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했지만 거절당한 여성의 심정이 'Cupid'와 이전 앨범 수록곡 'Lovin' me'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노래는 프리퀄 싱글이다.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메트로놈과 마지막에 들리는 'Lovin’ me' 건반 리프의 연결고리는 지금까지 발표한 다섯 곡이 하나의 유기체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샹송 분위기의 스캣에 이어지는 니요의 'Because of you' 같은 정직한 8비트 박자는 피프티 피프티가 변하지 않은 다채로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늑하고 편안한 아란의 목소리는 포근하고 수정처럼 맑은 시오의 음색은 귀여운 새침데기를 연기한다. 두 메인 보컬의 앙상블은 현존 걸그룹 중 최상위이고, 작사에 참여한 키나의 랩 메이킹과 톡 쏘는 래핑조차 아름답다. 이런 조화는 후반부에 조가 바뀌는 구간에서도 네 멤버가 흔들리지 않는 원동력이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인 새나의 보컬이 줄어든 것은 안무 창작에 참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피프티 피프티는 'Cupid'로 데뷔 3개월 만에 자신들의 지분을 늘리면서 본인들의 색깔도 찾았다. 50과 50이 만나 점점 100에 가까워진다.
스테이씨의 노래들은 주요 멜로디와 코러스가 뚜렷해서 금방 익숙해진다. 'Teddy bear'도 마찬가지다. 프로듀서 블랙 아이드 필승과 하이업 엔터테인먼트의 작곡 팀은 대중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이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여자)아이들의 'Tomboy' 이후 트렌드로 정착한 팝펑크에 댄스 팝을 융합한 'Teddy bear'는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미국의 아이돌 여가수 스테이시 오리코, 애슐리 심슨, 힐러리 더프, 린제이 로한의 노래처럼 속도감 있는 흥겨움 속에 확실한 후크를 장착해 처음 들어도 흥얼거리게 만든다. 여기에 모든 멤버가 코러스로 참여하는 스테이씨의 주특기가 발휘되어 우리를 양지로 안내한다.
매력적인 음악이 독특한 마케팅보다도 앞서 다가온다. 정병기는 직접 프로듀싱하는 두 번째 걸 그룹 트리플에스를 위해 이달의 소녀 'Butterfly'를 함께 만들었던 K팝 프로덕션 모노트리와 다시 손잡았다. 음악을 열어젖히는 훅부터 신인 아이돌의 풋풋함보다는 능란함이 느껴진다. 노련한 제작자들은 갈고닦은 세련미가 아니라 Y2K 무드에서 영감받은 여유롭고 녹진한 사운드로 그룹에 확실한 색을 부여했다.
모든 부분이 빈틈 없이 맞물린다. 펑크(Funk) 사운드를 입혔던 트리플에스 AAA의 유닛 데뷔곡 'Generation'과 마찬가지로 도입부부터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하고, 반복적인 구조가 낳는 지루함을 상쇄하기 위해 재생 시간은 2분 30초 정도로 짧다. 낙폭이 크지 않은 멜로디의 벌스와 대비되는 코러스의 변칙적인 구성도 영리하다. 유닛 체제, NFT 등 많은 전략을 끌어왔지만, 결국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건 좋은 음악이다. 다양한 요소의 과잉이 되어버린 K팝 신에서 어떤 스펙터클보다도 음악이 앞선다는 걸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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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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