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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 심심한 감사, 맞는 말일까?

신정진의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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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숲속이라고 쓰든 숲 속이라도 쓰든, 앞에서 살펴본 '심심한 사과'처럼 그 문장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글 맞춤법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작가라면, 책 읽기를 즐기는 <채널예스>의 독자라면 사소한 단어라도 모르는 점이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2022.09.06)


<채널예스>에서 격주 화요일, 
교정가 신정진이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연재합니다.


언스플래쉬



친구들과의 여름휴가 일정이 어긋나 혼자서 심심한 나날을 보내는 중에 하도 더워서 냉면을 먹으러 갔다. 유명 맛집을 수소문해 찾아간 곳인데, 물냉면도 아니고 비빔냉면도 아닌 모양새에 맛까지 심심해 먹는 둥 마는 둥 열만 받고 나왔다. 이 여름날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심심한 계곡에 누구라도 나와 함께 가준다면 그에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가질 것이다.


얼마 전 '심심한 사과' 건이 이슈가 되며 실질 문맹률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한 업체가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립니다"라고 인터넷 카페에 올린 공지 글에 일부 네티즌이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어느 회사가 심심해서 사과를 하냐?", "이것 때문에 더 화나는데 꼭 '심심한'이라고 적어야 했나" 등 불평 섞인 댓글을 단 것이다.

우리말의 특징 중 하나는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단어, 즉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가 많다는 것과, 한자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말, 즉 한자어(漢字語)가 많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한글로 쓰인 문장을 읽더라도 그 내용이나 정보 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글을 읽을 때나 대화를 할 때, 자신이 알고 있는 낱말인데 그 뜻으로 풀이하면 내용이 이상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동음이의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국어사전에서 적절한 뜻을 찾아봐야 한다.


심심한 날, 심심한 맛(슴슴한 맛 ×), 심심한 감사, 심심한 계곡

위 예문에서 보듯이, '심심하다' 역시 동음이의어로 사전을 찾아보면 다음의 네 가지 뜻이 있다. 

1.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2. 음식 맛이 조금 싱겁다. 

3.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4. 깊고 깊다. 

이 중 1번과 2번은 고유어, 3번과 4번은 각각 '甚深', '深深'을 쓰는 한자어이다. '심심한 사과' 건은 3번의 뜻으로 쓴 것인데, 일상에서 1번 뜻의 '심심하다'를 주로 쓰다 보니 이를 오해해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한편, 2번의 심심하다도 자주 틀린다. '맛이 심심하다'라고 하면 1번 뜻으로 오해하기 쉽다며 굳이 '슴슴하다'로 쓰는 작가들도 많다. 하지만 사전에서 '슴슴하다'를 찾아보면 '→ 심심하다'로, 즉 '심심하다'가 옳은 말이라고 풀이돼 있으니 '슴슴하다'는 머릿속에서 지우자. 그래도 심심한 맛이 어색하다면 '삼삼한 맛'이라고 쓰자. '삼삼하다'도 동음이의어이며, 그중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 맛이 있다'는 뜻이 있으니 '심심한 맛'보다는 좀 더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3번의 뜻으로는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등 관용어 표현에 쓰이고, 4번의 뜻으로는 심심산곡, 심심산중, 심심산천 등의 합성어로 주로 쓰인다.

'심심하다' 뜻풀이는 이렇게 외우자. 앞으로 틀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심심한 날, 심심한 맛(슴슴한 맛 ×), 심심한 감사, 심심한 계곡"


한자어를 알면 고유어 띄어쓰기가 쉬어진다

우리말은 고유어와 한자어, 외래어로 이루어져 있고, 앞에서 설명했듯이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의 전체 44만여 개 올림말 가운데 한자어는 약 57%를 차지한다. 한자어와 고유어가 결합한 복합어를 더하면 그 비율은 더 올라갈 것이다. 더욱이 역사적으로 한자가 더 오래전부터 써온 문자이다 보니 한글 창제 이후 한자어를 한글로 옮긴 고유어도 많다. 따라서 한자어를 알면 올림말로 재된 고유어인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있고, 이런 고유어 붙여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속'과 '안'이 결합한 고유어로 붙여 써야 하는 낱말을 살펴보자. 

물속=수중(水中), 산속=산중(山中), 몸속=신중(身中), 손안=수중(手中), 꿈속=몽중(夢中), 마음속=심중(心中), 가슴속=심중(心中), 품속=회중(懷中), 입속 또는 입안=구강(口腔), 땅속=지내(地內), 집안=가내(家內), 바닷속=해중(海中) 등이 있다. 

(** 이 밖에 ~속, ~안 구성의 고유어를 알고 있는 독자는 댓글로 알려주기 바란다)


그때그때 다른 숲속과 숲 속

물론 예외 없는 원칙이 없듯이, 여기에 들어맞지 않는 고유어가 있으니 바로 '숲속'이다. '임중(林中)'이나 '삼중(森中)'이라는 한자어가 없는데도 붙여 쓴다. 예전에는 '숲 속'이라고 띄어 썼다가 2016년 <표준국어대사전>에 새로 등재되었는데, 산속, 땅속, 물속이란 낱말이 있다 보니 '숲속'이라고 붙여 쓰는 사람들이 많아 한 단어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전에 발표된 동요 <숲 속 작은 집>이나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띄어쓰기한 채 남아 있고, 아직도 띄어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숲속'에는 예외 사항이 또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올림말의 뜻풀이에 '숲 속'이라 띄어 쓴 부분이 있는 것이다.

1. 산앵(山櫻) : 「2」 『식물』 (전략) 바다에 가까운 숲 속에 나는데 한국, 일본, 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

2. 해오라기 : 『동물』 (전략) 물고기·새우·개구리·곤충 따위를 잡아먹으며, 소나무·삼나무 따위의 숲 속에서 주로 밤에 활동한다. 

3. 슈트라우스3 : 『인물』 (전략) 작품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빈 숲 속의 이야기> 따위가 있다. 

4. 염부나타(閻浮那陀) : 『불교』 염부제의 큰 숲 속을 흐르는 큰 강.

여기서 '숲 속'이라고 쓴 이유는 앞에 '숲'만을 수식하는 관형어가 존재하는 경우라면 '숲'과 '속'을 띄어 쓰는 것이 바르기 때문이다. 이들 문장의 '숲 속' 앞에 있는 표현은 의미상 '숲속'이라는 명사 전체를 수식한다기보다는 '숲'이라는 명사만을 수식한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숲'과 '속'을 띄어 써야 한다. 즉, '~~한 숲' 뒤에 붙는 '속'은 띄어 쓴다고 외우면 되는데, 이때도 예외는 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는 '잠자는'이 숲을 수식하는 게 아니라 공주를 수식하는 것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숲속의 잠자는 공주라고 써도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글 맞춤법 중에서도 띄어쓰기는 참 어렵다.

물론, 숲속이라고 쓰든 숲 속이라도 쓰든, 앞에서 살펴본 '심심한 사과'처럼 그 문장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글 맞춤법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작가라면, 책 읽기를 즐기는 <채널예스>의 독자라면 사소한 단어라도 모르는 점이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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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정진(교정가)

한글학회에서 『우리말큰사전』을 만들었고, <한겨레>와 <여성중앙> 등에서 교열자로, 홍익미디어와 영진닷컴에서 기획/편집자로 다양한 책과 잡지를 만들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감수 전문가 특별 과정 수료, 현재는 <월간 채널예스> 등 여러 매체에서 교정가로 일하고 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샤를 페로> 원작/<김지수> 글/<코랄리 발라자> 그림4,05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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