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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예능은 에세이, 드라마는 소설 같아요 (G. 권성민 PD)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19회) 『직면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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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시간에는 예능보다 다큐를 더 많이 보는 예능 PD, 산문집 『직면하는 마음』을 출간하신 권성민 PD님 나오셨습니다. (2022.12.22)


세상을 사는 각자의 온도대로 입은 옷차림들. 거기에 대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동네. 좋아하는 일을 따라와 그걸로 먹고 사는 어른이 되었고, 그래서 조금은 철이 부족하게 든 어른들이 있는 곳. 일하다 잠시 커피 한 잔 사러 나왔을 때 눈에 보이는 사람들이 이렇게 다들 조금씩은 어른이 되다만 모양이라 좋다. 덕분에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 귀찮고 피곤해도 지독히 우울했던 적은 없으니 이 정도면 꽤 복 받은 직업 아니겠는가.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권성민 PD님의 에세이 『직면하는 마음』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계절과 계절 사이, 그 시기 사람들의 제멋대로인 옷차림을 좋아한다는 권성민 PD님은 방송국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암동의 제멋대로인 풍경에서 같은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하는데요. 호시탐탐 우스갯소리 던질 타이밍을 찾는 예능PD의 시선은 그렇게 조금씩 철이 부족하게 든 어른들을 바라보며 자유로움과 꺾이지 않는 호기심을 잡아두는 것이겠죠.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MBC 예능 <가시나들>과 김이나 작사가의 카톡 토크쇼 <톡이나 할까?>를 연출하고, 산문집 『직면하는 마음』을 출간하신 권성민 PD님을 모셔서 예능PD의 삶을 낱낱이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 권성민 편>

오은 : 『직면하는 마음』에서 '스몰토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PD가 자주 듣는 질문에 관련된 부분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엄청난 웃음을 짓고 말았는데요. 방송계 종사자든 예능 좀 본다는 사람들의 질문 중에 공통적인 게 있더라고요. 그 질문을 오늘 드려볼까 합니다. "유재석 본 적 있어요?"(웃음) 

권성민 : 네(웃음), 저는 본 적이 있고요. 괄호 치고 '먼발치에서'라고 써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같이 프로그램을 해본 적은 없거든요. 그렇지만 워낙 활동을 많이 하시니까 방송국에 있다 보면 어디서든 한 번은 보게 돼요. 제일 가까이에서 보았던 건 막내 조연출이었을 때였어요. 연예 대상 시상식 생방송 때 유재석 씨를 시상자 자리로 모시러 가는 일을 했었습니다.(웃음) 

오은 : PD님 스스로 대표작을 <톡이나 할까?>이라고 말씀하신다고 해요. 이 프로그램은 김이나 작사가님을 섭외한 게 신의 한수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톡이나 할까?>가 끝날 때 이나 누나는, 마치 신령한 신선이 복주머니를 건네듯, '살면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두 번 정도는 무조건 도와주겠다'고 선언했고, 나는 이번 신간 북토크 사회를 부탁함으로써 그 복주머니를 썼다.(실은 추천사도 부탁했으니 이제 남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라고요. 이 내용을 보면서 두 분의 끈끈함도 생각하게 됐어요. 좋은 진행자는 출연자와 PD님까지도 안심시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PD님이 섭외할 때의 기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권성민 : 특별히 어떤 기준을 생각하면서 섭외했던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사실, 제 단독 연출 프로그램은 두 개밖에 없고요. 이제 세 개째 만들고 있어요. 만들고 보니까 묘하게도 공통점이 보이더라고요. 처음 단독 연출을 했던 <가시나들>의 메인 진행자가 문소리 배우님이셨고, 1년 반을 했던 <톡이나 할까?>는 김이나 작사가님이셨죠. 지금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의 메인 진행자는 자우림의 김윤아 씨거든요. 세 분을 쭉 보니까 뭔가 강단 있고 가느다란 40대 여성분들과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사람의 결이라든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끌림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은 : 권성민 피디님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2012년 MBC에 예능 PD로 입사했다. <무릎팍도사>, <쇼! 음악중심>, <오지의 마법사>, <듀엣가요제> 등의 조연출을 거쳤고, <마이리틀텔레비전 V2>, <두니아 ~ 처음 만난 세계>를 공동 연출했다. 배우 문소리와 20대 연예인들이 문해학교 할머니들과 함께 한글을 공부하는 <가시나들>로 첫 기획, 연출을 했고, 2020년 카카오TV로 이직해 작사가 김이나의 카톡 토크쇼 <톡이나 할까?>를 만들었다. 에세이집 『살아갑니다』『서울에 내 방 하나』를 썼다. PD로서 권성민의 꿈은, '몸과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저는 <가시나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때 문해학교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이듬해부터는 문해학교로 가끔 강연도 가거든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처음 한글을 배운 뒤, 늘그막에 쓴 시에는 정말 보석 같은 면이 있죠. 그 프로그램 연출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권성민 : 이런 말씀을 들을 때 정말 힘이 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은 <가시나들> 같은 경우 완전히 제 기획은 아니었어요. 그 프로그램이 제작되던 해에 <칠곡 가시나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을 했었고요. 그 영화의 김재환 감독님이 PD 선배님이에요. 사석에서 만났다가 이런 영화의 개봉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 이것을 예능에서 담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문해학교가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는 몰랐지만요. 말씀처럼 할머니들이 쓰신 시들을 인터넷에서 여러 번 봤거든요. 그때도 이런 감각들 너무 좋다고 생각했었고요. 

