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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특집] 재택 근무의 달인에게 듣는 집중력을 높이는 법

<월간 채널예스> 202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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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때때로 시간을 ‘순삭’시키고 마는 SNS와 유튜브까지 다양한 방해물을 뛰어넘어 일에 집중하는 노하우를 6인의 재택근무자가 전한다. (2022.03.11)

역병이 발발한 지 3년째. 이제는 재택근무라는 단어에 익숙해졌다. 출근하는 날이 줄어들고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업무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들어봤다. 재택근무의 달인에게 듣는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 치명적인 귀여움으로 무장한 고양이, 산책 없이는 업무를 허락하지 않는 ‘댕댕이’ 그리고 시시때때로 시간을 ‘순삭’시키고 마는 SNS와 유튜브까지 다양한 방해물을 뛰어넘어 일에 집중하는 노하우를 6인의 재택근무자가 전한다.


고양이는 어쩔 수 없으니까

황유미(소설가)

귀여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원고를 쓰기란 미라클 모닝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매일 해내려고 발버둥질하면서 느낀 점은 집중력이란 바람과도 같아서 애써 붙잡으려고 하기보다는 몸을 맡기는 편이 낫다는 것.

글을 쓰다가 다른 생각이 떠올라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면 노트북 왼편에 놓아둔 ‘아이디어 노트’를 펼친다. 볼펜을 들고 지금 떠오르는 잡념을 그대로 적어 내려간다. 이렇게 딴생각에 집중하다 보면 금세 그 집중력도 약해져 잡념이 사라지고 다시 작업 중이던 원고로 돌아갈 수 있다.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이번엔 “야옹~” 하는 소리와 함께 고양이가 폴짝 뛰어 날아온다. 노트북 화면을 가로막은 고양이 사진도 찍고, 고양이와 뽀뽀도 하고 만지고 놀아주기도 하면서 의자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다. 어차피 척추 측만증 때문에 오래 앉아 있으면 괴로우니 고양이가 다가오면 외면하는 대신(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고양이와 노는 김에 운동까지 해버리는 것이다. 고양이는 20분만 놀아줘도 집중력을 잃고 시큰둥하게 누워버린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겠다는 고양이를 곱게 놔두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조금 전까지 쓰던 문장을 이어간다. 다시 글을 쓰는 대신 딴짓하고 싶다는 유혹의 목소리가 들릴 때면 질투가 날 정도로 재미있는 글, 빼앗아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나는 좋은 글을 찾아 읽는다. 다른 사람이 창조한 아름다운 작품을 읽다 보면 다시 등허리를 곧추세우게 된다. 이 역시 스치는 바람이겠으나 수십 번을 반복하면 경로가 보이는 태풍처럼 커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0칼로리 아이스크림을 아시나요?

김쑥채(웹소설 작가)

웹툰, 웹소설, 시나리오 등 어디 한군데 안주하지 못하는 작가로 4년째 살고 있다. 매일 카페로 나갈지 집에서 버틸지 고민하며 엉덩이를 들썩이다가 노련한 방구석 프리랜서답게 집중력 3단계를 발휘한다.

답답하기 그지없는 5㎡(1.5평) 자취방에서 집중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그래서 책상 앞에 앉는 순간부터 1단계를 시작한다. 1단계, 매일 다른 곳을 보고 앉는다. 내 책상에는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창가를 보고 앉는 의자, 벽을 보고 앉는 의자. 새로운 각도는 새로운 업무 환경에 있다고 착각하게끔 하고, 설렘 덕분에 금방 일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집중하다가 느슨해지면 2단계를 실행한다. 2단계, 옷 갈아입기.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은 잠옷 근무지만 동시에 느슨하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 두 번째 위기가 오면 옷을 갈아입고, 다시 의자에 앉는다. 창밖이 어두워지면 왠지 퇴근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 그럴 땐 3단계, 구체적인 임무와 확실한 보상을 설정한다. 몇 시에 어디까지 작업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그걸 완수했을 때 밖으로 나가 스스로에게 무엇을 해줄지 정한다. 보상은 현실적이다. 왜? 현재 나는 외출복을 입고 있기 때문! 그렇게 임무를 완료하고 밖으로 나가면 스스로에게 뭘 사주지 않아도 엄청난 쾌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A부터 Z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프리랜서에게 ‘내일의 나’는 없다. 오늘 할 일은 반드시 오늘 마쳐야 한다. 그렇게 일을 끝내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산책하면 진정한 ‘퇴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정말 0칼로리일 것 같은 아이스크림….



반려견이 잠든 사이

김린하(텀블벅 매니저)

재택근무를 해도 나의 기상 시간은 항상 새벽 6시다. 바로 반려견의 아침 식사 때문이다. 나의 일상은 반려견 중심으로 돌아간다. 책상 앞으로 출근하기 전, 나는 비공식 노동에 먼저 투입된다. 배식, 배변판 세척, 노즈워크 등 반려견을 위한 돌봄 노동을 제공해야만 원활한 재택근무가 허락(?)된다. 1시간가량 격렬한 터그 놀이를 해준 후 드디어 공식적인 출근을 한다. 집중력에 좋다는 페퍼민트와 유칼립투스 향이 나는 아로마 가습기와 함께. 향수는 텀블벅에서도 인기 있는 프로젝트 분야인데 향기가 주는 효과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치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일종의 향기 요법인 듯하다. 물론 이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귀신같이 점심시간을 알아채고 나에게 산책을 가자며 재촉하는 반려견 덕에 어쩔 수 없이 옷을 갈아 입고 산책을 다녀온다.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면 발을 씻기고, 옷을 벗기며 한바탕 전쟁을 한다. 반려견에게 “엄마 일 좀 할 테니까, 봐줘.”라며 일종의 협상으로 간식을 갖다 바친다. 점심시간을 고스란히 반려견에게 반납하고 간단하게 끼니를 챙기며 업무를 본다.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택배 아저씨가 물건을 쿵 놓고 가거나,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반려견이 깨어나면 업무 진행 속도가 더뎌지기 때문이다. 짧게 주어진 이 평화로운 시간에 집중해야만 한다. 일하고 싶지 않을 때도 일을 해야 함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면서 말이다. 내가 돌봐야 하는 반려견의 존재가 내가 일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언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서 또 놀아달라고 재촉할지 모르기에.



