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주인공으로 여겨지지 않던 사람들의 이야기 (G. 한민용 기자)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55회) 『내일은 조금 달라지겠습니다』
지금 제 옆에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다’라는 말을 좋아하는, 에세이 『내일은 조금 달라지겠습니다』를 출간하신 한민용 기자님 나오셨습니다. (2022.05.12)
새로 태어날 사랑. 내가 처음 생각했던 이 책의 제목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취재했을 때는 ‘사랑’ 이야기는 입에 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웃의 작은 이야기를 크게 들어주고, 다정한 말을 건네고, 자신의 것을 떼어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랑이란 단어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JTBC>의 기자이자 주말뉴스 앵커 한민용 기자님의 『내일은 조금 달라지겠습니다』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앵커가 진행하는 코너를 제안 받았을 때 한민용 기자님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를 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뉴스가 주목하지 않던 사람들은 곳곳에 있었고, 그곳에 마이크가 쥐어지자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한민용의 오픈마이크>는 그렇게 세상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죠.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취재 일기를 담은 책 『내일은 조금 달라지겠습니다』를 출간하신 한민용 기자님을 모시고, ‘나라’가 나서지 않아 ‘나라도’ 나선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은 : 출간 이후에 거의 매일 책 제목을 검색하면서 서평을 찾아 읽고 있다고 들었어요. 사실인가요?
한민용 : 아침, 점심, 저녁으로 검색을 하고 있어요.(웃음) 사실 제 방송을 할 때는 절대 제 이름을 검색하거나 댓글 반응 찾아보는 일을 안 하거든요. 그래서 주변에서도 책은 왜 이렇게 검색을 하느냐고, 이 정도면 집착이 너무 심한 것 같다고 할 정도예요. 아마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서 그런 것 같아요.
오은 : 바쁜 와중에 책을 어떻게 묶으셨는지도 궁금했어요. 책을 묶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하잖아요. 집필하는 시간도 필요했을 텐데 언제 시간을 내서 쓰셨어요?
한민용 : 저도 처음에는 금방 쓸 수 있을 줄 알고 편하게 계약을 했는데요. 편집자 님께 죄송한데, 마감을 잘 못 지켰어요. 그나마 코로나19가 무척 심해졌을 때 <오픈마이크> 촬영을 중단한 적이 있어요. 주말 뉴스를 혼자 진행하다 보니까 만약 제가 격리라도 당하면 뉴스가 펑크 날 수 있어서요. 그런 뒤에는 거의 바로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서 조금 틈을 내서 책을 쓸 수 있었어요.
오은 : 그나저나 기자님이 <책읽아웃> 팬이라는 소식을 편집자 분께 전해 들었습니다.
한민용 : 맞아요, 언젠가는 책과 관련한 콘텐츠 진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정말 많이 하는데요. <책읽아웃>은 집에서 이런저런 일을 할 때 꼭 틀어서 듣고 있어요.
오은 : 이제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JTBC 뉴스룸> 첫 단독 여성 앵커. 펜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품은 기자. 한민용, 은 아들인 줄 알고 집안 어른들이 지어주신 이름이다. 스포츠를 좋아했는데 재능은 없었다.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를 꿈꾸다 키가 급격하게 크는 바람에 그만 두었고, 그때 남몰래 방황을 했었다. 중학교 1학년, 9.11 테러를 보도하는 기자의 모습을 보고 막연히 기자를 꿈꿨다. 꿈 많은 시절, 그가 꿈꾸던 직업은 형사, 검사, 범죄심리학자 등이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능했다. 유학 중이던 대학시절에는 학비를 벌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부모님 몰래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자신이 담당한 맥주를 ‘완판’시켜 남들보다 일찍 퇴근하기도 했을 정도. 2013년 <MBN>에 입사했고, 이듬해 수습 기자 신분으로 세월호를 겪었다. 2017년에는 <JTBC>로 이직해, 원고를 한 번도 보지 않고 뉴스 리포트 하는 것으로 포털 실검 1위에 오르면서 얼굴을 알렸다. 보호종료아동 뉴스를 하고는 한 달 넘게 밥 맛이 없을 정도로 우울했던, 취재를 할 때마다 마음 속에 웅덩이 같은 게 생기는 기분이었던 한민용은 취재를 하고, 뉴스를 전하는 지금이 자신의 ‘화양연화’라고 말한다.
