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변호사들이 알려주는 이혼 잘하는 법
『변호사 없이 이혼하기』 김명연, 양지선 저자 인터뷰
이 책을 읽고 생각거리를 스스로 적어가면서, 결혼 생활을 되짚어보고, 화도 내고, 마음껏 슬퍼도 하고, 반성하고 원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2022.09.21)
이혼해도 될까? 이혼할 때 변호사가 꼭 필요할까? 외도한 배우자와 같이 살 수 있을까? 양육권은 엄마가 무조건 유리할까? 배우자 재산을 다 알지 못하는데 재산 분할을 공평하게 할 수 있을까? 이혼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유용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두 변호사가 수년간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살려 『변호사 없이 이혼하기』를 써냈다. 이 책은 이혼 사유와 이혼 목적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혼 시 장단점을 바로 알 기회를 마련하는 등 이혼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현재 자신의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눈을 길러준다. 이혼을 결심한 이들에게는 후회 없는 이혼을 위해 생각해야 할 모든 것을 알려준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두 분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김명연 : 삼성 에버랜드와 경기도청 등을 거쳐 현재는 법원에서 상근 조정 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근무 특성상 공적인 영역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고 있는데요, 이혼 사건에 관하여는 이혼을 할지 말지 고민하시는 분부터, 이혼 사건에 꼭 변호사가 필요한지 묻는 분들도 많으셨어요. 법률적인 지식 외에 이혼 이후에 감정, 생활, 인간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토로하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해 브런치에 글을 한두 개씩 올리다가 출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희는 사무실을 개업 한 상태가 아니라서 영업이나 홍보를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이혼을 고민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과 현실적인 고민도 나누고, 변호사로서 조금이라도 도움과 위로를 드리고픈 마음에 이렇게 출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양지선 : 가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에서 이혼 소송을 수행했었고, 현재는 가족 정책을 담당하는 공공 기관에서 사내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업무 특성상 이혼 전 뿐 아니라 이혼 후 한 부모 가정이 겪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다양하게 접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의외로 많은 분들이 결혼은 철저한 계획하에 꼼꼼히 준비하면서, 이혼은 몸과 마음이 힘들고 경황이 없어 충분한 준비 없이 하시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혼을 할 때에도 공부와 준비는 필수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나와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함께 공유하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제가 '후회 없는 이혼을 위해 생각해야 할 모든 것'이에요. 이혼을 후회한다고 이야기하는 상담자가 종종 있다고 하셨는데요. 작가님들이 생각하시는 후회 없는 이혼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후회 없는 이혼을 위해서는 '내가 왜 이혼하려 하는지'에 대한 '이혼의 목적'을 잘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책에서 이혼의 목적과 이혼의 사유는 다르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성격 차이로 인한 잦은 다툼이 이혼의 사유라고 해도, 이혼의 목적은 다를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자녀와 나의 신체적, 정신적 안정,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후, 커리어에 대한 집중 같은 것들이요. 즉, 이혼의 목적은 현재의 문제점, 불만 사항과 같은 이혼 사유를 넘어선, 이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지향점'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혼의 목적을 분명히 알고 계신 분들이 이혼 결정에 대한 후회도 적다고 확신하는데요, 그래서 저희 책에는 자신만의 이혼 목적을 적으시도록 '생각거리' 꼭지를 활용하였습니다. 등대가 환히 빛나면 어두운 밤에도 항해할 수 있듯, 이혼 이후에 혹시나 깜깜한 밤을 지나더라도, 생각거리에 적으신 자신만의 이혼 목적이 인생의 등대가 되어드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혼율이 감소했다는 기사를 보았어요. 해외의 경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부간 갈등이 증가한 반면, 우리나라는 각종 가족 모임이 줄어들면서 부부싸움이 감소했다는 분석입니다. 명절 후 이혼율이 급등한다는 기사도 있고요. 이런 기사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이혼은 두 사람 만의 문제보다도 가족 간의 갈등이 큰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코로나19로 이혼 건수가 줄었다는 통계가 있지만, 혼인 건수 역시 크게 감소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정말 집안 모임이 줄어 이혼이 감소했는지는 인과 관계를 좀 더 살펴봐야 알 것 같아요. 전 개인적으로 이혼 분야에서 코로나19가 영향을 가장 크게 미쳤던 영역은 '재산 분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주식, 가상 화폐 등 자산 증대의 폭이 컸던 시기였잖아요. 서로 시가의 절반을 정산해줄 테니 자신이 부동산을 보유하겠다고 다투거나 숨겨둔 외국 주식은 없는지, 가상 화폐 투자한 건 없는지 등에 더 관심을 두시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아요.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매년 명절 직후 이혼 건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실제로 명절이 속한 달에는 이혼 상담 예약이 더 많기도 하고요. 그런데 차근차근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명절은 단지 이혼을 결심하게 된 도화선일 뿐이지, 본질은 그 이면에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나와 다른 배우자의 특정 성향, 경제적 문제, 성격 차이 등 혼인 기간 내내 켜켜이 쌓인 불만이요. 가족 간의 갈등이 있더라도 '내 배우자만 똑바로 처신하면 이혼하지 않았다'고 하신 분들도 많아요. 결국, 나와 내 배우자 간의 문제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 '사람마다 각자 감내해야 할 삶의 무게가 다르므로, 개인의 선택을 남이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라는 말이 나와요. 남들이 보기에는 이혼할 만한 이유가 있음에도 이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선택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뜻 같은데요. 그럼에도 변호사로서 이러한 경우에는 꼭 이혼을 하시라 권하는 기준이 있나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부부마다 그만의 사정이 있습니다. 부부 간의 일은 그들만 알 수 있어요. 이는 남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결국 내가 이혼해야 하는 경우인지, 이혼 후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아질지 스스로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도 ‘나 자신 뿐’이라는 의미에요. 상담 시 저는 이를 항상 염두에 두고 내담자가 정말 원하는 것을 찾는 데 먼저 집중하는 편입니다.
