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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 잘하다, 띄어 써야 할까?
신정진의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 (2)
물론 '잘 하다'를 쓰는 맥락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한 단어로 굳어진 '잘하다'를 써서 표현할 수 있는 맥락이 대부분이므로 '잘 하다'는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것이다. (2022.09.20)
<채널예스>에서 격주 화요일, 교정가 신정진이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연재합니다. |
철수 : 길동이 얘기 들었니? 이번 취직 시험도 잘 안 됐나 봐. ① 영희 : 그러게. 어제 잠깐 만났는데 얼굴이 영 안 됐더라. ② 학교 다닐 때는 공부 잘 했는데. ③ 철수 : 분야를 바꿔서 새로 공부한 지 세 달 만에 그 정도 점수를 받은 것도 잘 한 거야. ④ 영희 : 그래도 열심히 공부했는데 속상해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안 됐더라고. ⑤ 철수 : 단번에 붙었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잖아. 길동이도 이번은 워밍업으로 생각하고 다음 시험에 잘 되든 ⑥ 못 되든 ⑦ 되든 안 되든 ⑧ 끝까지 해보겠대. * 위 예문은 맞춤법상 틀린 곳이 있음 |
지난 칼럼에서는 우리말의 특징 중 하나인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단어, 동음이의어에 대해 살펴봤다. 한편, 같은 말이라도 띄어 쓰냐 붙여 쓰냐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데, 동음이의어와 마찬가지로 이를 제대로 구분하여 바르게 쓰는 것이 쉽지 않다. 또, 띄어쓰기는 맞았더라도 다양한 뜻 중 해당하는 뜻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작가들도 헷갈려 자주 틀리는 '안되다/안 되다', '잘되다/잘 되다', '못되다/못 되다', '잘하다/잘 하다', '못하다/못 하다'를 문맥에 맞게 쓰는 법을 알아보자.
'안되다'는 동사와 형용사로 나뉜다. 동사로 쓰일 때는 '「1」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 「2」 사람이 훌륭하게 되지 못하다. 「3」 일정한 수준이나 정도에 이르지 못하다'라는 의미이고, 형용사로 쓰일 때는 '「1」 섭섭하거나 가엾어 마음이 언짢다. 「2」 근심이나 병 따위로 얼굴이 많이 상하다'라는 의미다.
'안 되다'는 부사 '안'('아니'의 준말)이 동사 '되다'를 수식하는 구성으로 '사탕을 많이 먹으면 안 돼', '너와 나는 너무 달라서 결혼은 안 돼', '되든 안 되든 해보자'처럼 금지, 부정, 이루어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공부가 잘 안돼'와 '여기서는 공부하면 안 돼'는 전혀 다른 의미다. 전자는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뜻이고, 후자는 공부가 금지되었다는 뜻이다. '안되다/안 되다'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감정을 드러내는 게 안돼'와 '감정을 드러내서는(도) 안 돼'를 구분할 수 있다면 이해한 것이다. 내 경험에 따른 팁을 하나 알려주자면 일상적인 대화나 문장 속에서 '안된다'보다 '안 된다'가 더 많이 쓰인다.
'잘되다'는 '안되다'의 반대말이며, '농사가 잘되다, 공부가 잘되다, 네가 잘되기를 바란다'처럼 동사로만 쓰인다. 간혹 '시험에 떨어졌는데 친구가 잘됐다고 약을 올렸다'처럼 '(반어적으로) 결과가 좋지 아니하게 되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면 '잘 되다'는 어떨 때 쓸까? 이를 이해하려면 부사 '잘'을 알아야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무려 14가지 풀이가 있는데, '마음을 잘 써야 복을 받는다', '자식을 모두 잘 키웠다', '환자를 잘 치료하다', '옷이 잘 맞다'에서처럼 '옳고 바르게, 좋고 훌륭하게, 익숙하고 능란하게, 아주 적절하게' 등 주로 긍정적이고 좋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잘되다'도 긍정적이고 좋은 의미일 때 쓴다. 그런데 '이 기계는 조그만 충격에도 파손이 잘된다'라고 쓰면 어떨까? 파손이 잘되는 게 좋은 걸까? 여기서는 '버릇으로 자주, 예사롭거나 쉽게'의 뜻인 부사 '잘'로 쓰였기에 '파손이 잘 된다'로 띄어 써야 한다. '안되다/안 되다'와 달리 '잘되다/잘 되다'는 '잘되다'가 더 많이 쓰인다.
