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닮고 싶은 존재들이 등장하는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87회) 『여자야구입문기』,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사랑하는 이모들』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2.09.01)
불현듯(오은) : 안녕하세요. 제 옆에 캘리님과 마침내 목소리로 등장하시는 <책읽아웃>의 피디님이죠, 파주에 사시는 '파PD'님 나와 계십니다. 파PD님이 헤어질 결심보다 어렵다는 출연할 결심을 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파PD : 큰 그림을 가지고 있었어요. 출연 욕심이 있었다기보다는요. 제가 강아지 임시보호를 하고 있는데요. 이 강아지를 홍보하기 위해서 나왔습니다.(웃음)
김입문 저 | 위즈덤하우스
이 책을 쓴 저자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것에 입문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요. 양주와 보드, 수영, 서핑을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것들에 계속 입문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웃음) 제목을 봤을 때 딱 떠오르는 책 있죠. 김혼비 작가님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저도 처음에 떠올렸는데요. 역시나 김혼비 작가님께서 추천사를 써주셨어요.
난이도는 최상이고 접근성은 최하인 여자 야구의 세계를 이렇게 최고의 안내자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행운을 갖게 되다니. 생애 첫 3루타를 친 것 같은 이 짜릿한 기쁨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저는 야구를 엄청 열심히 보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소프트볼을 했었거든요. 소프트볼이 야구랑 굉장히 비슷해요. 소프트볼을 할 때도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지 잘하지는 못했고, 쓰러지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놀랍게도 그런 경험이 이 책에 다 들어있었어요.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라면서 읽었습니다.
작가님은 원래 야구를 보는 걸 좋아하셨대요. 야구를 보다가 야구 만화도 보게 되었죠. 만화를 보다 보니까 대체 이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길래 이렇게나 할까 싶어서 야구를 직접 해보고 싶어졌대요. 마침, 누가 여자 야구 팀이 있다고 알려줘서 팀에 문자를 남깁니다. 그랬더니 바로 전화가 온 거예요. 이번 주에 연습이 있으니까 나오라고요. 그래서 대충 운동복 같은 것을 차려 입고갔더니 파란 옷을 입은 여자들이 모여 있었던 겁니다.
일단 야구 팀에 들어가면 주말에 8시간씩 야구를 연습한대요. 근데 그걸 오직 취미로 하는 거죠. 게다가 대회를 나가잖아요. 2박 3일을 가는 거예요. 그러면 금요일날 출발하는 경우도 있고요. 주말은 싹 날아가고 곧바로 월요일에 출근을 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저자 분도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그러면서 힘드니까 야구라는 이 취미를 지속하는 게 너무 어려운 거예요. 몸이 힘들어지면 사실 취미를 제일 빨리 버리게 되잖아요. 책에는 그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나와 있어서요. 야구가 아니더라도 공감 가는 부분이 아주 많은 책이었어요.
특히 닮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나와요. 야근하고 힘들어 죽겠는데 또 야구하는 사람, 테이프 칭칭 감고 연습하는 사람 등 이 책을 보고 나서는 저도 뭔가에 미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는 살아남았다. 어깨도 좋지 않고 가만 보니 악력도 약하다. 공도 느리고 굴러가는 공도 못 잡지만 아직도 야구를 하고 있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고 싶은 일을 한다. (…) 글은 유려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책을 쓴다. 책을 쓸 만한 능력은 없지만 책을 쓴다. 어떻게든 되겠지. 목표를 세우고, 하고 싶은 걸 도전하며 살고 있다.
정여울 저 / 이승원 사진 | 이야기장수
표지에 '아무도 주눅 들지 않고 누구도 초라하지 않은 다정과 환대의 세계'라는 말이 써 있죠. 이 말이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 같아요. 정여울 작가님은 아시다시피 굉장히 열정적으로 책을 써오셨고요. 그 분야도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볼 때마다 이 작가님은 어떤 주제도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책은 지난 2년, 팬데믹 상황에서 생활하며 고립되기도 하고,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 한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작가님께 손을 내밀어주었던 사람들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그간 작가님의 다른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작가님 고유의 성정이 잘 드러난 책이라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책 속 인물들도 마음 씀씀이가 굉장히 멋진 분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들을 보면서 '환대'라는 것을 생각했어요. 잘 차려 입고 근사한 곳에 가서 받는 어떤 것만이 환대가 아니라 일상 속의 반짝임을 발견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이 환대가 아닐까, 하고요.
