분의 1정도를 읽었는데요. 너무 좋아서 돌아오는 길에 예스24에서 바로 구입을 했습니다. 

이 책은 심리학자의 시선이 담긴, 인간의 심리에 초점을 둔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우선 서문을 읽으면서 울컥했던 문장이 하나 있어요. 읽어볼게요.

내가 이해하는 존엄은 본질적으로 체화된 태도에 있다. 이를테면 중심인 잡힌 올곧은 자세를 지니고, 심히 불쾌한 상황 앞에서도 평온하고 겸손하게 자신의 입장을 견제할 때 품위 있는 인간이라 할 수 있다. 진지함과 책임 의식과 진실성을 대하는 자세가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과 존중을 표하고 확고한 자존감 속에서 고유의 인간적 권리를 비롯해 타인의 인권에 결코 무디지 않은 태도라 하겠다. 이뿐만 아니라 존엄의 자세는 고유의 소망과 목표가 날조된 사회적 전략에 휘둘리는 걸 꺼리도록 만들며, 자신 또한 타인을 목적의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않도록 이끈다.

저는 인간에게 존엄이라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일로 모멸감을 느낄 때 사람들이 크게 좌절한다고 생각하고요. 내게 모멸감을 준 상대는 평생 잊히지 않는 것 같아요. 이때 모멸감은 수치심과는 좀 다른 것 같거든요. 모멸감은 나를 가해한 상대가 분명히 있는 것, 수치심은 내가 뭔가를 행동했을 때 스스로 느끼기도 한 것 같은데요. 이 책의 저자는 모멸감이라는 감정이 오직 가해자 때문에만 오는 감정은 아니라고 말해요. 모멸감을 준 사람은 가해자, 모멸감을 느낀 사람은 피해자, 이런 이분법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는 거죠. 

책은 계속해서 실제로 고의적인 모욕은 때때로 일어난다, 그러나 보통은 자발적인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주관적으로 겪은 반응에 의해서 모멸감이 생긴다고 이야기해요. 즉,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인 상대는 특별히 의미 없이 한 행동이었는데 피해자가 과잉 해석을 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책을 읽은 분들이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내가 과잉 해석하거나 지나치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기면, 현재 닥친 일을 약간은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김주니를 찾아서』 

엘렌 오 글 / 천미나 역 | 길벗스쿨



띠지 문구가 아주 흥미로웠어요. '파친코의 감동을 잇는 어린이 이산문학의 탄생'이라고 적혀 있죠. 저는 이산문학, 그러니까 조국을 떠난 디아스포라의 이야기에 언제나 좀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일단 미처 몰랐던 삶의 면면들도 보게 되고, 그로 인해서 내 삶도 조금 흔들리는 것 같고요. 『파친코』도 진짜 재밌게 읽었고, 킴 투이 작가의 책들도 좋아하는데요. 이 책 역시 한국계 미국인 중학생 김주니의 이야기라는 점만 보고 곧장 찾아 읽게 됐어요.

주니는 7학년, 한국으로 치자면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에요.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민 1세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그러니까 부모님이 이민 2세대인 거죠. 특히 주니의 엄마가 이민 2세대로, 변호사인데요. 아주 해결 지향적이고 문제가 있으면 정확하게 항의하고 해결 대책을 요구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여기에서 주니가 갖는 약간의 고민이 있습니다. 지금 주니가 같은 학교 학생에게 인종 차별을 당하고 있거든요.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 사실을 엄마한테 숨기고 있어요. 엄마가 알면 일이 너무 커질까 봐서요. 주니는 그렇게 일이 크게 되는 걸 원치 않거든요.

