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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성형은 가장 오래되고 오해받는 인간 향상 기술 (G. 임소연 교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28회)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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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이야기가 여성 위인의 이야기로만, 예외적인 여성의 이야기로만 남겨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강남 성형외과 참여 관찰기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를 출간하신 임소연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2023.02.16)


성형 수술을 하고 또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빈번하게 다양한 시선과 다양한 도구의 대상이 되었다. 우선 공기처럼 존재하는 한국의 문화 자체가 끊임없이 여성인 나의 몸을 대상화해왔다. 성형 수술과 관련하여 가장 잘 알려진 대상화다. 지하철역이나 잡지에서 주로 보는 성형외과 광고에는 눈, 코, 턱, 이마, 입술, 가슴 등 조각조각 쪼개 놓은 몸이 가득하다. 성형 수술 환자들이 주로 여성인 이유를, 여성의 몸을 쉼 없이 더듬고 평가하는 사회적 시선을 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성형 문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여성의 몸을 끊임없이 바라봄의 대상으로 만드는 일상의 모든 문화일 것이다. 이 문화는 그야말로 여성 혐오의 문화이며 대중문화 그 자체이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과학기술학 연구자'로 소개하는 임소연 교수님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임 코디'로 근무하며 성형외과의 현실을 관찰합니다. 또한, 그 자신이 성형 수술을 받으며 성형 수술 당사자가 되죠.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에는 그런 임소연 교수님의 삶과 연구가 긴밀하게 얽혀버린, 날카로운 당사자의 목소리가 가득합니다. 한국은 어떻게 성형대국이 되었을까요? 21세기, 포스트 휴먼이 논의되는 지금 시대에 성형 수술은 어떻게 재평가 받아야 할까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임소연 교수님을 모시고, 과학기술에서 배제되어온 여성 당사자의 시선에 귀 기울이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 임소연 편> 

오은 :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그리고 공저로 참여하신 『돌봄과 작업』까지,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교수님께서 참여하신 책들을 따라 읽어오면서 독서의 즐거움을 느꼈던 시간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연구자 분이시니까 연구서와 대중서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게 어떤 작업이었을지 궁금했습니다. 

임소연 : 논문만 쓰다가 더 많은 독자분들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는 것 자체에 시간이 좀 걸렸어요.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 되었나』도 굉장히 오래 걸렸거든요. 연구자는 아무래도 학술적인 연구에 집중을 해야 하니까요. 대중서에 대해 저는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책마다 계기는 다르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제가 다루는 주제들은 일단 대중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들이었죠. 

또 하나는 제가 하는 연구들이 학계 안에서는 중심이 되는 연구라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연구자들도 많지 않고요. 때문에 약간은 저의 인정 욕구에서 비롯한 거예요. 더 인정을 받고 싶은데 학계 안에서는 인정이 충분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하고 얘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오은 : 대중서 작업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겠다고 생각하셨던 건가요?

임소연 : 그렇죠, 그리고 여전히 저는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이 크기 때문에요. 저와 비슷한 연구를 하는 후배 연구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더구나 책 작업을 할 당시에는 제가 비정규직이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제자들을 제도권 안에서 길러내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것을 대중분들한테 직접 얘기하고 그들 중에 누군가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오은 : 책을 보면 '과학기술학자', '과학기술학 연구자'라고 교수님 자신을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과학기술학이라는 학문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과학기술학이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드려요. 

임소연 : 과학기술학이 저에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과학기술이 이 사회를 어떻게 만드는가, 어떤 식으로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고요. 또 하나의 질문은 그 과학기술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에요. 과학기술학이라는 학문은 이 큰 두 개의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학문인 것 같고요. 저는 주로 후자의 질문에 답하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오은 : 이제 임소연 교수님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과학기술학 연구자. 서울대 자연과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공대에서 박물관학 석사학위를,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기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테크놀로지와 몸, 과학기술과 젠더, 신유물론 페미니즘, 현장연구 방법론 등을 주로 연구한다. 지은 책으로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돌봄과 작업』(공저), 『겸손한 목격자들』(공저) 등이 있으며, 현재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에 재직 중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가족을 돌보고 나를 돌보는 시간의 중요함도 점점 알아가고 있다."

