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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심리치료사 남희경 “마음에 난 상처, 몸이 말한다”

『몸이 나를 위로한다』 출간 기념 힐링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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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들은 마음이 아파서 저를 찾아오지만,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아요. 두통이든 피부 발진이든 몸의 어딘가가 아프다고 하죠. (2021.12.20)


지난 12월 11일,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마음책방 서가는’에서 『몸이 나를 위로한다』 출간 기념 몸챙김 북토크가 열렸다. ‘몸챙김’이라는 수식어처럼 이번 북토크는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지 못할 때 대신 아프다고 말하는 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책을 펴낸 남희경 저자는 미국공인무용동작치료 전문가로서 몸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18년 차 심리치료사다. 그는 “오늘의 이야기는 몸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북토크의 문을 열었다. 마음이나 의식이 아닌 ‘몸’에 조금 더 집중하고, 몸을 감각하는 몸챙김(bodyfulness)의 태도로 주어진 시간을 체험해보자는 의미였다. 『몸이 나를 위로한다』는 분명 심리서이지만 몸의 관점에서 마음을 이야기한다.



치유의 힘을 가진 몸의 모성 

“많은 분이 저에게 책을 어떻게 썼냐고 여쭤보시는데, 제가 아니라 손이 쓴 느낌이에요. 고심해서 쓴 책이 분명하지만, 출간되고 나서 다시 읽으니 굉장히 낯설고 새롭더라고요. ‘이게 정말 내가 쓴 거 맞나?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었다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희경 저자는 자신의 집필 경험을 이야기하며 “몸이 나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졌다. 북토크에 함께한 참가자들은 이 질문을 시작으로 나의 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몸은 단순히 의식이 머무는 장소일 뿐일까? 저자는 지난 2020년 여름,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춰 섰던 시기에 몸의 휴식으로 마음의 힘을 회복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몸이라는 언어로 사람의 마음을 만지는 신체심리치료사인 그에게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전염병의 시대는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남희경 저자는 이 시기를 휴식으로 극복했다고 전했다.

“저는 무용을 전공했기 때문에 몸의 언어에 익숙해요. 하지만 글은 너무도 낯선 영역이었죠. 지난 2020년은 제가 여러 차원에서 넘어진 시기였어요. 코로나19로 인해 내담자를 만나는 게 어려워졌고, 책 쓰기도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었죠. 그래서 아들과 함께 제주로 떠났어요. 20여 일간 제주에 머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무언가가 제 안에서 솟아났어요.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 반드시 엄마의 뱃속에서 완전한 보호를 받는 시간이 필요하듯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올라오려면 먼저 하강해야 한다’는 자연의 원리를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심리학 전문가인 저도 이론적으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몸소 체험한 것은 처음이었죠.”



저자는 몸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우리의 몸은 곧 자연이고, 정신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배꼽뇌’에서 시작했어요. 그건 숨을 쉬는 것, 즉 본능에 충실한 단계죠. 그런데 두뇌가 발달해 나가면서 몸과 마음은 서서히 멀어져요. 멀어질 뿐 아니라 덜컥 차단이 됩니다. 저는 이게 모든 신경증의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만나는 내담자들은 마음이 아파서 저를 찾아오지만,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아요. 두통이든 피부 발진이든 몸의 어딘가가 아프다고 하죠.”