가끔은 아날로그

정규환(프리랜서 에디터)

코로나19 이후 직장에서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퇴사 후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며 깨달았다. 집에서 일하는 게 이렇게 편안하구나. 오전 9시에 일어나고, 새벽 2시에 잠든다. 출퇴근에 드는 시간을 세이브하면서 드립 커피를 마시거나, 반려견과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몸을 쓰고, 여유 있게 혼자만의 식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직장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하며 일하니 업무 효율까지 높아진 기 분이라, 이 상태라면 ‘앞으로 더 이상 출근하는 회사 에 다닐 수 없다.’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재택근무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일 집에 서 TV, 노트북, 태블릿, 모바일을 넘나들며 일하다 보니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에 비해 산만해지기 쉽다. 일에 집중하려다가도 눈에 띄는 집안일을 하다 보니 시간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자율적인 재택근무를 위해선 자기만의 시간 관리가 필수다.

그래서 올해 초 재택근무를 도와줄 심플한 아날로그 알람 시계를 하나 구입하고, 침실에 스마트폰을 들이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했다. 또한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으면 그 시각으로 알람을 맞춘다. “삐비비빅” 알람이 울릴 때까지 그 일을 가능한 한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시계라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를 통해 느슨한 재택근무에 긴장감을 더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받고 있다. 덕분에 눈뜨자마자 손 에 닿는 물건이 휴대폰이 아니라는 점도 기분 좋은 변화다. 집중력을 확보하고 싶을 때, 가끔은 전자 기기보다 아날로그의 도움을 추천한다.



프리랜서의 평일

최원택(마름쇠 출판사 대표)

직장을 그만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사업자를 내고 1인 출판사로 전자책을 만들고 있다. 아프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1인 가구이기 때문에 이 팬데믹 시절에 카페에서 일하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있다. 결국 선택지는 집이다. 하지만 매일 마주하는 이 공간에서 생활과 일을 원만히 화해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 공간을 최대한 낯설고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가장 자주 활용하는 것이 유튜브 및 OTT의 생활 소음이다. 일과 관계없는 시청각 정보로 재택근무에서 오는 번민과 현타, 적적함을 달랜다. 해외여행이나 강아지, 고양이 영상을 주로 본다. 하지만 오장육부를 깨우는 먹방 영상이나 스토리에 집중해야 하는 영화, 드라마는 금지한다. 공간에도 변화를 준다. 거실에서는 TV로, 방에서는 태블릿 PC로 침묵을 채워 적적함을 달래는 영상을 켜고 일을 한다.

물론 집중이 깨지고 하염없이 영상을 볼 때도 있다. 가끔은 괜찮지만 오냐오냐하다가는 거지꼴을 못 면하게 되니 그때는 인격을 분리한다. 대표인 ‘내’가 직원인 ‘나’의 태만을 꾸짖어 기강을 잡는다. 그리고 과업을 성실하게 수행 완료했을 때 줄 당근도 제시한다. 가장 큰 당근은 외출이다. 평일의 조조 영화, 한낮의 공연과 전시 관람, 둘레길 산책. 낯설고 한적한 동네 한 바퀴. 여기에 다양한 보상을 제공하는 걷기 애플리케이션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팟캐스트 그리고 간식과 함께라면 고독(한 재택근무)마저도 감미롭다. 그 경험을 떠올리고 입맛을 다시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다.



둘도 좋지만, 자기만의 방이 필요해

구소희(UX/UI 디자이너)

디자인 일을 하는 나와 개발 일을 하는 남편. 우리는 재택근무 동료다. 서로 다른 회사에 몸담고 있지만 한집에서 시간을 함께 보낸다. 처음 재택근무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나와 남편은 같이 시간을 보낼 생각에 좋아했다. 그것은 1년 6개월 차 부부의 순진한 발상이었다. 처음에는 남편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지가 되었다. 출근 시간도 비슷해서 그가 책상 앞에 앉으면 나도 앉는다. 점심, 저녁 메뉴도 함께 고르고, 산책도 같이 나간다. 그가 있어 집에 있어도 외롭지 않았다.

이런 재택근무 방식에도 한계는 있는 법이다. 회의 시간이 겹치기라도 하면 둘 중 하나는 노트북과 충전기 등을 들고 거실로 나가야 한다. 각자의 방이 있는 집이라면 좋겠지만, 우리는 같은 방에 책상을 나란히 두고 쓰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장 동료는 퇴근하고 나면 안 보기라도 하지, 우리는 일도 함께하고 생활도 함께하니 떨어질 틈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걸로 부딪히는 때가 잦아졌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법! 재택 2개월 차에 나는 신혼집과 가까운 친정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친정에는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결혼 전 내가 사용하던 방, 진정한 ‘내 방’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다. 아이디어를 구상해야 하는 일이 많은 직업 특성상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원래도 혼자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진짜 내 방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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