이 책을 지금 예스24에서 구매하시면 사은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책자가 있거든요. 『우리는 에세이의 끝까지 함께 걸었다』라는 제목의 미니북이고요. 정여울 작가님과 이 책의 편집자인 이연실 편집자님께서 대화를 나눈 내용이에요. 이 책에 대한 뒷이야기뿐 아니라 이연실 편집자님과 정여울 작가님이 서로를 어떻게 환대하는지도 잘 드러나고요. 책의 제목처럼 서로 가장 좋은 것을 주려는 마음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책에 함께 담긴 사진은 이승원 작가님이 찍으셨습니다. 정여울 작가님과 굉장히 오랫동안 일을 해오셨다고 하는데요. 정여울 작가님이 글을 쓰고, 중간에 사진을 넣고, 그 사진 아래에 이 사진을 설명하는 혹은 이 사진에서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는 글을 짤막하게 쓰는 구성이 있고요. 그 다음 자신이 환대를 받았던 사람에게 답장하는 방식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책은 글도 중요하지만 사진도 아주 중요한 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거의 모든 글들이 짠한 순간, 애틋한 순간,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손 내미는 순간으로 가득한 책이어서 읽는 내내 여기 등장하는, 정여울 작가님에게 손 내밀었던 환대의 순간을 경험하게 했던 사람들을 닮고 싶었고요. 그것들을 잊지 않고 기록한 정여울 작가님의 성정도 닮고 싶었어요.
근하 글, 그림 | 창비
근하 작가님의 첫 장편 만화인데요. 근하 작가님은 예전에 불현듯 님께서 소개해 주셨던 김초엽 작가님의 짧은 소설 『원통 안의 소녀』에 수록된 그림으로 먼저 알게 됐어요. 그 근하 작가님의 심지어 첫 장편인 데다가 제목이 『사랑하는 이모들』이잖아요. 너무 나한테 어필하는 책이다(웃음) 생각했고요. 기쁜 마음으로 책이 나오자마자 읽었어요.
제가 정확히 10년 전부터 다짐이랄까 소원으로 삼은 게 있거든요. 그게 바로 멋진 이모가 되는 것이에요. 10년 전에 조카가 태어났거든요. 물론, 그 친구에게 저는 이모는 아니지만 재밌게도 그 즈음부터 제가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어린이들이 많이 태어났어요. 그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고, 또 이 사람들의 놀라운 성장들을 확인할수록 이 다짐, 그러니까 멋진 이모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어요. 그리고 이 책에서 제가 정말로 꼭 닮고 싶은 그런 이모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책은 3부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요.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16살 '효신'이라는 여자 학생이에요. 효신은 16살 봄에 엄마가 사고로 사망하는 일을 겪게 돼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아빠는 좀 아프기 시작하고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효신에게 당분간 아빠랑 좀 떨어져 지내야 한다고 말하죠. 그래서 효신은 멀리서 떨어져 살던, 최근에는 만난 적도 거의 없던 이모 집에서 함께 살게 됩니다. 이모라고 말했지만 알고 보니 이모들이었어요.
효신의 이모 이름은 '진희'예요. 진희 이모가 운전해서 효신을 태우고 가는 길에 이렇게 얘기합니다. 동거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그 동거인의 이름은 '주영'이었어요. 근데 주영 이모는 진희 이모랑은 좀 달라요. 별로 친절하지도 않고, 오히려 좀 쌀쌀 맞은 것 같기도 해요. 먼저 다가오려고 하지도 않고요.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 효신이 주영 이모랑 얘기를 할 기회가 생기는데요. 사실 효신한테는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이모들 방에서 둘이 아주 친밀하게 찍힌 사진이 액자에 담겨 있는 걸 본 적이 있거든요. 그게 내심 궁금했던 거예요. 그래서 주영 이모한테 물어봅니다. "왜 둘이 같이 사는 거예요? 친구라서?" 여기에 주영 이모가 이렇게 말해요. "아니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야." 효진은 그 말에 혼란을 느낍니다. 여기까지가 1부의 내용이에요.
저는 이 주영이라는 인물을 너무 닮고 싶었어요. 누구한테나 수평적으로 대하는 사람이거든요. 우리가 모두 각자 한 명의 개인이라는 것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 있잖아요. 언제나 나 자신을 개인으로 두고 생활하는 사람, 그래서 상대도 나이나 나와의 관계 등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1대 1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 말이에요. 그런 주영을 참 닮고 싶다고 많이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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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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