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가짜 뉴스를 믿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방법?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35회)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
저자는 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책은 마음이 왜 변하는지, 그리고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다룬다." 수백 년에 걸친, 긴 세기에 걸친 변화가 아니라 한 세대나 10년 아니면 단 한 번의 대화로도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주목한다고 말해요. (2023.04.06)
데이비드 맥레이니 저 / 이수경 역 | 웅진지식하우스
한자(황정은) : 오늘은 <삼자대책-한 책 읽기> 세 번째 시간이고요. 소식을 하나 알려드려야 될 것 같은데, <한 책 읽기> 코너가 고정으로 갑니다.
단호박 : 다들 열화와 같은 댓글을 남겨주심으로써 이제 본격적으로 세 명이 한 권을 톺아보는 시간을 가질 거고요. 이렇게 정규가 되었으니까 듣는 분들도 모두 이 독서 모임에 강제 참여하시는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웃음)
그냥 : 책 안 읽고 오셔도 됩니다. 부담 내려놓으시고요. 저희가 옆 테이블에 매주 와서 앉는다고 생각하세요.(웃음)
단호박 : 어디를 가시든지 우리가 옆에서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 거죠.(웃음) 그래서 세 번째는 누가 책을 가지고 오셨죠?
그냥 : 접니다. 제가 오늘 가지고 온 책은 데이비드 맥레이니 저자가 쓰고 이수경 번역가가 옮기고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출간된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입니다. 단호박 님, 원제가 뭐죠?
단호박 : 『How Minds Change』입니다. 그리고 띠지에 이렇게 적혀 있더라고요.
"가짜 뉴스만 믿는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이 요즘에 많이 있다는 뜻이겠죠. 근처에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이 생겼는데 그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게 너무 견고하다, 이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은데요. 저는 사실 한국어 제목과 원제가 너무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원제는 거의 '어떻게 사람이 변하니?'라든지 '어떻게 생각이 바뀌는가?' 이런 뜻이잖아요.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결론은 '바꾸려고 하지 마라'라고 하는 느낌이지 않았습니까?
그냥 : 저는 이 제목을 읽었을 때 '만약 나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바꾸겠다고 한다면, 나는 그게 달가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대의 생각을 바꾸겠다는 것은 그 기저에 '내가 옳아, 그러니까 네가 바꿔야 해'라는 폭력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됐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까 '네가 그 사람을 왜 바꾸려고 하는지를 항상 먼저 질문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네가 그 사람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만 바꿀 수 있다'고 말하거든요. 그래서 안심을 하고 여러분께 이 책을 같이 읽자고 할 수 있었어요.
단호박 : 책이 좀 두꺼운 편에 속하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그냥 님이 살짝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냥 : 일단 저자 소개를 해드릴게요. 책에 실린 프로필에는 "'괴짜 저널리스트', '심리학계의 이단아'로 주목받는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최고의 언론인상으로 손꼽히는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라고 되어 있고요. 이 저자는 심리학과 뇌과학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블로그에 인간 행동과 관련된 편견 선입견 망상 같은 것들에 대한 글을 썼어요. 이게 많은 학자들과 언론의 찬사를 받으면서 책도 집필했고 팟캐스트도 진행했습니다. 그 책과 팟캐스트의 이름은 '착각의 심리학'이고요. 지금도 관련된 강연과 연구, 집필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들어가며」라는 글에서부터 중요한 내용이 쏟아지는데요. 일단 저자는 상대를 설득해서 마음을 바꾸려는 시도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에요. 회의주의자였죠. 저자가 미국 남부에서 성장을 했는데, 보수적 기독교인이 많았대요. 동성애나 진화론에 대해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고루하다고 생각하는 사고들이 좀 팽배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성장 과정에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많은 갈등이 있었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성장한 뒤에는 언론사에서 일을 했는데, 작은 뉴스팀에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는 일을 했었어요. 그때 과학 관련 뉴스를 페이스북에 올리면 '그것은 내 상식에 너무 반한다, 나는 도저히 그걸 믿을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다'라고 거칠게 반박하고 항의하는 사람들의 피드를 정말 많이 받았던 거예요. 거기에 일일이 답장하고 응대하느라 몇날 며칠 시달리고, 그러면서 냉소주의가 더 굳어졌죠.
