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우리가 비건 에세이를 쓴 이유 (G. 손수현, 신승은)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249회)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계속하는 모습을 누군가 보면 관심을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제가 스스로 계속해 나가는 것도 너무 중요하고, 한 명씩 같이 지향해 나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2022.04.21)
“안타깝게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목표를 완벽으로 삼았을 때 매 순간 불행했다. 지금의 목표는 '계속'이다. 가끔 완벽하지 못하다는 자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계속하는 데에 집중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도 그랬으면 좋겠다. 느리더라도, 가끔 멈춰 서더라도, 심지어 넘어지더라도 계속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따금 주변을 둘러보면서,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 같이 걷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손수현 배우와 신승은 감독이 쓴 비건 에세이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에서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황정은입니다. 사람은 식물처럼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남의 에너지를 먹어서 목숨을 이어갑니다. 오늘은 매일 우리가 그렇게 밥, 이라는 이름으로 먹고 있는 목숨들을 생각해 보자고 요청하는 이야기를 만나보겠습니다. <황정은의 야심한책>,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손님 두 분을 모셨습니다. 비건으로, 여성으로, 인간 동물로, 프리랜서 창작자로 살아가는 두 사람.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를 낸 두 분의 저자. 배우 손수현 님과 뮤지션 신승은 님을 모셨습니다.
황정은 : 우선, 두 분이 같이 책을 쓴 과정이 궁금한데요. 신승은 감독님과 손수현 배우님이 함께 낸 책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손수현 : 저한테 먼저 책 제안이 왔었는데요. 비건을 지향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던 편집자님이 비건 책을 한번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는데, 제가 비건 이야기로 분량을 다 과연 채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승은과 같이 쓰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너무 흔쾌히 좋다고 해주셔서 같이 쓰게 됐는데요. 처음에는 승은 작가님이 거절을 해서 난처했었답니다. (웃음) 왜 거절했어요?
신승은 : 글 쓰는 게 어려웠어요.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제가 감히 책을 내는 데에 이름을 올려도 될지 고민이 많아가지고 거절을 했는데, 어떤 글을 읽어봤는데 글에 힘이 굉장히 있구나 생각이 들면서 저도 막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저도 누군가한테 힘을 좀 주고 싶어서, 결국에는 계약금을 나눠 갖게 됐습니다. (웃음)
황정은 : 어떤 글을 읽으셨어요?
신승은 : 이자람 님이 블로그 같은 공간에 쓰신 글이 있는데, 그걸 읽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요. 정의감이 들 때랑 좀 비슷한 마음이 들면서 좀 울렁거리면서 ‘나도 뭔가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정은 :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는 ‘A side’와 ‘B side’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요. 음반 구성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느 분의 아이디어였는지요?
신승은 : 최고라 편집자님 아이디어였습니다.
황정은 : 네, 편집을 담당하시는 분의 아이디어였군요.
손수현 : 저희는 파트가 나눠지기를 막연하게만 바랐었는데, 1부 2부처럼 나눠지기를 바랐었는데, 재미있는 구성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어주셔 가지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정은 : 두 파트의 어조가 약간 다르더라고요. ‘A side’는 비건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주로 일상의 이야기가 쓰여진 글이고, ‘B side’는 그보다 조금 더 정치적이면서 직설적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더라고요. 그래서 ‘A side’로 살살 사람을 좀 꼬드겨서 ‘B side’를 읽게 하려고 이런 구성을 하셨나,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웃음)
손수현 : 완전 정확합니다. (웃음)
신승은 : <전국노래자랑>에 보면 참가자 분들이 가끔 지역 특산물을 가지고 오셔서 송해 분에게 한 입을 드린 다음에 노래를 하실 때가 있잖아요. 그런 방식입니다. (웃음)
황정은 : 그렇군요. ‘A side’ 떠먹임이었군요. 되게 유효했던 것 같아요.