사소한 것에 감탄을 잘하는 편. 농담을 정말 많이 한다. 글 잘 쓰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시기 질투가 심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한 번만 본 게 없을 정도로 찐팬이고, 뉴스의 엔딩곡을 고를 때마다 신이 나는데 사실 ‘도어스’나 ‘톰 웨이츠’를 매일 틀고 싶은 마음이다. 삶이 업에 잠식되는 것 같을 때는 나와 아주 무관한 업종에 속한 사람들의 책을 찾아 읽는다.” 보호종료아동 뉴스를 하고는 밥맛이 없을 정도로 우울했다고요. 책에서도 느껴지는데 아동복지 쪽에 관심이 굉장히 많으신 것 같아요. 이 책의 인세 전액을 기부한다고도 하셨는데요. 아동복지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한민용 : ‘디딤씨앗통장’에 기부를 했고요. 사실은 복지라는 게 예산이 늘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 중, 저한테 복지 예산을 어떻게 써야겠느냐고 묻는다면 예산이 아동에게 우선적으로 가야 된다고 답하고 싶어요. 모두의 출발선이 같을 수는 없죠. 하지만 적어도 뛸 수는 있게 해줘야 되잖아요.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요. 아이가 살아갈 삶이 길거든요. 한편 국가적으로 봤을 때도 삶의 첫 20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남은 80년이 달라질 수 있어요. 아이를 세금을 내는 어른으로 길러낼 것인지 세금을 받아가는 어른으로 길러낼 것인지는 국가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문제죠. 그런 여러 가지 생각에서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오은 : 이제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께서 직접 『내일은 조금 달라지겠습니다』가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는 시간을 갖도록 할게요.
한민용 : 호기심을 자극해야 하니까 티저처럼 책 소개를 준비했어요.(웃음) 이 책은 ‘여행자를 위한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여행자라고 여기면서 지내요.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게 어딘가 애달픈 기분이 들어서 언젠가부터는 여행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데요. 여행은 사실 잘 알려고 하는 것이죠. 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뭘 먹는지 알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반도에 태어난 사람들이 여기를 여행할 때, 이 세상의 한 면을 보여주는 그런 책이 되었으면 했어요.
오은 : 저자 소개글을 보면 ‘낭만적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이게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한민용 :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을 만한 것들은 알리기 어려워진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무도 관심 없는 것, 사람들이 별로 안 하고 싶어 하는 것을 굳이 찾아서 “이것 좀 보세요”라고 할 경우 그게 쉽게 먹히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죠. 그렇지만 저는 꼭 관심 있을 것들만 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이런 마인드가 지금과 같은 뉴미디어 시대에는 맞지 않다는 평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낭만이라는 말을 붙여본 거예요.
오은 : 기자 생활에 있어 <오픈마이크>가 아마 한민용 기자님에게 커다란 전환점이었을 텐데요. 어떻게 처음에 코너를 맡게 되셨나요?
한민용 : 제가 단독 앵커가 되어 뉴스를 혼자 진행하게 됐을 때가 30대 초반이었는데요. 모든 방송국을 통틀어도 어린 나이였던 데다 여자이기 때문에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같은 게 분명히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 제작진이 고민했던 건 편견을 깰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죠. 올바른 언론 가치관을 갖고 있는 언론인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앵커 코너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정치인 같은 유명한 사람을 인터뷰하는 코너나 ‘앵커의 한마디’처럼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얘기하는 성격의 코너 기획이 올라왔었는데요. 저는 이걸 오랫동안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제안을 한 거예요. 지금까지 뉴스의 주인공으로 여겨지지 않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오는 코너가 하고 싶다고요. 사실 기획안을 되게 걱정하면서 안고 갔어요. 안 된다고 할 줄 알았거든요. 다행히 해보라고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하게 됐어요.
오은 : 한민용의 <오픈마이크> 보도 원칙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되도록 다른 방송사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주제를 다룬다. 단 이미 보도되었다는 이유로 제외하지 않는다. 바뀐 게 없다면 계속 알릴 필요가 있으니. 두 번째, 나라가 안 나서면 나라도 나서겠다며 돕고 있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세 번째, 작은 변화라도 좋으니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 첫 번째 두 번째는 나의 포부와 의지 같은 것인데 비해 세 번째는 기사가 나간 뒤 반응을 지켜봐야 되는 것이라, 실은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어떤 마음이었나요?
한민용 : 그렇기는 한데요. 그것은 저의 태도 같은 거였어요. 예를 들어 어떤 사안에 왜 예산 편성이 안 되는지 물었을 때 어떤 이유로 안 된다고 하면 거기서 취재가 멈출 수도 있거든요. 이유를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거기에서 좀 나아가는 거죠. 다른 쪽에도 확인을 해본다든지 추가로 자료를 요청한다든지 관련 국회의원한테 물어본다든지 하는 식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게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행동들을 주저하지 말고 하자 생각했던 거예요.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할게요. 청취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인가요?
한민용 : 엄청 고민했어요.(웃음) 그래도 한국 작가님의 책을 골랐습니다. 김보영 작가님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추천할게요. SF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저는 하루가 엉망이었다는 생각이 들 때면 꼭 자기 전에 책을 읽어요. 책의 세계에 들어가서 좀 놀다가 나오면 오늘 그럭저럭 괜찮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특히 김보영 작가님의 책이 그런 느낌을 줘서 되게 좋아해요.
*한민용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JTBC 기자 겸 앵커. 펜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 기자가 됐다. 2013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10년 차다. 그중 절반은 사회부 기자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온갖 사건·사고를 취재하며 보냈다.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2018년부터는 [뉴스룸] 주말 앵커를 맡아 평일에는 현장을, 주말에는 스튜디오를 오가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여전히 낭만적 저널리즘을 꿈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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