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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펜매뉴얼] 김하나의 운전 잘하는 법

뉴스레터 룸펜 (3) - 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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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가 아니라 '하면 는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운전이야말로 '하면 는다'라는 모토를 적용하기에 최적인 분야다. (2022.10.04)


작가가 전수하는 일상의 기술 '룸펜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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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가 아니라 '하면 는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운전이야말로 '하면 는다'라는 모토를 적용하기에 최적인 분야다. 황선우 작가와 내가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여둘톡: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에서 운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여러 반응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놀랍게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운전에 두려움을 느끼고, 면허가 있어도 실제로 운전은 하지 않는 '장롱면허'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기회가 닿는 대로 (특히 여성들에게) 운전을 독려하기로 마음 먹었다.

운전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운전을 '잘하려고' 들지 않아야 한다. 다른 차들을 요리조리 피해 앞서 나가기, 폭풍 후진, 좁은 공간에 칼각으로 주차하기 등은 잊어라. 그저 안전하게만 운전하면 된다. 그뿐이다. 안전하게 운전해서 목적지까지 가는 것. 그것만 하더라도 굉장한 경험치를 쌓게 된다. 차의 시동을 걸고, 출발하고, 차선을 바꾸고,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고, 주차를 해내고, 다시 같은 과정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것. 이것은 엄연히 하나의 모험이며 복잡한 도심에서 이 일을 해낸다면 그것은 대모험이라 불러도 좋다. 초보 운전자에게 모든 운행은 수련이며 이 수련은 안전벨트를 하는 것으로 시작해 주차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 명확한 형식을 띠고 있다. 수련을 안전하게 반복할수록 당신은 점차 나은 운전 기술을 함양한 '운전자'로서의 정체성을 체화하게 된다.

매번의 수련에는 필연적으로 변수가 더해진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경로를 다녀오더라도 날씨와 계절이 달라지니까. 예상 못 한 지체, 갑작스레 내 앞으로 끼어드는 차, 빗길 운전, 밤 운전, 음악이나 팟캐스트 틀어보기, 동승자 태우기 등등의 퀘스트를 해내며 운전자로서의 당신은 알게 모르게 성장한다. 조금씩 변수를 늘려 보자. 안전하게만 하면 된다. 어느 날엔 좋아하는 사람을 태우고, 톨게이트를 통과해, 고속 도로를 타고, 휴게소에 들르고, 나들목을 빠져나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 도착해 보자. 인생은 레벨업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 내 손으로 운전해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감각은 당신의 세계를 넓혀 놓는다. 그 넓은 가능성의 세계를 품은 당신은,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라 불리어도 될 것이다.



*김하나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 『말하기를 말하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공저), 『힘 빼기의 기술』 등을 썼고, 황선우 작가와 함께 팟캐스트 <여둘톡: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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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하나(작가)

브랜딩, 카피라이팅, 네이밍, 브랜드 스토리, 광고, 퍼블리싱까지 종횡무진 활약중이다. 『힘 빼기의 기술』,『15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을 썼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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