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진 "『파친코』 속편 원하지 않아, 한국인 3부작 완성할 것"
『파친코』 이민진 저자 방한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라는 집에 살고 있습니다. (2022.08.17)
지난 10일, 이민진 작가가 한국의 독자들과 만났다. 『파친코』의 개정판 출간을 기념하며 2천여 명의 독자들과 함께한 북토크였다.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 대양홀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만남은 뜨거운 환대와 애정 속에서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재일 조선인 가족 4대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 소설 『파친코』는 2017년에 첫 출간된 후 전 세계 33개국에서 번역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뉴욕타임스>, 아마존 등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으며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복과 연민에 대한 강력한 이야기"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2022년에는 애플TV가 제작한 동명의 드라마가 공개되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도 2018년에 『파친코』의 번역본이 출간됐지만, 지난 4월 판권 계약이 종료되며 절판됐다. 한동안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소설이 되어 독자들을 애태웠던 『파친코』는 새로운 번역과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개정판은 작가가 의도한 구조와 흐름을 살리기 위해 원서의 구성을 그대로 따랐으며, 작품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재미 교포 1.5세대인 이민진 작가는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후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했다. 건강 문제로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해 2008년 첫 장편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발표했다. 『파친코』는 두 번째 장편 소설로, 역사학과 학생이었던 1989년에 '자이니치(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이후 30년 가까이 준비한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현재 뉴욕에 머물면서 새로운 장편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작가에게 이번 북토크는 한국 독자들과 처음으로 가까이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설레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독자 분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독자와의 질의응답에 앞서, 진행자(제니퍼 클라이드)와의 대담이 진행됐다. 북토크 참여를 희망하며 독자들이 남긴 질문들 가운데 다수를 차지한 물음들에 이민진 작가가 답했다.
『파친코』라는 소설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파친코'라는 제목 자체가 인생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죠. 하지만 우리는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덕성과 선한 의도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친코』는 자이니치의 삶을 보여주는, 처음 영어로 기록된 소설입니다. 특히, 자이니치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는 작품입니다. (집필을 위해) 굉장히 많은 조사와 인터뷰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의 일부는 아주 아름다운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픽션'이라는 것은 하나의 스토리이고 사실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저의 거짓말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으로 사실을 말해야 합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기 때문에 정확한 팩트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 소설을) 쓰기 위해서 많은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고는 자료 조사만을 기반으로 썼는데 너무 지루했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초고를 놔두고 새롭게 썼습니다.
새로 (원고를) 쓸 때는 많은 일본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흥미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초고는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똑똑하게,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쓰기 위해서 너무나 지루한 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소설을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아니었죠. 그래서 초고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조사를 토대로 감정도 담고, 또 캐릭터들의 경험을 담았습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작성했습니다.
『파친코』는 디아스포라 소설입니다. 사랑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작가님에게 '사랑'과 '자유'란 어떤 의미일까요?
'디아스포라'는 그리스 용어이지만 구약 성경에서 유대인을 지칭합니다. 유대인의 경우에는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한국인으로서 제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프랑스인이든, 디아스포라는 21세기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환경 디아스포라도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살 수 없는 지역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죠. 어떤 이유로든 모국이나 고향을 떠났을 때, 여러분의 가족과 가족 구조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생각해 보면 굉장히 슬픈 이야기입니다.