손수현 : 뭔가 비건이라고 얘기를 하면 너무 공격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별로 그렇게 어렵지 않고 이렇게 재밌게 잘 먹으면서 살 수 있다는 걸 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황정은 : 에세이라는 장르가 나를 내세우면서 또 본의든 아니든 자신을 들키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글을 쓰는 동안에 내가 이걸 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 혹은 해도 되는 이야기인지 이런 고민들을 하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손수현 : 사실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책의 어떤 주제라든지 이 책을 쓰는 애초의 목적이 정확하게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것을 르포처럼 제가 한 책을 다 완성할 수 없고, 에세이 형식으로밖에 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에세이를 쓰는 과정에서 계속 들었던 의문은 사람들이 이걸 궁금해 할까, 내 얘기를 궁금해 할까, 이거 그냥 일기장에 쓰면 되는 거 아닐까, 막 그런 것들을 계속 의심했던 것 같고. 친구들 얘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까 친구들한테 써도 되냐고 계속 물어보는 과정들이 있었고. 사실 제 얘기보다 친구들하고 같이 사는 얘기가 조금 우려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미화를 시켜야 되는 건가. (웃음)
황정은 : 그러면 미화가 어느 정도 들어갔을까요?
손수현 : 음... 싸우는 얘기는 안 들어갔으니까 미화가 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웃음)
신승은 : 선별이죠. 미화라기보다. (웃음)
황정은 : 신승은 감독님은 어떠셨어요?
신승은 : 저는 가사를 쓸 때 보통 제 얘기로 많이 쓰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가사는 좀 줄여서 써도 되고 축약을 할 수 있고 좀 두루뭉술하게 써도 되는데, 에세이는 숨을 데가 없더라고요. 행간에 숨을 수도 없고. 그래서 좀... 저도 그 걱정 많이 했어요. 누가 이걸 궁금해 할까, 그리고 과연 나라는 사람을 이렇게 얘기했을 때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저의 원가족은 저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요. 이제 책을 보면 나에 대해서 좀 알게 될 텐데, 그게 좀 많이 두려웠어요.
황정은 : “비거니즘에 대한 벽을 조금이라도 허물 수 있길 바라며” 이 글을 썼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목표는 ‘완벽’이 아니라 ‘계속’이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두 분은 비건으로 계속 살아가는데 어떤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신승은 : 쓴 대로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다가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예를 들어서) 식당에서 김치에 젓갈이 안 들어간다고 그랬는데 사장님이 주셔놓고서는 조금밖에 안 들어간다고 말씀하실 때가 있거든요. (웃음) 그리고 비건으로 유명한 카레가 있었는데 거기에 탄화골분이라는 동물 뼈 성분이 들어갔는데, 거기에서도 공식 입장이 진짜 미량 함유되어 있다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트러플이 진짜 조금 들어가도 다 트러플 과자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걸 한번 시키거나 내 잘못이 아닌데 먹었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계속 했으면 좋겠습니다.
손수현 : 정말 승은 말대로 계속해 나가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계속하는 모습을 누군가 보면 ‘저 사람은 왜 하지?’라든지 ‘뭐 하는 거지?’라든지 어떤 관심을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제가 스스로 계속해 나가는 것도 너무 중요하고, 한 명씩 같이 지향해 나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약간 비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완벽히 비거니즘인 세상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너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황정은 : 이런 걸 해보아요, 라거나 이런 걸 해야 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도 두 분이 책으로 그 작업을 하신 거죠.
손수현 : 그렇죠.
*손수현 연기를 하고 간간이 글을 쓴다. 2013년에 데뷔해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2017년 단계적 채식을 시작으로 현재 비건을 지향한다. 고양이 셋과 주변의 개, 여러 인간 들과 어울리며 잘 살기 위해 고민한다. *신승은 뮤지션이자 영화감독. <마더 인 로>, <프론트맨> 등의 영화를 연출했고, 정규 앨범 <넌 별로 날 안 좋아해>, <사랑의 경로>, EP <인간관계> 등을 발표했다. 2019년부터 비건을 지향했으며 농담을 좋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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