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슬픔아 안녕, 다시 시작이야 : 카라 'STEP'

새해 첫 곡으로서 STEP이 가진 힘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12년 전 바로 지금이 내 세상이라며 활기차게 웃고 뛰어오르던 노래는, 수많은 풍파를 거친 뒤 더 깊은 색과 맛을 내게 되었다. (2023.01.04)

2022 <MAMA 어워드>의 한 장면 (Mnet 제공)

언젠가부터 새해 첫 곡으로 어떤 곡을 듣느냐가 중요해졌다. 도대체 어디서 시작된 유행일까 궁금하다가도, 생각보다 오랜 인류의 습속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시작이 맞닿은 날은 시대와 국경을 불문하고 한 번도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매일 쌓여만 가던 숫자가 순식간에 리셋 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 순간을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과 무엇보다 특별하게 보내길 원한다. 그런 자리에 풍악이 빠질 수는 없다. 미국의 '딕 클라크스 뉴 이어스 로킹 이브(Dick Clark's New year's Rockin' Eve)'가, 일본의 'NHK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이, 한국의 MBC <가요대제전>이 그렇게 탄생했다.

지금의 이름과 형식이 정착된 건 15년 남짓이지만, <가요대제전>은 TV라는 매체가 존재하기 이전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나름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프로그램이다. 1966년 <10대 가수 청백전>이라는 타이틀로 라디오 송출을 시작한 행사는 지상파의 권력이 기세등등하던 7, 80년대에는 한 해를 정리하는 주요 시상식으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덕분에 방송국과 가수 사이 오가는 다양한 신경전으로 인한 각종 파행의 온상이기도 했던 행사는 이젠 비교적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안방에서 미지근해진 귤을 까먹으며 보신각 타종을 보는 <가는 해, 오는 해> 음악 축제. 지금의 <가요대제전>의 보편적 인상이다.

덕분에 한창때의 혈기와 긴장감이 사라진 건 확실하다. 그러나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연출의 묘는 남았으니, 바로 새해를 맞이한 직후 처음으로 대중과 만날 가수, 곡이 무엇이냐다. 왕관도 트로피도 없지만, 여러 음악가가 출연하는 대형 페스티벌의 엔딩 무대나 헤드라이너 자리를 두고 펼쳐지는 신경전을 닮은 은은한 긴장이 흐른다. 여기에 요즘 유행 '새해 첫 곡'의 무게가 한 스푼 더해진다. <가요대제전>이 선정한 노래가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그 해 처음으로 접하는 노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자리에, 올해는 'STEP'이 섰다.

'STEP'은 2011년, 그룹 카라가 발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STEP>의 타이틀 곡이었다. 당시 카라의 인기와 기세는 몇 마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다. 2010년부터 일본 오리콘 차트를 안방처럼 드나들기 시작한 이들은 아레나 공연장도 좁다는 듯 열도 전체를 휘저었고, 그런 이들의 인기는 2010년대 펼쳐질 새로운 한류의 서막을 서서히 예감케 했다. 'STEP'은 그렇게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절정의 인기를 막 구가하기 시작한 팀 특유의 파괴력이 넘치는 곡이었다. 멤버 하나하나가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물론, 당시 제철을 맞이했던 작곡팀 스윗튠의 작업에도 일종의 광기가 어려있었다. 시작부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노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부시게 차려입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넘어지진 않을 거야 / 슬픔아 안녕 / 친해지지 않을 거야 / 눈물아 안녕 / 자신을 믿는 거야 / 한숨은 그만 / 이깟 고민쯤은 웃으며 Bye Bye


2022 MBC <가요대제전>의 한 장면 (MBC 제공)

2023년을 여는 'STEP'을 부른 건 올해 만 24세를 맞이한 토끼띠 아이돌이었다. 우기, 아린, 유정, 츄, 예나. 그룹과 솔로로 지난해 누구보다 활발한 활약을 보인 이들이 누구보다 힘찬 모습으로 선배들의 노래에 목소리를 맞췄다. 잘해봐야 중간이나 간다는 콜라보 무대로서는 손꼽히게 멋진 결과물이었다. 지금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멤버들 덕분이기도, 지난해 케이팝을 오래 지켜봐 온 이들에게는 가슴 찡한 감동마저 전했던 카라의 복귀가 남기고 간 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 'STEP'이 가진 힘이 있었다. 12년 전 바로 지금이 내 세상이라며 활기차게 웃고 뛰어오르던 노래는, 수많은 풍파를 거친 뒤 더 깊은 색과 맛을 내게 되었다. 다시 시작이야, 내일은 새로울 거야, 절대 난 돌아보지 않겠어, 앞만 보기도 시간을 짧아. 그때 무심코 스쳐 보냈던 노랫말이 내뿜는 기운이 다시 모인 카라 멤버들의 지난 시간에, 그들을 보며 내일을 향한 의지를 다질 후배 여성 아이돌의 희망에, 분명 쉽지 않을 우리의 새해에 드리운다. 2023년을 여는데 이보다 완벽한 노래가 또 있을까. 이래서 새해 첫 곡이 중요하구나 싶다. 노래 한 곡에 마음 한구석이 더없이 든든해졌다.



카라 (Kara) 3집 - Step [일반반]
카라 (Kara) 3집 - Step [일반반]
카라
Stone Music EntertainmentDSP미디어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 등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KBS, TBS, EBS, 네이버 NOW 등의 미디어에서 음악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공감 기획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TBS FM 포크음악 전문방송 <함춘호의 포크송> 메인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한마디로 음악 좋아하고요, 시키는 일 다 합니다.

카라 (Kara) 3집 - Step [일반반]

12,600원(19% + 1%)

Step It Up Now! 카라(KARA) 정규 3집 "STEP"발매 "STEP"으로 새롭게 인기 몰이에 나선 인기그룹 카라 한류스타 카라가 새 앨범으로 국내에 컴백한다. 카라가 2011년 9월 6일 정규 3집 음원과 음반을 공개하고 국내 활동에 나선다. 지난 해 미니 4집 [점핑JUMPING] 이후..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2024년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피부가 파랗게 되는 ‘블루 멜라닌’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 가족의 품에서도 교묘한 차별을 받았던 그가 피부색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그려냈다. 우리 안의 편견과 혐오를 목격하게 하는 작품. 심사위원단 전원의 지지를 받은 수상작.

세상을 바꾼 위대한 연구자의 황홀한 성장기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커털린 커리코의 회고록. 헝가리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mRNA 권위자로 우뚝 서기까지 저자의 삶은 돌파의 연속이었다. 가난과 학업, 결혼과 육아, 폐쇄적인 학계라는 높은 벽을 만날 때마다 정면으로 뛰어넘었다. 세상을 바꿨다.

저 사람은 어떤 세계를 품고 있을까

신문기자이자 인터뷰어인 장은교 작가의 노하우를 담은 책. 기획부터 섭외 좋은 질문과 리뷰까지, 인터뷰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인터뷰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목소리와 이야기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라는 문장처럼 세계를 더 넓히고 다양한 세계와 만날 수 있는 인터뷰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공부 머리를 키워주는 어린이 신문

학년이 오를수록 성적이 오르는 비밀은 읽는 습관! 낯선 글을 만나도 거침없이 읽어 내고 이해하며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7세~초4 맞춤형 어린이 신문. 문해력을 키워주는 읽기 훈련, 놀이하듯 경험을 쌓는 창의 사고 활동, 신문 일기 쓰기 활동을 통해 쓰기 습관까지 완성시켜준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