어디를 가든 그곳에서 그곳을 바꾸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저도 한국을 떠나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미국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요? 제가 일곱 살에 한국을 떠났을 때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 볼수록 우리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것이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랑과 자유는 깊이 연결돼 있습니다.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자유롭게 하고 사랑 받는 사람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 없이는 여러분의 삶을 절대로 자유롭게 살아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의미가 있고 우리는 각각 사랑 받도록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일곱 살 때 한국을 떠나셨습니다. 한국에서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저는 아주 평범한 중산층이었습니다. 서교동에서 자랐고요. 저희 아버지는 '피어리스'라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임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연세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시고 동네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셨습니다. 집을 생각하면 항상 저의 자매들이 떠오릅니다. 세 자매였거든요. 동생과 제가 참여할 수 없었던 크리스마스 파티들이 기억납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을 위한 파티라서 저와 동생은 참여할 수 없었고 큰엄마 집에 보내졌던 기억이 납니다. 여전히 속상합니다.(웃음)
『파친코』의 등장인물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파친코』의 등장인물의 경우, 제가 의도적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30년 동안 많이 생각하고 조사해서 이 책의 모든 단어를 다시 작업했고, 모든 등장인물에 대한 작업이 어려웠습니다. 속편 계획이 없냐는 질문을 받는데요. 절대로 없을 겁니다. 원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이제 독자들의 인물들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너무나 강력한 것입니다. 독자가 상상하는 것이 작가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수 있거든요. 여러분의 마음에 여러분의 선자, 한수, 김창호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눈으로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상상력이 더 찬란하고 화려하고 다채로울 수 있습니다.
『파친코』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소설의) 첫 번째 문장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말입니다. 모든 평범한 사람들은 억압을 받거나 어려움이 있어도 반항할 수 있고, 불평등 앞에서도 저항할 수 있고, 낙심을 해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는 불공평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매일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세요. 전진하세요. 인생이라는 모험은 아름답거든요.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차별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작가로서, 아시안 여성으로서, 이민자로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혐오나 차별에 대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세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혐오, 억압, 차별이 없다고 이야기하거나 우리가 그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기 쉽습니다. 저는 부모입니다. 만약에 제 아이가 불평등을 겪게 된다면 그냥 잊어버리자고 이야기하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잘 들어봐야 합니다. 우리가 억압과 불평등에 대해서 언급하면 항상 큰 대가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집단적으로 행동한다면 그 대가는 점점 작아집니다. 제가 늘 분노하고 계속 소리를 지르면 사람들이 저에게 귀를 기울여주지 않겠죠. 그래서 차분하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도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는 차분하게 이야기하십시오.
우리의 식민지 지배 역사를 다음 세대가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요? 우리는 다음 세대를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는 아주 복잡합니다. 단순히 좋은 편, 나쁜 편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인들 중에 부도덕한 일에 참여했던 것을 발굴하기보다는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실제 있었던 일을 사실로 전달하고 안 좋은 일들도 사실적으로 전달한다면 혐오의 감옥에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하나의 감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전 세계에서 한국인으로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싶다면,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혹은 귀화한 외국인에 대해서도 똑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베트남 여성이 한국의 농민과 결혼할 때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우리 또한 한때 외국인으로서 차별 받지 않았습니까?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다음 세대가 자유롭고 생산적인 세계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사실을 전달하고 우리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을 쓰고 있습니다. 교육과 지혜에 관한 소설이고요. 정말 고통스럽게 집필하고 있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느린 사람입니다. 거북이입니다.(웃음) 그렇지만 천천히 가더라도 건강만 허락된다면 끝까지 완성할 겁니다. 『네임 레코그니션(Name Recognition)』도 쓸 예정입니다. 제가 어떻게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을 배워나갔는지 쓸 예정입니다.
『네임 레코그니션』을 먼저 집필하고 있었는데 『아메리칸 학원』에 더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아메리칸 학원』은 벌써 몇 년 동안 집필하고 있습니다. 홍콩, 대만, 한국, 싱가포르, LA, 보스턴, 뉴욕, 워싱턴 D.C.의 학원들을 방문했습니다. 호주도 방문했고요. 이 소설은 서울, 시드니, 보스턴, LA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조사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학원을 운영하시는 분들, 학생들, 학부모님들, 학원에 참여하는 여러 사회적 계층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이 소설을 꼭 쓰고 싶습니다. 한국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주제이죠.
오늘 이 자리에서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십니까?
