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이 작가의 세계관을 사랑합니다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39회)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도어』,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2.03.17)
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는 ‘‘소설 특집! 나 이 세계관 좋아하네?”입니다.
프랑소와 엄 : 세계관이라고 하면 어쨌든 그 작가가 하고 싶어 하는 얘기를 전체적으로 동의하고 좋아해야 되잖아요. 저는 오늘 이 작가님의 세계관이 좋아서 가지고 왔어요.
캘리 : 사실 저는 이 작가를 정확히 모르는데 들고 와도 될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그냥 약간 어깨에 힘 빼고, 좋았던 소설을 가지고 왔습니다.
김려령 글 /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작년 12월에 출간된 김려령 작가님의 작품이에요. 김려령 작가님은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하시죠. 저는 『너를 봤어』와 『트렁크』를 읽으면서 이 작가님한테 완전히 빠져들었어요. 당시에 출근하면서 책을 읽다가 지하철역을 몇 정거장이나 지나쳤던 기억이 있어요. 작가님은 성인 소설도, 청소년 소설도 쓰세요. 특히 『샹들리에』라는 작품은 성인 소설과 청소년 소설 버전을 다르게 해서 각각 출간이 되기도 했거든요. 저는 이렇게 어린이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작가님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지난 <옹기종기>에 나오셨던 이현 작가님도 그랬고요. 김소영 작가님의 책을 읽어도 그런 느낌이 들고요. 저 역시 나이가 들어도 청소년 소설은 가끔씩 읽는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스토리가 복잡하진 않아요. 주인공은 ‘현성’이라는 친구고요. 현성이네 식구는 현성이와 아빠 엄마 이렇게 셋입니다. 이 가족은 더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겠다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데요. 어느 날 삼촌이 사기를 쳐요. 그래서 철거를 앞둔 한 화원의 비닐하우스에서 지내게 되는 거예요. 결국 현성이는 전학을 갔고요. 그 학교에서 ‘장우’라는 친구를 만납니다. 장우와 함께 텅 빈 비닐하우스를 아지트로 개조해서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이라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이목을 끌어요. 정말 비닐하우스 안에 의자를 놓고 여기서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안 하는데 그걸 보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죠.
작가님은 이 동화가 아픈 현실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고마워서 쓴 글이라고 이야기를 하세요. 저는 제목이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이지만 이 친구들이 아무것도 안 한다는 생각은 들지가 않았고요.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 안에서 어른들의 삶을 보고, 세상을 보고, 또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안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소설을 읽고 나서 들었어요. 흔히 아이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어린이들이 어떤 생각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하고요. 그런 말만 하지 말고 아이들 얘기가 담긴 작품들, 아이들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서보 머그더 저 / 김보국 역 | 프시케의숲
우선 이 책을 다 읽은 소감부터 말씀을 드리면요. 여태껏 읽은 소설의 인물들 가운데 가장 잊지 못할 인물을 만났다는 것이 저의 감상이에요. 진짜 강렬하고, 궁금해지고, 책을 다 읽었는데도 더 알고 싶어지는 인물이었어요. 그 인물이 이 소설의 주요한 인물인 ‘에메렌츠’인데요. 소설의 화자는 ‘나’예요. 나는 작가고요. 글을 쓰면서 집안을 관리하는 게 힘드니까 가정부를 구하려고 하거든요. 그러다가 옛 친구한테 에메렌츠를 소개받습니다. 근데 이 사람이 특이해요. 당신 집의 가정부 일을 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한다, 급여를 얼마 받을지도 내가 일을 해보고 알려주겠다, 라고 하는 거예요. 일하는 시간도 내가 정한다고 하죠. 다른 집에서도 하고 있는 일이 많고, 내 일도 많으니까 밤이건 낮이건 아침이건 시간이 될 때 와서 일을 하겠다는 사람인데요. 워낙 업무 능력이 좋아서 집이 에메렌츠의 손을 거치면 싹 정리가 되는 거죠. 그래서 화자는 에메렌츠에게 점점 의지를 하게 됩니다.