'못되다'는 형용사이며, '「1」 성질이나 품행 따위가 좋지 않거나 고약하다.(예: 친구에게 못되게 굴면 안 돼) 「2」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예: 그 일이 못된 게 남의 탓이겠어)'는 뜻이 있다.
'못 되다'는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을 할 수 없다거나 상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못'이 '되다'를 수식하므로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못 됐다'처럼 쓸 수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2번 뜻의 못되다와 뭔가 다르지? 차이가 있다. 못되다는 어느 정도는 이루었지만 원하는 만큼 되지 않은 것이고, 못 되다는 아예, 전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것만 구분한다면 틀릴 일은 없을 것이다.
'잘하다'는 동사이며 '「1」 옳고 바르게 하다. 「2」 좋고 훌륭하게 하다. 「3」 익숙하고 능란하게 하다 「4」 버릇으로 자주 하다. 「5」 음식 따위를 즐겨 먹다' 외에도 '친절히 성의껏 대하다'(예: 부모에게 잘하다), '운이나 여건 따위가 좋으면, 여차하면'(예: 잘하면 올해도 풍년이 들겠다), '넉넉잡아서, 고작'(예: 잘해야 1만 원 정도 받겠다)의 뜻도 있으므로 거의 모든 맥락에 쓸 수 있다. 물론 '잘 하다'를 쓰는 맥락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한 단어로 굳어진 '잘하다'를 써서 표현할 수 있는 맥락이 대부분이므로 '잘 하다'는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것이다.
'못하다'는 '어떤 일을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게 하거나, 그 일을 할 능력이 없다'는 뜻(예: 노래를 못하다)의 동사, '비교 대상에 미치지 아니하다'(예: 건강이 젊은 시절만 못하다)나 '아무리 적게 잡아도'(예: 아무리 못해도 스무 명은 올 것이다) 뜻의 형용사로 쓰인다. 또, '~지 못하다' 구성으로 앞말이 뜻하는 행동에 대하여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그것을 이룰 능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보조 동사(예: 배가 아파 밥을 먹지 못하다)나 보조 형용사(예: 아름답지 못하다)로 쓰인다. '못 하다'는 먼저 살펴본 '못 되다'와 같은 구성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잘하다'의 반대 개념이라면 '못하다'로 붙여 쓰고, 아예 하지 못한다는 맥락이라면 '못 하다'로 띄어 쓰고, '~지 못하다' 구성이면 무조건 붙여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과제를 못했어/못 했어'를 예로 들면 과제를 잘하지 못한 것이라면 '과제를 못했어'로 써야 하고, 과제를 아예 하지 못한 것이라면 '과제를 못 했어'로 띄어 쓰고, '과제를 하지 못했어'는 붙여 쓴다. 그리고 '~지 못하다' 구성에서 '못하다/못 하다' 중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는 문맥을 보고 파악해야 한다.(예: '배가 아파 밥을 많이 먹지 못하다' → 못하다/'배가 아파 밥을 아예 먹지 못하다' → 못 하다)
'안하다/안 하다'는 어떨까? '안하다'는 틀린 말이며 무조건 '안 하다'로 써야 한다. 간혹 '아니하다'의 준말을 '안하다'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니하다의 준말은 '않다'이고 '어떤 행동을 안 하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밥을 안 하다' 또는 '밥을 않다', '밥을 하지 않다'로 써야 한다.
이제 예문의 ①~⑧을 맞춤법에 맞게 띄어 쓰거나 붙여 쓰고, 각각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맞힐 수 있겠는가? 한번 풀어보시라.
<해답>-------------------------------
① 안됐나 봐: 동사 「1」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
② 안됐더라: 형용사 「2」근심이나 병 따위로 얼굴이 많이 상하다.
③ 잘했는데, ④ 잘한 거야: 동사 「2」 좋고 훌륭하게 하다.
⑤ 안됐더라고: 형용사 「1」 섭섭하거나 가엾어 마음이 언짢다.
⑥ 잘되든: 동사 「1」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썩 좋게 이루어지다.
⑦ 못되든: 형용사 「2」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⑧ 안 되든: 안(부사) 되다(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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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에서 『우리말큰사전』을 만들었고, <한겨레>와 <여성중앙> 등에서 교열자로, 홍익미디어와 영진닷컴에서 기획/편집자로 다양한 책과 잡지를 만들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감수 전문가 특별 과정 수료, 현재는 <월간 채널예스> 등 여러 매체에서 교정가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