여러분, 꼭 아셔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독서를 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다듬어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독자로서 갖고 계신 힘을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측정 불가능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이 끝난 후, 즉석에서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파친코』에 대한 일본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일본 독자들은 『파친코』를 많이 사랑해줬습니다. 특히, 재일 교포분들이 많은 편지를 보내주셨고요. 어제도 사인회에 찾아와주신 분들이 (소설이) 너무 좋았다고 감동적이었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저는 재일 동포들의 역사를 지켜주고 싶고, 일본 역사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에 이분들의 이야기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재일 동포들의 경험은 독특하고, 미국이나 호주에 있는 교포들의 경험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재일 동포들이 『파친코』가 좋았다고 이야기한 것은 최고의 찬사입니다.
차기작 『아메리칸 학원』이 '한국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고 하셨는데요. '교육'이라는 주제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전 세계의 한국인들에게 무엇이 제일 중요한가, 질문을 해봤습니다. 제가 브라질, 캐나다, 독일, 호주, 뉴질랜드에 있는 한국인들 수천 명을 만나서 물어보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한국인들은 교육에 대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학원을 통해서 더 교육받고 싶어 하는 거잖아요. 학원에 대한 도덕적인 가치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와 무관하게, 교육의 목적은 나와 아이의 자기 계발을 위한 것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학원에 대해서 쓴 겁니다.
저는 한국 여성으로서 아버지가 있습니다. 가정을 하자면, 아버지와 페미니즘이나 아시아 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의견 충돌이 생긴다면, 우리 관계를 깨지 않으면서 아버지에게 이야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제가 모든 아버지를 일반화할 수 없지만,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깨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버지의 사랑이 깊었다는 겁니다. 사랑을 많이 받으신 거예요. 나쁜 아버지였다면 이 관계가 깨지는 것에 대해서 걱정도 안 할 겁니다. 아버지가 딸을 깊이 사랑한다면 딸을 더 알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딸을 더 알기 위해서는 아버지에게 딸이 자기 자신을 보여줘야죠. 어떤 사람인지. 내 자신을 완전히 보여주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공정하게 이야기하고 대하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셔야 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분노가 있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에 대해서 속상한 게 너무 많은 사람인데, 그래도 예의를 지키면서 이야기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건지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세요. 아버지가 이 말을 듣고 어떤 감정을 가질지 생각을 하고 이야기하세요. 항상 진실을 이야기하고, 나의 약점을 아버지에게 보여주면 아버지가 나를 더 사랑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이야기를 해보세요.
『파친코』는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부를 시작할 때마다 '에피그래프(epigraph)' 형식으로 찰스 디킨스, 박완서, 베네딕트 앤더슨의 글이 실려 있는데요. 그 의미가 궁금합니다.
제가 어떤 동기를 가지고 1부, 2부, 3부를 작성했는지 알려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박완서' 작가에게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 살고 있는 여성이 한국만 보기 때문에 모두가 다 한국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어린아이의 시각이 저에게 굉장히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2부를 시작하면서 그것을 포함했죠.