사실 다큐멘터리 영화는 꽤 오랜 기간 준비해서 긴 호흡으로 만들 수 있는 반면, 예능 프로그램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요. 김재환 감독님이 영화를 제작하시면서 경험한 노하우나 데이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덕분에 짧은 기간에도 준비할 수 있었어요. 

오은 : 작가님께서 직접 『직면하는 마음』이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책이죠? 

권성민 : 연말이니까 PD로 꽉 채워 11년을 살았고, 해가 넘어가면 12년 차가 돼요. 『직면하는 마음』에 앞서 낸 다른 두 권의 책은 일상적으로 썼던 글을 모은 에세이 성격이 강한데요. 사실 일상의 시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결국 PD로서 일하는 시간들이니까요. 그래서 『직면하는 마음』에 PD로서 일해온 십여 년의 시간 동안 일하는 사람으로서 고민하고 성찰했던 것들에 대해 썼어요. 굳이 방송PD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고민의 결과물을 생산물로써 내어놓고 대중의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하실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아마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 분들을 떠올리면서 쓴 책입니다. 

오은 : 다른 장르가 아닌 예능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여쭤보고 싶어요. 

권성민 : 예능은 에세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드라마는 소설이고요. 그리고 『사피엔스』라든지 『총, 균, 쇠』 같은 교양서들은 다큐멘터리 혹은 시사 교양과 비슷할 거예요. 그런데 보면 에세이로 분류가 되어도 책이 다 다르잖아요. 글의 무게를 비롯해서요. 또, 에세이라는 장르 자체가 소설이나 시가 아니면 다 에세이로 분류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예능이랑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에세이처럼 예능도 장르적으로 그만큼 규정할 수 없는 영역에 있고요. 그만큼 보는 데 있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장르이기도 해요. 

요즘에는 밥 친구라는 말을 쓰죠. 밥 먹으면서 드라마나 영화를 집중해서 보기는 쉽지 않지만 예능은 가능하잖아요. 중간에 한두 마디 놓치기도 하고, 밥 먹다가 잠깐 물도 가지러 갔다 오기고요. 그렇듯 그냥 편하게 재밌게 볼 수 있는 장르인 것 같고요. 예능은 일상 속에 굉장히 밀접하고 친밀하게 틈입해 들어가는 장르인 같아요. 

오은 : 동네 맛집이 오래도록 잘 되길 바란다면 평소에 자주 사 먹어야 한다고 쓰시기도 했습니다. 창작자로서 갖는 바람을 담아 쓰신 문장이 아닐까 싶었어요. 

권성민 : 모두가 다 앞다퉈서 그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면 굳이 나까지 보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정말 좋은데 상대적으로 조금 덜 알려져 있는 것 같은 창작물이 있으면 열심히 소문 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좋은 거 나만 알고 싶어 하면 망해요. 좋은 건 많이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그걸 만든 창작자가 돈을 벌고, 그걸 가지고 계속 또 다른 창작을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만들어져야죠. 그래야 그 사람의 작품을 계속 볼 수 있으니까요. 좋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분이라면, 좋은 인정을 적절한 타이밍에 많이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은 : 이제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권성민 : 이거 진짜 어렵지 않나요?(웃음) 물론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책들이 여러 번 있지만요. 조금 더 사람들이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책을 소개할게요. 김현우 작가님의 『타인을 듣는 시간』이에요. 작가님이 다큐멘터리 PD이셔서 궁금해서 읽었던 책이에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많은 종류의 사람을 만나는 PD의 기록은 어떤 걸까 궁금하기도 했는데요. 첫 챕터를 딱 읽는 순간 '난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거야'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후에 남은 글을 읽어가는 시간은 그 첫 확신을 확인해 나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알려지거나 팔린 책은 아닌 것 같아서요. 딱 한 권을 소개한다면, 그 책이라고 얘기를 하고 싶어요. 오늘 저도 PD로서 일했던 책을 가지고 말씀을 나눴으니까요. PD의 책에는 또 이런 글도 있다는 얘기를 같이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권성민

2012년 MBC에 예능 PD로 입사했다. <무릎팍도사>, <쇼! 음악중심>, <오지의 마법사>, <듀엣가요제> 등의 조연출을 거쳤고, <마이리틀텔레비전 V2>, <두니아 ~ 처음 만난 세계>를 공동 연출했다. 배우 문소리와 20대 연예인들이 문해학교 할머니들과 함께 한글을 공부하는 <가시나들>로 첫 기획·연출을 했고, 2020년 카카오TV로 이직해 작사가 김이나의 카톡 토크쇼 <톡이나 할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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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직면하는 마음
권성민 저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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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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