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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이 소설은 허구입니다 (G. 김중미 소설가)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253회) 『너를 위한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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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허구적인 존재이지만 그러나 허구가 아니라는 건 서로가 더 깊이 알고 있겠죠. 그게 진짜 일어난 사건은 아니라도,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는 이 현실은 허구일 수 없으니까. (2022.05.04)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내가 아닌 동생들을 위한 증언이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당신과 맞설 더 큰 힘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을 이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당신만큼의 능력과 권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나는 이 싸움이 나와 당신의 싸움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나의 싸움은 동생들의 싸움이고, 모든 여성의 싸움이었습니다. (중략) 당신이 내 길을 지웠음에도 나는 앞으로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김중미 작가님의 소설 『너를 위한 증언』에서 일부를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황정은입니다. <야심한책>, 시작하겠습니다.



<인터뷰 – 김중미 소설가 편>

오늘은 소설가 한 분을 모셨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아야 하고, 불편하기 때문에 더 봐야 한다”고 말하는 소설가. 『너를 위한 증언』을 쓰신 김중미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황정은 : 선생님의 소설은 늘 그랬지만, 이번 소설은 작가의 말이 유독 생생하게 읽히더라고요. 작가의 말에서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피할 수 있을 때까지 피하고 싶었”다고도 하셨어요. 작가님이 스스로에게 ‘나는 이 이야기를 왜 피하고 싶은가’를 묻지 않았다면 소설이 완성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떠셨나요?

김중미 : 어떻게 보면 그게 무겁게 마음을 내리누르고 있었고, 사실은 수많은 죽음들이 우리 곁에 있었는데 때로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죽음에 대해서 증언을 하는 것이 주제넘은 짓은 아닐까 이런 생각도 있었고.

황정은 : 네, 당사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김중미 : 그렇죠. 그런데 저희가 그 시간들을 지나와서 지금 여기에 서 있는데도 여전히 우리 앞에 너무나 많은 고통과 죽음을 감당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고 더는 피하면 안 되겠구나, 내가 기억하고 내가 간직하는 것만으로는 변하지 않는구나, 그런 미안함. 어쩌면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2010년 중반 이후 계속되는 미투 그리고 죽음들이 제 곁에 가까이 있는 청년들에게도 이어지는 걸 보면서 침묵하면 안 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실은 꾹꾹 눌러왔던 게 어떤 사건하고 딱 맞으면서 더 이상 뒤로 물러나면 안 되겠다 생각하는 계기들이 된 것 같아요.

황정은 : 내가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아는 이야기를 네 침묵하고 있다는 부채감을 갖고 계셨군요.

김중미 : 네. 

황정은 : “이 소설은 허구입니다”라는 말로 작가의 말을 시작하셨고 같은 말로 끝내셨어요.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김중미 : 작가의 말을 쓰는 게 다른 어떤 작품보다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떤 말을 더 덧붙일 수 있을까 잘 떠오르지 않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목소리를 가질 수 없는, 곁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사람들에게 건네면서 ‘이건 허구야’라는 말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대부분 ‘이게 사실이야, 이게 현실에서 있었던 어떤 일이야’라는 걸 믿고 싶어 하지 않고 혹은 외면하고 싶어 하잖아요. 어쩌면 어떤 독자들이 ‘이거 내 이야기 아닐까? 내가 겪은 일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이건 허구야, 너의 이야기는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요. 하지만 여기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허구적인 존재이지만 그러나 허구가 아니라는 건 서로가 더 깊이 알고 있겠죠. 그게 진짜 일어난 사건은 아니라도,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는 이 현실은 허구일 수 없으니까, 어쩌면 역설이었을 수도 있고요. 그걸 강조하고 싶었어요.

황정은 : 『너를 위한 증언』은 열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된 소설이고, 모든 챕터는 일기나 편지로 시작이 되더라고요.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김중미 : 처음에 시점을 정할 때 되게 고민이 많았어요. 3인칭으로 했을 때 각각의 등장인물의 마음들을 깊이 건드릴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다고 이거를 1인칭 다중 시점으로 하자니 너무 장황해지고요. 고민이 많았어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지영이 같은 경우는 스무 살에 겪은 일이기도 하고, 결이나 가온이한테는 지금의 일이기도 하고, 또 어린 시절의 상처들이 지금을 또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의 일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게 일기나 편지나 이런 게 아닐까. 그리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편지 혹은 일기를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 청소년들이 다이어리를 굉장히 열심히 쓰기도 하거든요. 가장 내밀한 기록이잖아요. 그리고 편지는 서로의 관계를 이어주는 도구이기도 하고. 그래서 고민 끝에 이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하는데 가장 낫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렇게 하게 됐어요.