보통 내담자는 상담 시작부터 배우자 잘못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게 한참 상대방 귀책사유에 집중하시다 보면 자연스레 내담자 스스로 이혼이라는 외길 결론에 이르게 되요. 마치 이런 상황에서 이혼하지 못하면 바보인 것처럼요. 이런 경우 저는 말씀하신 귀책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위자료와 재산분할 법리를 대략적으로 말씀드립니다. 그 다음 구체적으로 이혼 준비 기간 미리 마련하셔야 할 비용과 이혼 이후 자녀 양육에 관한 사항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합니다. 이혼 이후 상황을 더 구체적이고 리얼하게 예상할수록, 정확한 판단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반면에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 경우처럼, 누구라도 ‘자유로운 의사로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담 방향이 다릅니다. 이때에는 이혼 상담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법이 어떻게 내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지, 공권력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최근 비슷한 경우의 판례 동향은 어떤지, 당장 이혼은 하지 않으시더라도 몸을 의탁할 쉼터나 가해자의 접근을 금지하려면 어떤 증거를 어떻게 남겨두어야 하는지 등을 알려드리고 선택의 폭을 넓혀드리려 노력합니다.
전체 이혼의 80~90%는 변호사 선임 없이, 이혼 소송 없이 양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이혼한다고 하셨어요. 그럼에도 변호사 선임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있나요? 변호사 상담 시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이혼을 하는 데에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변호사 없이 협의 이혼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기도 하고요. 다만, 주의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든 분쟁이 그렇듯 이혼과 관련된 쟁점들도 공평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일거에 해결하는 것이 제일 좋은데, 이를 위해선 스스로 나에게 맞는 이혼 방법을 공부하고 찾아서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협의 이혼은 재판상 이혼보다 절차가 간소하고, 평균 소요 기간도 짧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재산 분할과 위자료와 관련한 사항은 법원이 아무런 관여를 해주지 않아요. 따라서 협의 이혼의 장점을 온전히 누리려면 부부가 서로 공평한 정보를 토대로 공정한 청산을 원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한쪽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잘못을 은폐하고 속이려 드는 경우라면, 결국 협의로 이혼을 한 후에도 양육비 증액, 재산 분할 등을 위한 소송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할 우려가 큽니다. 빠르게 정리하고 싶어 협의 이혼을 택했는데 오히려 시간과 돈이 더 들게 된 셈이죠.
이외에도 분할 대상 재산이 많거나 일방만 이혼을 원하는 경우, 양육자 지정 등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쟁점이 있는 경우, 상대방이 이미 변호사를 선임하여 나도 무기 평등을 원하는 경우, 이혼 소송 중 상대방을 직접 마주하기 힘든 경우 등의 경우에는 변호사를 선임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저희는 책에서 이왕이면 재판 후 판결을 받기보다 협의 이혼이나 조정을 통한 이혼을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스스로 이혼 합의서를 쓰는 것을 책의 하나의 목표로 삼았고요. 협의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상대방과 대화하고 협상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대화를 할 정도로 말이 통하는 사람이면 이혼을 했겠느냐면서 대화와 협상 과정 자체를 거부하시는 분들이 계시지요. 상대방과 한마디 말을 섞는 것조차 끔찍하다는 분도 계시고요. 하지만, 협의 이혼이 소송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마무리 될 수 있다는 점, 끊임없이 서로를 비난하는 서면이 오고 가는 진흙탕 싸움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변호사 비용 등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가능하면 소송 전에 서로 타협할 수 있는 선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재산 분할, 양육권 등 개별 쟁점에 대한 협상 방법에 대하여는 책에서 소개를 해 두었으니 참고해주세요.
『변호사 없이 이혼하기』를 찾은 독자 분들께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결혼 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 이혼 생각을 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당장 바로 이혼해야지'하는 분들 뿐 아니라, 이혼에 대하여 이혼을 하는 게 나은지, 그냥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들을 위하여 집필된 책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혼에 대한 방법, 법률 등에 대하여 현직 변호사로서 법적인 설명을 하는 것 외에도 나의 마음, 상황, 이혼 이후의 삶에 대하여 생각하고, 적어볼 수 있도록, 책을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생각거리를 스스로 적어가면서, 결혼 생활을 되짚어보고, 화도 내고, 마음껏 슬퍼도 하고, 반성하고 원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감정을 쏟아내면서도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며 착실히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저희가 던진 생각거리 질문과 법적인 조언을 통하여, 자신의 마음과 상황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신다면,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에게 꼭 맞는 행복한 길을 찾으실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김명연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 에버랜드와 경기도청 사무관 등 큰 조직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였다. 현재는 법원에서 상근 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양지선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가사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혼 소송 및 상담 수천 건, 이혼 소송으로 유명한 로펌에서 매년 수백 건 가사 소송을 수행하다가 현재는 공공 기관에서 한부모가족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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