교수님께서 과학기술학에 흥미를 느꼈던,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한 인터뷰에서 "객관적으로 엄밀해 보이던 과학지식이 성 고정관념과 편견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통쾌했다. 과학의 권위에서 해방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씀하신 걸 봤거든요.

임소연 :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이야기예요.(웃음) 저는 과학고등학교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자의 꿈을 꿀 수 없었어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엄청난 인식론적 권위가 주는 무게 때문이었어요. 과학이라는 건 사실 그 지식이나 이론을 이해하고 있느냐가 중요하고, 그걸 이해하면 과학자의 꿈도 키울 수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분명히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요. 점차 엄청난 천재들만 할 수 있는 게 과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나는 저 정도의 천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너무 열등감을 안겨줬어요. 근데 그걸 극복하게 해준 게 과학기술학이었던 거죠. 

오은 : 이제 작가님께서 직접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가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책이죠? 

임소연 : 제가 3년 정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었던 일들을 기록한 참여 관찰 보고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연구자이자, 한국 여성이자, 성형 수술 환자로서 저의 성장과 변화를 담은 책이기도 합니다. 책에도 계속 강조했지만 저는 성형 수술이 가장 오래되고 가장 대중화된 인간 향상 기술, 트랜스 휴먼 기술, 혹은 사이보그 기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때문에 이 책은 크게 보면 성형 수술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미래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 향상 기술에 대한 책이기도 해요. 

오은 : 처음에 연구를 위해 병원에 들어가셨을 때는 실제로 수술을 받겠다는 생각은 없으셨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이야기가 필요하겠다, 외부에서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경험해낸 사람의 생생한 증언도 필요하겠다, 생각하게 된 과정도 듣고 싶어요. 

임소연 : 일단 저는 성형 수술의 전 과정을 보고 싶었어요. 그래야만 성형 수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현장에 들어갔는데요.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것 또한 한계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다른 병원에서의 치료와는 달리 성형 수술 환자들은 수술이 끝나면 장기 입원을 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단 말이죠. 그럼 그 이후에 무슨 변화를 겪는지 저는 알 수가 없어요. 인터뷰를 해도 그래요. 24시간을 다 보고해달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것은 내가 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은 겁나기도 했죠. 잘 되면 당연히 별 문제가 없겠지만 부작용이 생기거나 하면 어떡하지, 걱정도 했는데요. 그때는 워낙 연구 욕심이 컸어요. 부작용이 생기면 그런대로 또 연구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요.(웃음) 그리고 최초의 성형 수술 활동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겠는데, 하면서 나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수술을 했던 것 같아요.

오은 : 이제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임소연 : 박지니 작가님의 『삼키기 연습』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 되었나』처럼 당사자 이야기예요. 섭식 장애 당사자 분이 치료 과정을 비롯해 굉장히 긴 시간 동안의 경험을 써주신 책입니다.



*임소연

과학기술학 연구자. 서울대 자연과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공대에서 박물관학 석사학위를,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기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테크놀로지와 몸, 과학기술과 젠더, 신유물론 페미니즘, 현장연구 방법론 등을 주로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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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임소연 저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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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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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에 대한 편견, 외모와 젠더 신화를 넘어 여성과 당사자를 위한 치유와 향상 그리고 돌봄의 서사 성형수술 연구자이자 당사자가 ‘성형’과 ‘자기 경험’에 대하여 삶과 연구의 모호한 경계 위에서 적어 내려간 필드노트 여성(그리고 다양하고 수많은 당사자들)의 몸과 살의 변화, 자기 경험을 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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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형에 대한 편견이 여성의 선택과 경험, 몸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지게 해 저자 임소연은 한국의 성형수술 인식이 수술 동기에 집중되거나 가부장제적 미의 규범에 대한 비판이 주류였으며, 이런 이해가 성형수술을 결심하고 실천하는 여성의 경험과 ‘선택 이후의 삶’, 여성(당사자)의 몸에는 정작 무관심했다고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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