뒤이어 남희경 저자는 자신 또한 마음의 상처를 몸이 대신 표현하는 경험을 수없이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꿀컥 삼킨 날에는 늘 위장장애를 앓았다고. 그는 자신의 위장장애에 ‘감정소화불능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특정한 질병이 아니라 억누른 감정이 속에서 부대끼는 느낌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몸과 정신이 통합되어 있을 때 온전할 뿐 아니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생존자다 

눈물범벅 땀범벅이 되어 “엄마”를 외치며 뛰어나가는 아이를 할머니가 온몸으로 붙잡았다.(중략) 엄마품에 안기지 못한 무력감은 그렇게 아이의 몸에 새겨졌다. 이것은 내 결핍에 관한 초기 기억이다. 어쩌면 내 의식의 기억이라기보다는 엄마의 기억으로부터 재생된 이야기일지 모른다(모든 기억은 각색되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아득히 먼 옛날의 기억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감각되어 올라오는 몸의 기억이다.  _(24쪽)

남희경 저자는 심리치료사의 길에 입문하게 된 것이 생애 초기 몸으로 새겨진 ‘결핍’의 기억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고통을 스스로 해결해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었던 신체심리치료사의 길은 ‘몸의 모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결핍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신체심리치료 작업을 하면서 저는 우리 안에 상처입은 마음뿐 아니라 몸의 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는 수많은 상처와 결핍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습니다. 살아남았다면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죠. 그리고 살아남은 힘으로 또 살아갈 수 있어요. 그렇다면 그 힘은 무엇일까요? 몸과 마음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하다 보면, 마음이 가장 먼저 출연하는 곳은 결국 몸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남희경 저자는 마음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신체기관은 ‘심장’이라고 말했다. 심장이 뛰면 우리는 그제서야 ‘내가 왜 이러지? 왜 이렇게 떨리지?’라며 스스로와 소통하기 시작한다. 즉 불안한 마음은 몸으로 감각되는 것이다. 몸은 우리의 마음 상태를 알려준다. 결국 나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몸을 잘 감각할 수 있어야 한다.

“심장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뛰고 있어요. 살다보면 심장이 멈출 것 같은 일이 생기기도 하고,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한 경험을 겪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심장은 나를 살리기 위해 뛰고 있죠. ‘몸이 나를 위로한다’는 말의 핵심은 심장인 것 같아요. 심장은 생명의 시작입니다. 산모들이 뱃속에 있는 아이의 심장박동을 들으면 뭉클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겠죠. 심장 소리를 듣는 순간, 우리는 모든 생명이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심장이 뛰는 것처럼, 몸은 사람의 의지를 넘어 스스로 작동하고 신호를 보낸다. 마음이 불편할 때 생기는 두통, 호흡곤란, 소화불량, 불면증 등의 증상은 마음을 알려주기 위해 몸이 보내는 신호인 것이다. 남희경 저자는 객체로서 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몸을 나의 주체로 탐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몸을 대상화하고 도구화하는 경향이 많아요. 그래서 몸을 홀대하죠. 그런데 돌이켜보면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전진하면서 내 몸을 챙기지 않아 여러 번 무너진 경험이 있습니다. 즉,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몸을 다루어야 온전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할 수 있어요. 마음챙김뿐 아니라 몸챙김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몸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몇 가지 방법> 

책 『몸이 나를 위로한다』에는 저자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12가지 몸챙김(bodyfulness)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그중 몇 가지를 체험하며 몸챙김의 노하우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남희경 저자는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는 열 마디의 말보다 따뜻한 손길이 더 진한 위로가 될 수 있듯 내가 나의 몸을 쓰다듬으며 위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토크에서 체험한 3가지의 몸챙김 지혜를 소개한다.


1. 심장에 귀 기울이기


① 두 손으로 심장이 위치한 곳을 찾아보자. 우리의 심장은 가슴뼈 한 가운데로부터 조금 왼쪽에, 조금 아래쪽에, 그리고 조금 후면에 가깝게 위치해 있다.


② 두 손을 포개어 심장 위에 올려놓고, 심장박동을 찾아서 조금 압력을 가하면서 눌러보자. 심장박동이 선명하게 감각될 수도 있고, 희미하게 감각될 수도 있다. 어떤 감각이든 괜찮다. 감각되는 그 지점에서부터 심장에 대한 묵상을 시작해볼 수 있다.