'베네딕트 앤더슨'은 인류학자로서 굉장히 중요한 책을 저술했는데, 우리가 인류학과 여러 부족주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런 부분에 제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21세기 한국인은 아주 글로벌한 개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엘리트 한국인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한국인들도, 돈이 많지 않더라도,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면서 글로벌한 인재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죠. 이것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또, 저는 학자들을 존중합니다. 저는 평생을 바친 학자들의 노력을 근간으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경우에는 집에 대한 인용구가 굉장히 영감을 많이 준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어렸을 때 디킨스의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디킨스는 평범한 사람들을 정말 사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대담에서 국제결혼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저는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 비율이 가장 높은 곳에서 왔습니다. 이주 여성에 대해서, 또 몇 년 전에 제주도 난민과 관련해서도, 우리가 21세기적이지 못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세상에서 제가 젊은 아시안 여성으로서 윗 세대를 존중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가 한국인에 대한 편견을 더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한국인들을 인터뷰해보면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한국 남자는 이렇다, 저렇다'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럼 저는 '한국 남자를 몇 분이나 아십니까?'라고 질문합니다.(웃음) 저는 항상 웃으면서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그 분이 편견을 만들어내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오는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경험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5천 년이 된 국가가 순수 혈통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는데 통합을 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 통합을 출발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인들은 외국인 혐오증이 있다'고 계속 이야기하면,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질문자는) 그 공동체에 계시지만 외국인 혐오를 안 하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편견을 갖고 있다는 말 자체를 안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질문자의) 고향에도 이주 여성들을 친절하게 대하셨던 분들이 계실 것이고, 이러한 부분들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봤을 때, 어떤 상황이든 진실해야 합니다. 내가 잘못했다, 잘못 생각했다, 잘못 말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사과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사과를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진실을 생각하지 않고, 개개인의 한국인을 생각하지 않고, 계속해서 편견을 만들어낸다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없습니다. 너무 순진한 생각일 수 있겠지만, 새로운 세상이 올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고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코스모폴리턴'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인종이나 문화와 무관한 사람이라고 정체성을 만들었는데요. 여전히 정체성 확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말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내가 누구인지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많은 분께서 (저를) 칭찬해주셔서 굉장히 감동받았습니다. 동시에 놀랍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께서 저를 생각하시는 것처럼 저는 스스로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느리고, 실수가 많고,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똑똑했다면 소설을 네 권쯤은 집필했을 것 같습니다.(웃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나에 대한 내부적 정의와 외부적 정의 사이에서 진실을 만나게 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완벽하게 정립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미국 시민이지만 서울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만들어진 사람이죠. 저의 아버지는 북한 원산 출신이시고, 저의 어머니는 남한의 부산 출신이시고,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모든 지리적 진실들이 통합해서 저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저는 거부하지 않습니다. 모든 요소들, 모든 라벨들이 합쳐져서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당신은 X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저는 'X가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X에 대해서 반드시 고려는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파친코』의 두 번째 번역본이 나왔는데요. 앞서 출간된 책과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습니다.
번역가들의 작업은 신성합니다. 너무 어렵거든요. 저는 여러 언어를 하는 사람들을 정말 존경합니다. 날아다니는 것만큼 위대해 보입니다. 번역가가 충실히 번역을 했기 때문에 저는 바꿀 것이 하나도 없었고요. 두 번째 번역본이 나올 때 더 많은 관여를 했는데, 구조적인 틀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3부로 구분했는데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 장에 붙인 제목을 이전에 출판된 것에는 뺐고, 또 제가 중요시했던 디테일을 살렸습니다. 두 번째 번역본을 신승미 번역가가 번역해주셨는데요,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변호사로 일하시다가 어떻게 작가로 전향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2년 동안 기업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고, 신입 변호사 역할을 굉장히 잘했습니다. 신입 변호사로서 하는 일은, 문서를 보고 문제가 있으면 파트너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서 긴 보고서를 작성했죠. 그 일이 제 성격에 잘 맞았습니다. 일을 잘해서 정말 많은 일을 배당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한 압박이 있는 상황이었죠. 20대, 30대가 되면 정말 몸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호사를 그만둘 때는 굉장히 간단했습니다. '내가 20대, 30대에 죽을 거라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소설 집필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웃음) 다른 사람들은 좀 쉬운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어렵습니다.
이민진 작가는 모든 질문자들과 눈을 맞추며 이름을 묻고 불렀다.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듣고 대답을 돌려줬다. 질의응답이 끝난 후에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라는 집에 살고 있습니다. 그 집에 거주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응원합니다."
*이민진 전 세계에서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경계인으로서의 날카로운 시선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통찰력으로 복잡다단한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며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을 잇는 작가'라는 찬사 속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후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했으나, 건강 문제로 그만두게 되면서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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