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소설/시 PD 박형욱 추천] 사랑의 생애를 읽는 기분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시인 진은영이 10년 만에 내놓은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는 그 세월만큼이나 짙고 묵직하다. (2022.09.16)
시인 진은영이 10년 만에 내놓은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는 그 세월만큼이나 짙고 묵직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시집 안에 그의 시간이, 지난 우리의 10년이 꼬박 담겼다. 함께 나누어 온 이야기와 여전히 숙제같이 남은 질문들이 겹겹이 두텁게 쌓여 매 장마다 고개를 내밀고, 그것들은 이제 새롭게 활기를 찾는다. 그의 시 속에서 우리는 뜨겁고 차가운 감각의 부활을 맞는다.
시가 하는 말은, 시에게 듣는 말은 저마다 다르겠으나 이곳에서 그 모두는 마침내 사랑으로 남는다.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고 말하는, 시집의 문을 여는 「시인의 말」부터, '나이 먹었는데 절망해도 되나' 묻는 마지막 시 「빨간 네잎클로버 들판」, '사랑의 윤회를 믿는 것 같다' 밝히는 뒤표지의 시인의 글까지.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사람이, 문학이, 시가 하는 사랑의 방식을 절실하게 체감한다.
첫 시 「청혼」으로 시작한 그의 이야기는 「그러니까 시는」에서 '그러니까 시는 / 시여 네가 좋다 / 너와 함께 있으면 / 나는 나를 안을 수 있으니까 // 그러니까 시는 / 여기 있다'하는 고백에 닿고 「사랑의 전문가」에 이르러 바다의 일종인 나는 '네가 흰 발가락을 담그자 기름처럼 타올랐'다. 이어지는 시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만난다. 노랗고 검은 빛의 시들은 손끝에 방울방울 맺혔다가 툭툭, 그리고 다시 으쌰 일어나도록 툭툭.
푸른 슬픔과 붉은 분노와 노란 그리움, 모두를 담아내는 하얀 사랑이 여기에 있다. 온갖 예쁜 마음들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반짝이고, 빛나는 것들이 손에 손을 잡고 서로를 잇는, 청명하게 까맣고 고요한 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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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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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우리 삶 속에 상실과 슬픔을 끌어안는 사랑의 공통감각 십 년을 기다려온 단 하나의 온전한 고백 누추한 현실에서 불현듯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인 진은영 10년 만의 신작 시집 200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이후 시집 『일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