그런 와중에 학교에 큰 사건이 일어납니다. 누군가가 체육관 벽에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인종 차별적 욕설을 적은 거예요. 당연히 엄청나게 큰 문제가 됐죠. 교장 선생님이 전교 방송으로 "좌시하지 않겠다, 이것은 정말 큰 범죄다" 하면서 경찰도 불렀고요. 그래도 주니는 너무 속상하고 불안해요. 나를 포함한 동양계 학생들을 향한 욕도 있었거든요. 마침 주니의 친구들은 대부분 인종적 소수자에 속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요. 모두가 이 사건에 몸서리를 치다가 한 친구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학생들에게 인식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행동해야 된다" 하고 말해요. 하지만 주니는 그렇게 한다고 뭐가 바뀌겠나 싶은 거예요. 그래서 결국 친구와 감정싸움까지 하게 되죠.

주니가 정작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던 건 할아버지였어요. 왜 괴로웠는지, 지금 어떤 차별을 당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렇게 애써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 친구들은 생각이 달라서 싸우게 된 얘기까지 말이죠. 그러면서 그래봤자 안 바뀔 것 같아요, 그냥 참는 게 낫죠, 라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합니다.

침묵은 총이나 칼이 될 수 있다는 걸 항상 명심하렴.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거나 악에 대항하지 않고 그저 내버려 둔다면 그 사람들 역시 부패하게 되는 거야.

이 소설은 주니의 현재 서사 그리고 할아버지가 들려준 한국 전쟁, 서사 그리고 할머니의 서사까지 세 가지 이야기로 이어져요. 한국 근현대사를 다 통과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중학교 1학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서 메시지가 굵직하면서도 편안하게 읽히는 소설이었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유가영 저 | 다른



4월이 되면 아무래도 저는 기억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가 늘 기억이 나고요. 매년 어떻게 기억할까, 어떻게 다시 그때를 불러드릴까 고민하는데요. 때마침 책이 한 권 나와서 찾아봤습니다.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특히 제목이 '살아낼게'잖아요. '살아날게'도 아니고 '살게'도 아니고요. 살아낸다는 것은 정말 부득불 애를 쓰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잖아요. 작가님 역시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했다는 사실만으로 미디어부터 주변의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요. 그런 시기들을 다 거치고 또 나와 소수의 사람들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했어요. 

책의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합니다.

"한때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한 적이 있어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기자들은 당연히 언론 보도를 목적으로 학생들에게 심경을 물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심경을 말할 수 있었겠어요. 내 친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데 말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어른들은 논평을 했죠. 왜 세월호가 가라앉게 되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요. 그때 당사자들은 그런 소식에서는 동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한 번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거죠. 

사고를 당하고 학교로 복귀를 했을 때의 일이에요. 가끔 늦잠을 잔다거나 다른 사정이 있어서 지각을 하게 되면 작가님은 택시를 탔다고 해요. 이때 단원고등학교로 가자고 말하면 택시 기사님가 "네가 그 세월호 탄 애니?"라고 묻는 경우가 있던 거죠. 그래서 작가님은 학교 근처에 있는 안산올림픽기념관으로 가 달라고 말씀하기 시작했대요. 또, 교복을 보면 학교를 알 수 있으니까 체육복을 입고 학교에서 교복으로 갈아입기도 하고요.

그러다 하루는, 그날도 무슨 사정이 있어서 택시를 타게 됐는데요. 도착을 해서 요금을 내려고 했더니 기사님이 그냥 가라고 말씀하셨대요. 그때 작가님은 '세상에 아직도 선의가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 전까지 워낙 악플에 많은 상처를 받았으니까요.

책에 실린 유가영 작가님의 궤적에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뉴질랜드에 간 이야기, 거기서 지진을 경험한 이야기, 그밖에 다양한 상황에서 생존 학생에서 청년이 되기까지 겪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요. 어떤 점에서는 이겨내고 안고 가야 되는 상황들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런 것들이 한 점 한 점 모여서 이 책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의 존엄함을 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은 인간의 존엄함을 잊지 않을 때 이 사회가 그나마 살아낼 만한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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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끝낸다고 끝이 아닌 관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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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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