황정은 : 『너를 위한 증언』은 성폭력을 겪은 두 여성과 그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최지영과 하늘이가 겪은 성폭력을 글로 쓰고 생각하는 동안 작가님의 마음도 많은 일을 겪었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김중미 : 사실은, 모든 글이 쉽게 되는 건 아니지만, 여러 번 그만두고 싶었어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죠. 당사자가 아닌데 내가 이걸 어느 깊이까지 (다룰 것인가) 그런 마음도 들었다가, 여성으로서 저도 살아왔고 그 곁에 항상 있었던 거기 때문에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돼’라는 생각에 책상 앞에 앉아도, 사실은 이야기를 짓는 거잖아요. 허구적인 존재를 만들어서. 그렇긴 해도 그게 쉽지는 않았어요. 되게 많이 힘들었고 지치기도 하고 몸도 많이 아프기도 하고. 그런데 그냥 멈추면 안 된다고 스스로 많이 생각했던 것 같고. 저의 전략이기도 한데, 글을 쓸 때마다 감정이랑 사고를 자꾸 분리해서, 그래서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기를 쓸 때 혹은 유서를 남길 때는 제가 그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그때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황정은 : 그러셨을 것 같아요. 당사자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하셨는데, 근데 그게 뭔지 알지 않습니까. 선생님도 저도 여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간접적으로라도 아는 고통이라서. 

김중미 : 그럼요. 그리고 여성들은 같은 여성들끼리 그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매 순간 증인이 되는 거니까. 사실 당사자가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지영은 지금 곁에 없는 어떤 사람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좀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황정은 : 그렇습니다. 소설이 항상 타인을 상상하는 일인데,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는 일에 따르는 어려움인 것 같아요. 자격을 계속해서 묻게 되는.

김중미 : 네, 그런 것 같아요.

황정은 : 가온이는 어떻게 이렇게 성숙한 사람으로 자랐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든 친구든 누군가의 고통을 내버려 두지 않고 어떻게든 곁에 있으려고 하잖아요. 작가님은 가온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만드셨어요?

김중미 : 사실 가온이는 의외로 주변에서 보이는 아이들이기도 하고요. 가운이 같은 성격이.

황정은 : 네, 선생님이 목격하는.

김중미 : 네. 실제 그런 힘들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있고요. 그리고 가온이가 그럴 수 있는 힘은 아빠와 이모인 경미와 그리고 어쨌든 아픈 몸으로 딸을 지키려고 하는 어쨌든 지영의 몸부림에서 오는 것 같아요. (지영은) 평범한 사람이 그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교사가 되려고 하고 좋은 엄마가 되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잖아요. 그게 물론 분열된 모습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저는 그런 어른들의 모습들이 가온이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가온이라는 사람은 그런 성품을 타고 난 게 아니라, 사랑도 지지도 많이 받은 거죠. 저는 그 세 사람이 새로운 가족의 형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 어른에게서 보호받고 그런 과정들을 함께 해왔던 거죠. 

황정은 : 경미와 기환이와 지영이와 가온이의 관계에서요.

김중미 : 네. 완벽한 어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또 가온이에게는 미래라는 소중한 친구가 있고. 또 하나, 제가 조금씩 언급을 했던 것처럼, 저는 환경?자연이 주는 힘도 크다고 생각을 해요. 

황정은 : 네, 강화도라는 환경이요?

김중미 : 네, 가온이는 사실은 그만큼 받았던 거죠. 그래서 단단할 수도 있고, 또 타인의 고통에 예민할 수도 있는 사람으로 자랐고, 그러면서도 흔들리지만 넘어지지 않고 같이 갈 수 있는 친구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김중미

동화, 청소년소설 작가.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87년부터 인천 만석동에서 ‘기찻길옆공부방’을 열고 지역 운동을 해 왔으며, 2001년 강화 양도면으로 이사해 지금까지 ‘기찻길옆작은학교’의 농촌 공동체를 꾸려 가고 있다. 1999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화 『종이밥』, 『내 동생 아영이』, 『행운이와 오복이』, 청소년소설 『조커와 나』, 『모두 깜언』,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나의 동두천』, 에세이 『꽃은 많을수록 좋다』, 강연집 『존재, 감』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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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증언
너를 위한 증언
김중미 저
낮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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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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