③ 자신이 경험한 심장의 공명을 색, 선, 형태의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해본다 그리고 ‘나의 심장은 말한다’로 시작하는 한 장의 자유연상 글쓰기를 해본다. 그림을 바라보고 글을 읽어보면서 심장이 전하는 메시지를 생각해본다. 심장은 매순간 우리 자신의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심장은 어떻게 뛰고 있는가. 무엇을 드러내고 있는가.

 


2. 심리적 싸개 만들기


①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앉는다. 먼저 자신의 두 발이 바닥에 닿는 느낌, 그리고 좌우 좌골(엉덩이뼈)이 의자에 균등하게 닿는 접지감각을 확인한다. 호흡을 바라보고, 자신의 호흡을 그냥 알아차린다.

②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두개골)를 감싸서 안아본다. 소중한 무언가를 손으로 감싸는 느낌으로 한 손은 이마 위쪽에, 다른 손은 목 뒤쪽에 위치하도록 한다. 먼저 내 손으로 내 머리를 감각해본다. 머리가 뜨거운지 따뜻한지, 촉촉한지 거칠게 느껴지는지, 딱딱한지 말랑한지 등 느껴지는 그대로 감각하고 알아차려본다. 다음으로 내 머리로 내 손을 감각해본다. 손이 차가운지 따뜻한지, 크기는 어떤지, 촉감은 어떤지 등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알아차려본다.


두 손으로 자신의 양팔을 교차하여 감싸 안아본다. 마치 사랑스러운 아기를 꼭 안아주는 느낌으로 자신을 안아준다. 이때 접촉하는 압력은 자신의 피부와 근육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힘을 가한다. 내 손으로 감싸 안은 양팔의 근육과 뼈를 감각해본다. 부드러운지, 거칠게 느껴지는지 등 어떤 것이든 느껴지는 그대로 감각을 바라본다.


④ 이번에는 두 손으로 자신의 몸통을 감싸 안아본다. 한 손은 심장 위에, 다른 손은 배꼽 위에 얹어서 살짝 압력을 가하여 눌러본다. 내 손으로 나의 심장박동과 호흡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감각해본다. 나를 안아주고 있는 손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그대로 알아차려본다.


⑤ 마지막으로 두 손을 풀어서 무릎 위에 편안하게 올리고 다시 발바닥과 좌골의 접지감각으로 돌아온다. 호흡을 바라보고, 안아주는 손과 안겨 있는 몸의 감각이 어떻게 남아있는지 확인해본다.



3. 내 몸을 달래주기


바닥이나 의자에 편안하게 앉는다. 등받이가 있는 의지라면 등받이에서 약간 떨어져서 앉는 것이 좋다.


양쪽 좌골(엉덩이뼈)이 바닥에 닿는 접지 감각을 느낀다. 좌우로 무게중심을 옮겨보면서 접지감각을 확인한다. 양쪽 좌골의 무게중심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균등하게 감각되는 지점을 찾는다. 내쉬는 호흡을 하면서 그 지점에 몸을 안착시킨다.

③ 자신의 양손을 교차하여 두 팔을 감싸 안는다. 마치 아이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느낌으로 오른손은 왼쪽 팔을, 왼손은 오른 팔을 깊숙이 감싸고 약간의 압력을 주어서 눌러본다. 어깨와 팔의 힘을 풀고 자신의 양손 압력을 감각해본다.


좌골의 무게중심을 천천히 좌우로 이동하면서 부드럽게 몸을 흔들어 로킹 리듬(엄마가 아이의몸을 흔들어주면서 달랠 때의 리듬)을 만든다. 마치 아이의 요람을 흔들 듯이 자신의 몸을 흔들어보고, 요람 속 아기처럼 로킹 리듬을 탈 수 있도록 몸의 힘을 빼고 리듬에 몸을 맡겨본다.



몸이 나를 위로한다
몸이 나를 위로한다
남희경 저
생각속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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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성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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