에메렌츠는 업무 방식만 독특한 게 아니고요. 삶의 방식, 사는 방식도 괴팍한 면이 아주 많아요. 우선 자기 집 안에는 누구도 들이지 않아요. 여기에서 제목 『도어』의 의미가 짐작이 되는데요. 그 문, 도어는 결코 열린 적이 없어요. 친척이 와도, 친한 친구들이 와도 에메렌츠는 집 앞마당에 있는 테이블에서 손님을 맞이해요. 도대체 저 문 뒤에 무엇이 있길래 그러는 걸까요? 그것은 소설로 확인을 해보시면 좋겠어요.(웃음)
앞서 에메렌츠가 괴팍한 면이 있다고 말씀드렸지만요. 책을 읽으면 괴팍하다는 게 뭘까, 생각하게 돼요. 남들 눈에 괴팍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에메렌츠에게는 이러는 이유가 다 있더라고요. 지독한 외골수에다 한편으로는 약한 것들을 엄청 세심하게 챙기고, 아주 비관론자이면서도 또 생명주의자이고, 이렇게 복잡하고 다채로운 한 명의 인물이 에메렌츠인 거예요. 이 소설은 작가인 나의 시선으로 에메렌츠를 따라가고 분석하고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애를 쓰기 때문에 영원히 에메렌츠를 다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을 독자한테 전제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더 알고 싶어지고 상상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에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한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한편으로는 삶이라는 것 안에서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건 또 얼마나 큰 일인가, 생각도 하게 됐어요.
박서련 저 | 민음사
세계관을 이룩하는 것은 어떤 사회적 배경일 수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이 개인이 가진 캐릭터성 같아요. 캐릭터의 매력이 어떤 세계를 만들 수도 있고 세계관을 이끌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 소설집 읽으면서 다시금 하게 됐거든요. 지금까지 많은 소설이나 매체에서 수동적으로 묘사되곤 했던 인물들이 발 벗고 나서는 세계가 이 안에 있습니다. 소외되어 있고, 아무 말도 못할 것 같은 캐릭터가 전면적으로 어떤 일을 해결하고, 손을 내밀고, 거절하고,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 힘내거든요. 그런 위풍당당하고 의기양양한 세계가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읽을 때마다 박서련 작가님은 어쩜 이런 소설을 이렇게 잘 쓰지, 생각하게 해요.
게다가 그런 사람들, 그러니까 이름이 지워졌거나 한 번도 이름이 제대로 불리지 않았던 인물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삶을 주목하고요. 그런 사람들에게 없어진 자유를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그런 세계가 박서련의 소설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정리를 하면 여성이 능동적으로 “하는” 세계라고 말할 수 있어요. 어떤 것을 하는 이야기인 거고요.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가 박서련이 마련해 놓은 세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다”는 것은 가부장제부터 시작해 구체제라고 불리는 것들을 다 부순다는 의미예요. 그런 여성들의 이야기거든요. 때문에 이런 목소리가 더 많이 드러나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소설이기도 해요.
이 모든 소설들을 읽으면서 가장 커다랗게 느낀 것 중에 하나가 우리에게는 연대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때로 구조라는 것, 제도라는 것, 시스템이라는 것,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라는 것은 나 혼자의 힘으로 깨부술 수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인물이 혼자 모든 것을 헤쳐 나가는 소설이라면 어쩌면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가 되겠죠. 하지만 누군가 옆에서 잘할 수 있다고 힘을 불어넣어준 사람이 있다고 하면 뭔가 좀 다르잖아요. 그런 어떤 희망까지도 품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문학이 하는 일은 이 삶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그리고 어떻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연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 같거든요. 박서련 작가님의 작품들은 문학이 하는 일과도 아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세계관을 저는 아주 아주 좋아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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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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