한자(황정은) : 저자가 그 상태를 재밌는 표현으로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마음 편한 비관주의자"라고.(웃음)
그냥 : 포기하면 편하죠.(웃음)
단호박 : 포기하면 진짜 편합니다. 오히려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이죠.(웃음)
그냥 : 그건 맞습니다. 이렇게 냉소주의에 사로잡혀 있던 저자가 의문을 갖는 계기가 생겨요. 미국에서 동성 결혼의 합법화에 대한 여론이 급격하게 바뀌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2012년에는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동성 결혼 합법화에 반대했다고 해요. 하지만 다음 해에는 절반 이상이 찬성을 했습니다. 반대 여론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은 2010년경부터 관찰되는 현상이었다고 하고요. 이 일을 통해서 저자는 깨달은 거예요. 사람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짧은 시간에 마음을 바꿀 수 있구나. 저도 이 부분을 읽고 놀랐는데요. 뒤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정치학자 두 사람이 같이 쓴 어떤 책에 따르면, 20세기 초에 여론조사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래로 미국에서 목격된 중대한 변화의 약 절반이 단기간에 일어났다고 합니다. 낙태, 베트남 전쟁, 인종 차별, 여성 차별, 투표권, 흡연, 마리화나 같은 굵직한 이슈들에 대한 견해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오다가 논쟁이 퍼져나가기 시작하자 한순간에 빠르게 반전됐다는 거죠.
저자가 여기에서 생물학 이론 하나를 이야기해요. 바로 '단속평형설'이라는 겁니다. 생물이 변화할 능력을 지니고 있으나 그럴 만한 자극이 없을 때는 오랜 기간 거의 변화가 없다가, 환경에 적응할 필요성이 커지면 진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이론이에요.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혁명과 혁신도 비슷한 양상으로 볼 수 있다는 거죠. 저자는 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책은 마음이 왜 변하는지, 그리고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다룬다."
수백 년에 걸친, 긴 세기에 걸친 변화가 아니라 한 세대나 10년 아니면 단 한 번의 대화로도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주목한다고 말해요. 그러니까 '어떻게 그런 변화가 일어날까?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은 뭘까? 비밀이 뭘까?'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학자들도 만나고 실제로 자신의 마음을 바꾼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한자(황정은) : 결국은 생각을 바꾸려 들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되게 다양한 설득 기법들을 책에서 소개를 하고 있죠.
단호박 : 재밌는 게 '설득을 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모든 설득은 자기로부터 시작합니다' 하면서 '하지만 이렇게 한번 바꿔볼까요?' 하면서 계속 바꾸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거죠.(웃음) 그리고 마지막에 '하지만 바꾸려고 하지 마시고, 그 당사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끌어냅시다' 이런 식으로 시작이 돼서, 저는 그 점이 좀 재밌었습니다.
한자(황정은) : 그냥 님이 조금 전에 말씀하신 '단속평형설'에서 말하는 게 생물이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대로 간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사회학적으로도 가능해서 그 자극을 줄 수 있는 정도로만 작용을 하라는 것이고, 이게 바로 저자가 제안하는 다양한 설득 기법들인 거죠.
그냥 : 맞아요.
한자(황정은) : 일단은 우리가 먼저 인식해야 되는 현실들이 있는데, 우리가 대부분 현실이고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이 우리 뇌 안에서 구축된 일종의 재현된 모델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은 동일하더라도 그걸 해석하는 건 다들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각자의 경험치나 감각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동기가 다르다는 걸 일단 이해해야 된다, 그 전제가 되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작가가 하고 있어요. '소박실재론(Naive realism)'으로 설명을 하잖아요. 자신의 의견이 주관적인 경험일 뿐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고 내 생각이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나는 상당히 객관적으로 이 상황을 보고 있다는 믿음, 그게 바로 소박실재론입니다.
단호박 : 이 책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게 나는 내 근거에 대해서 설득할 에너지를 별로 안 쓴다고 하잖아요.
한자(황정은) : 그렇죠, 뇌가 대단히 게으르다고 합니다.(웃음)
단호박 : 아주 뇌가 게을러서, 일단 한 번 생각한 것에 대해서는 무슨 증거가 나타나든 나의 믿음에 맞춰서 어떻게든 확신을 주고 그냥 넘어가 버리려고 하는 특성이 있다고 하는데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그런 것 같아요. 사람들은 내가 믿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쉽사리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 거죠. 저도 포함해서.
그냥 : 맞습니다.
한자(황정은) : 다음 시간에는 서보 머그더의 『도어』를 같이 읽어보려고 합니다.
단호박 : <오은의 옹기종기-어떤 책임>에서 한 번 소개가 된 적이 있는 책인데요. 저희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샅샅이 재밌게 뒤져보겠습니다.
한자(황정은) : 네, 같이 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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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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